[존 볼턴 인터뷰] “바이든 승리 가능성 더 큰 게 사실이다”
  • 감명국 기자 · 대담=김흥규 아주대 교수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20.10.09 14:00
  • 호수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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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인터뷰①]
“트럼프 재선되면 더 예측불허로 치달을 것”

지금 워싱턴에서는 예측불허의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국 대선을 불과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그의 부인과 측근, 그리고 공화당 상원의원 등 다수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백악관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다.

세계를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는 단연코 미국 대통령이다.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 운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한 달 후 백악관의 주인은 누구 차지가 될까. 시사저널은 10월6일 오후 10시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인터뷰를 가졌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약 15개월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했던 그는 자신의 백악관 경험을 폭로한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출간으로 최근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섰다.

1980년 레이건 행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공화당 정권에서는 정부 고위직으로, 민주당 정권에서는 워싱턴DC 법률사무소의 재야 변호사로 항상 백악관을 주시해 온 볼턴이지만, 그조차도 이번 미 대선에 대해서는 섣부른 전망을 꺼려 한다. 오는 11월3일 미 대선 결과를 어떻게 예측하느냐는 시사저널의 질문에 그는 “현재 바이든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나, 과거의 경험을 보면 반드시 선거 한 달 전(여론)과 최종 결과가 일치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그의 답변이다.

한국에서 ‘매파’ 중에서도 ‘강성 매파’로 인식되고 있는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볼턴은 “나는 ‘힘을 통한 평화’를 신봉하는 레이건 보수주의자”라고 밝혔다. 회고록에서도 엿보이지만, 실제 자신이 보좌했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은 예상보다 더 컸다. 그는 “원칙이 없는 트럼프는 어떤 일이라도 벌일 수 있는 위험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나는 공화당원이지만, 이번 대선에서 절대 트럼프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바이든 후보에 대해 그는 “대중(對中) 정책에 있어 오히려 트럼프보다 바이든이 더 강성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결국은 북한 체제의 붕괴로 핵 위험이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 통일 가능성에 대해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자신의 이익으로 간주하는 상황하에서나 통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주한미군 철수는 물론이고 한·미 동맹 자체가 와해될 개연성도 충분히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서울과 워싱턴을 연결하는 화상 대화 방식으로 약 30분간 진행됐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볼턴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사저널 박정훈
김흥규 아주대 교수(왼쪽)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맨 왼쪽 책 사진은 시사저널에서 발간한 존 볼턴의 회고록 한국판 《그 일이 일어난 방》 ⓒ시사저널 박정훈

■ 프롤로그

이번에 출간한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이 한국에서도 번역본으로 소개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책은 미국의 국가전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쓴 것이다. 특히 일반 국민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정보를 담고 있다. 이는 백악관 내 국가안보 분야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실제적으로 설명하려 한 것이다.”

당신은 젊어서부터 확고한 보수주의자의 길을 걸어왔다. 미국 언론은 당신을 보수주의자, 강력한 개입주의자로 분류하며 주저없이 ‘미국 우선주의자’라고 비판하고 있다. 당신의 외교정책 철학은 무엇인가.

“나는 ‘레이건 보수주의자’이다.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한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는 미국이 세계에서 유일한 글로벌 파워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및 파트너들과 같이 미국의 이익과 안정은 물론 세계의 평화를 유지하고자 한다. 유엔과 같은 기관들은 실제 평화를 유지할 힘이 없다. 평화는 강력한 집단안보 동맹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9월29일(현지시간) 1차 대선 TV토론에서 트럼프(왼쪽)와 바이든 후보가 주도권을 잡으려고 다투고 있다. ⓒEPA 연합
9월29일(현지시간) 1차 대선 TV토론에서 트럼프(왼쪽)와 바이든 후보가 주도권을 잡으려고 다투고 있다. ⓒEPA 연합

■ 미국 대선의 향배

솔직히 말해 보자. 다음 미국 대통령은 누가 될 것으로 보는가. 그리고 누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보는가.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대선 결과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나?

“현재 여론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앞서고 있으나 과거의 경험을 보면 (지금의 여론이) 반드시 최종 결과와 일치하지는 않았다. 바이든이 이길 것 같긴 하지만, 선거에서 한달이라는 기간은 상당히 길다. 하지만 그래도 굳이 추정하자면 바이든의 승리 가능성이 더 큰 게 사실이다. 나는 트럼프를 위해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내가 처음으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선거가 된다. 그렇다고 바이든에게 투표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의 철학이나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많다. 둘 중에 누군가는 되겠지만, 나는 두 사람 말고 다른 대안이 있었으면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럴 수가 없다.”

선거에서 공화당이 이기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말인가?

“나는 트럼프가 선거에서 진 후에 공화당이 많은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 후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가 어떻게 후보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부터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의 집권 기간동안 많은 것이 힘들어졌다. 그러나 트럼프가 재집권을 하면 그 피해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다. 그래서 이번으로 끝냈으면 좋겠다.”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확실한 것은 무엇이며, 확실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트럼프는 미국 역사에 있어 비정상적인 인물이다. 그는 보수주의자도 아니고 자유주의자도 아니다. 내가 책에서 말했듯이 집권 기간에 그가 내린 많은 국가안보에 대한 결정은 조사와 분석을 토대로 한 장점에 기반한 것이 아니었다. 정치적 결정이 그냥 흘러갔는데, 그렇게 되면 안 된다. 만약 트럼프가 재선한다면, 또 선거에 나서야 한다는 제약이 없으므로 그의 대외정책은 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쪽으로 치달을 것이다.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오바마 정책을 많이 닮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재 많은 변수가 작용하고 있어, 바이든의 대중(對中) 정책이 오바마나 트럼프보다 오히려 더 강하게 중국 압박 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 「[존 볼턴 인터뷰] “트럼프, 주한미군 철수하고 한·미 동맹 포기할 수도”」(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06150)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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