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인터뷰] “트럼프, 주한미군 철수하고 한·미 동맹 포기할 수도”
  • 감명국 기자 · 대담=김흥규 아주대 교수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20.10.09 14: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인터뷰②]
“한국의 항모와 핵잠수함 보유 시도는 긍정적”

☞ 「 [존 볼턴 인터뷰] “바이든 승리 가능성 더 큰 게 사실이다” 」 (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06109)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 북한 문제

대선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될까. 트럼프와 바이든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트럼프는 결코 북한 문제에 대해 깊이 이해하지 못했고, 그럴 필요를 모르는 것 같다. 김정은과의 지난 2년여 과정을 보면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그는 내용과 관계없이 북한과 합의할 수 있으나, (한국에서 일부 주장하는 바처럼) 4번째 북·미 정상회담을 의미하는 ‘10월 서프라이즈(Surprise)’는 현재 상황으로는 이뤄질 가능성이 없다. 진짜 10월 서프라이즈는 트럼프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점이다.(웃음) 바이든이 이기면, 오바마 시절의 정책으로 돌아갈 가능성 크다. 그러나 대외정책은 대선에서 큰 역할을 못 하므로 대선 과정에서 이에 대해 정제된 정책을 발표할 기회는 거의 없을 듯하다.”

만약 트럼프가 승리하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과 함께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보나?

“트럼프는 결과에 관계없이 4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원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정은은 하노이에서 경험했듯이 실제적으로 잘 준비되고 합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원할 것이다. 현재 하노이 회담 이후 실제적인 합의 도출을 위한 북·미 간 사전 작업이 없는 상황이라 김정은은 4차 정상회담을 원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당신은 대북 선제 타격을 심각하게 고려하자고 주장했다. 그것이 북한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보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은 전쟁만 하고 싶어 했던 불만스러운 지루한 바보”라고 당신을 비판했다. 아직도 ‘리비아식 모델’(선 비핵화, 후 체제보장)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가. 

“리비아식 모델에 대해 트럼프는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리비아나 이란의 경우와 달리 김정은은 경제적 도움과 핵을 별도로 생각하고 결코 핵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따라서 ‘무력 사용’이란 옵션을 없애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북한 비핵화 해결 과정은 긴 과정이고 중국의 개입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은 과정이고, 가장 좋은 해결책은 북한 정권을 제거하고 한국 주도로 통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중국이 결코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남북 분단은 독일 분단처럼 부자연스러운 것이나, 김정은이 갑작스레 형제와 같은 마음으로 한국과의 통일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햇볕정책은 잘못된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한반도 통일이 자신들의 이익이라는 확신이 설 때라야 (통일은) 가능할 것이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능력이 있다고 보는가.

“북한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아직 정확히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은 없으나, 미래에 이를 달성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20년 전에 (햇볕정책을 추진하는 것 대신에)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했어야 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10월2일 미국 메릴랜드주 국립군사의료원에 도착했다. ⓒEPA 연합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10월2일 미국 메릴랜드주 국립군사의료원에 도착했다. ⓒEPA 연합

■ 미·중 갈등

대선 이후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어떻게 될까. 많은 전문가는 미·중 양국이 이미 신냉전, 즉 제2냉전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이 진단에 동의하는가.

“이념적인 대결을 전제로 한 제2차 냉전이란 개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미·중 갈등은 체제의 차이 문제다. 중국은 권위주의 체제다. 미국은 지난 40여 년간 중국을 잘못된 전제로 대해 왔다. 첫째, 중국이 경제 발전에 따라 좀 더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리라 생각했다. 둘째, 중국이 점차 민주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목격하고 있는 것은 이 모든 전제가 틀렸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미 이러한 인식과 함께 관련 정책이 추진되고 있었다. 따라서 바이든이 당선되면 이러한 오바마의 정책을 계승하고, 더 강하게 (중국을) 압박할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1~2년 중국에 강한 압박을 했지만, 언제든 180도로 그 정책을 바꿀 수 있다. 바이든의 대중 정책보다 더 부드럽게 갈 수도 있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접근법은 중국을 화나게 했다. 미·중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드시 중국과의 갈등이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중국의 태도다. 일본이나 대만, 인도, 필리핀이 중국을 위협한 것이 아니다. 중국이 (그들 국가를) 위협한 것이다. 중국의 정책이 바로 그러한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과거 냉전 시절 소련에 했듯이 ‘연계’ 전략을 쓸 필요가 있다. 북한은 중국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이 문제를 중국에 지속적으로 제기해 책임질 수 있도록 압박해야 한다. 중국은 실제적으로는 북핵 문제의 해결자가 아니라 장애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왼쪽)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시사저널 포토
김흥규 아주대 교수(왼쪽)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시사저널 포토

■ 한·미 관계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있을까. 한·미 동맹에서 손을 떼는 것을 포함해서. 최근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미국이 나토에서 철수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나토(NATO)의 경우와 같이, 주한미군을 언제든 철수시키거나 심지어 한·미 동맹을 포기하는 일을 저지를 수 있다. 이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것이다. 트럼프는 거래적인 관점이다. 우리가 한국을 방어(보호)하지만, 무역 균형에 있어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무역적자 이슈는 한·미 간에 존재하는 문제지만,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지키는 것과 동북아를 안정시키는 것은 미국과 한국의 공통 이해다.”

당신은 북한 문제에 대해 한국에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나? 최대의 압박이나 선제공격 대신 북한을 개방으로 끌어들이는 가능한 방법이 있을까?

“북한이 약탈적인 공산주의 독재를 유지한다면, 그리고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 한다면 그의 공포 때문에 개방은 불가능할 것이다. 북한은 핵사찰을 받는 것만으로도 정권의 위협을 느낄 것이므로 불가능하다. 유일한 방법은 한국에 의한 통일인데, 과거 독일처럼 저절로 북한이 점점 붕괴돼 통일이 이뤄지거나 (북한이) 통일에 동의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한국이 최근 항모와 핵잠수함을 보유하려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 북한이 잠수함을 가지려 노력하고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능력을 갖추려고 하는 것은 그 은폐성 때문이다. 한국 역시 잠수함 능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국과 한국의 동맹은 서로의 이해를 잘 반영하고 있고, 잘 유지돼야 한다. 기대하는 것은 한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국제무대에 참여해야 하며, 특히 일본과의 관계를 잘 개선해 나가기를 바란다. 이는 한국이나 일본 모두에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NATO처럼 강력한 안보체제가 부재한 동북아에서 특히 한·일의 관계 개선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QUAD(미국·인도·호주·일본 4개국 간 대중국 견제망)와 같은 국제적인 노력에 한국이 동참하기를 희망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