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잡은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앞에 펼쳐진 가시밭길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8 10:00
  • 호수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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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넘겨받아 최대주주 되자마자 악재들 연이어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이 차기 총수에 사실상 낙점됐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으로부터 경영권 지분을 넘겨받으면서다.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돼 온 조 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을 제치고 그룹의 대권을 거머쥔 것이다. 그러나 마냥 축배를 들 수도 없는 상황이다.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당장 횡령 등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가족 간 경영권 분쟁까지 불거졌다. 그러잖아도 골치가 아픈 와중에 비리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하청업체 뒷돈 수수’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가 4월1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남 조현식·장녀 조희경과 경영권 분쟁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비교적 최근까지만 해도 누가 그룹 경영권을 넘겨받을지 미지수였다. 조 회장은 2013년부터 두 아들에게 그룹 경영을 맡겨왔다. 조 부회장이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당시 한국타이어월드)을 맡아 인수·합병을 통해 신사업을 발굴하고, 조 사장은 한국타이어를 맡아 타이어 사업에 집중하는 구도였다. 조 회장은 2015년 형제에게 담당 영역을 서로 바꾸는 ‘교차 경영’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는 두 아들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됐다.

최근까지 두 형제의 보유 지분에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올 1분기 기준 장남과 차남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율은 각각 19.32%와 19.31%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조 부회장이 차기 총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동안 재벌가에선 장자승계가 지켜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공식을 깨고 대권은 조 사장에게 넘어갔다. 조 사장이 올해 6월26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조 회장이 보유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전량(23.59%)을 인수하며 최대주주(42.9%)에 오른 것이다.

이런 지분 이동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졌다. 조 부회장과 조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반기를 들었다. 특히 조 이사장은 올해 7월30일 조 회장의 성년후견을 신청하기도 했다. 후견인 제도는 노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의사 결정이 어려운 성인에게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다. 고령인 조 회장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건강 상태에서 지분 양도가 이뤄졌다는 게 조 이사장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회사를 통해 건강 상태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조 부회장도 조 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또 성년후견심판 절차에 가족의 일원으로 참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만일 심판 결과 조 이사장의 성년후견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조 회장의 지분 양도 결정은 법적 효력을 상실할 수 있다. 조 사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총수의 지위가 단숨에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조 사장은 횡령 등의 혐의와 관련해 재판도 받고 있다. 그는 하청업체로부터 납품 대가로 매달 수백만원씩 약 6억원을 챙기고, 계열사 자금 2억원가량을 정기적으로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됐다. 조 사장은 이렇게 횡령한 자금을 유흥비로 지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3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조 사장은 올해 4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 사장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

조 사장은 오는 11월20일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알짜 계열사를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문제의 회사는 자동차부품 관련 비상장 계열사이던 프릭사다. 이 회사는 2015년 알비케이홀딩스에 매각됐다. 매각 당시 연매출이 153억원 수준이었음에도 65억원가량에 거래돼 헐값 매각 논란이 일었다. 거래 당시 알비케이홀딩스는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지 1년도 안 된 페이퍼컴퍼니였다.

특히 알비케이홀딩스의 실소유주는 조현범 사장과 과거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한국도자기 3세 김영집씨였다. 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프릭사를 매각한 뒤에도 알비케이홀딩스에 50억원을 대여하는 등 금전거래를 하기도 했다. 이런 점을 두고 일각에서는 조 사장이 김씨에게 프릭사를 위장 매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5년의 거래가 최근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코스닥 상장사 한류타임즈 소액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다. 한류타임즈는 2018년 프릭사 인수에 나섰다가 35억원의 이행보증금을 지급한 뒤 이를 포기했다. 이로 인해 한류타임즈가 지급한 35억원의 이행보증금은 모두 알비케이홀딩스의 몫이 됐다. 또 한류타임즈는 알비케이홀딩스와 함께 중고차 거래업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대여한 뒤 모든 투자를 손실 처리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타이어 티스테이션 가맹점에서 고객 차량의 휠을 고의로 망가뜨리고 교체를 유도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시사저널 박정훈

재판과 별도로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이와 관련해 한류타임즈 소액주주들은 이락범 회장 등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알비케이홀딩스와의 유착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와 함께 소액주주들은 조 사장에 대한 진정도 제기했다. 한류타임즈에 대한 수사가 조 사장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횡령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 사장으로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업 과정에서 돌발 변수도 불거졌다. 한국타이어 서비스 전문점인 티스테이션 가맹점에서 고객 차량의 휠을 고의로 망가뜨리고 교체를 유도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일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국민의 공분을 샀다. 그러잖아도 계속된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이번 논란으로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처럼 하나하나가 간단치 않은 논란들이 조 사장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에 등극한 지 불과 넉 달여 만에 벌어졌다는 점이다. 모든 논란은 조 사장의 리더십에 중대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다. 향후 조 사장에게 험로가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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