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플로리스트를 통해 본 자영업의 미래 [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2.01 13:00
  • 호수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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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과 기술’ 접목한 비즈니스 모델의 재구조화 필요

2020년 6월말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650만 명이다. 전체 취업자의 24.6%에 이른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이 28.9%로 가장 많다. 숙박·음식업이 24.5%로 그 뒤를 잇는다. 이 가운데 고용원이 없는 영세사업자는 419만 명이다. 전체 자영업자의 63%로 코로나 발생 후 10.3% 늘어난 수치다. 척박한 자영업 시장이 코로나19로 인해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렇잖아도 자영업은 미국(6.3%), 일본(10.3%), 유럽(15.3%)보다 월등히 높은 비중으로 포화 상태였다. 코로나 쇼크는 자영업을 더 나락으로 빠져들게 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올 4월의 자영업 매출은 전년 대비 평균 69.2%나 빠졌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다소 회복하고는 있지만 평균매출은 여전히 전년 대비 79.3%에 머무르고 있다(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 매출조사).

이 시점에 우리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자영업 시장을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지금까지의 ‘업종’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앞으로도 과연 유효할까?”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자영업 창업이 오직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계속 작동할 수 있는가?”에 대한 창업자적 관점이다.

꽃집을 꽃카페로, 꽃카페를 새로운 창업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의 재구조화가 최근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꽃집을 꽃카페로, 꽃카페를 새로운 창업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의 재구조화가 최근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젠 자영업에서 ‘입지’가 전부는 아니다

우선 비즈니스 모델 관점을 보자. 포스트코로나 시대, 자영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예전처럼 정형화된 ‘업종’만으로 계속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코로나19라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태로 인해 소비자 행동이 크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나타날 비즈니스 모델을 예측해 보면 크게 4가지 모델이 될 전망이다. 첫째 드라이브 스루 모델, 둘째 워크업 윈도(walk up window) 모델, 셋째 이동식 점포 모델, 마지막으로 디지털 월숍(Digital Wall Shop)이다.

우선 드라이브 스루 비즈니스 모델은 코로나19가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간다면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입지 여건상 도입이 제한적이다. KB국민은행이 분류한 174개 소상공 업종 중 커피숍, 세탁소, 식료품점 등 15개 업종 정도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공간이 충족된 입지는 그리 많지 않다.

다음으로 워크업 윈도 모델이다. 흔히들 워킹 스루로 부르는 이 모델은 패스트푸드나 도시락과 같은 24개 업종 정도에서 채용이 가능하다. 인도어(Indoor·실내) 공간을 최소화할 수 있어 앞으로 가장 많이 도입될 수 있는 모델이다. 일단 기존 사업자들이 이 시스템을 도입하려 들 것이고, 창업자들도 창업자금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기 때문에 이 모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는 이동식 점포 모델이다. 중국의 이동식 채소상점인 모비마트(Mobymart) 형태가 되겠다. ‘모비마트’는 무인 채소상점이 집 앞으로 오는 구조다. 다소 먼 얘기지만 여기에다 아마존고(Amazon go)가 준비하는 향후 모델인 이동형 무인점포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 지금 일본의 자동차회사 도요타가 개발 중인 ‘이팔레트(e-palette)’가 정점이 될 수 있다. 이팔레트는 고객이 원하는 시각에 자율주행 상점이 집 앞으로 오는 시스템인데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월숍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의 여유 있는 벽면에 디지털 가게를 차리는 모델이다. 예컨대 화장품 이미지를 벽면에 배열하고, 구매자는 QR코드로 성분을 확인할 수 있으며, 앱을 통해 결제하면 자동으로 주문이 완료되는 구조다. 물론 아직까지 선보인 적이 없는 모델이지만 기술은 충분하기 때문에 조만간 출현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언급한 네 가지 비즈니스 모델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그동안 자영업에서는 ‘시스템과 기술’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이젠 다르다. 드라이브 스루와 워크업 윈도 모델은 원활한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과 위치 기반 주문 앱이 필요하고, 자율주행 점포와 디지털 월숍은 기술이 접목되어야 완성되기 때문이다. 즉 지금까지의 자영업종은 입지(location)만으로도 창업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모델을 통합해야 한다. 이른바 자영업종의 뉴노멀(New normal)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다음으로 창업자적 관점에서 자영업 창업을 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서두에서 밝혔지만 큰돈을 벌기 위한 창업보다 사회적 역할을 이어가는 가치창업의 시대가 온 것이다. 

 

사회적 가치 중시하는 가치창업의 시대 도래 

일본 사가현의 도스역(鳥栖驛) 인근 주택가에 3대째 이어온 꽃집이 있다. 할아버지가 창업한 후, 손녀인 ‘가와구치 가즈미’가 73년째 운영하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플로리스트가 꿈이어서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아버지가 운영하던 꽃집을 맡았다. 

할아버지가 꽃집을 운영할 당시에는 사찰에서 열리는 꽃꽂이 교실에 재료를 납품하는 사업이 주류였다. 하지만 화훼산업이 번창하면서 굳이 야생화를 찾아 나설 필요도 없게 됐다. 그러자  2대째인 아버지는 관혼상제 화환을 전문으로 취급해 큰돈을 벌었다. 문제는 그가 꿈꾸었던 플로리스트의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납품해서 돈을 버는 것이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이다. 

일단 설치미술을 공부했다. 관혼상제에 단순히 꽃을 팔기보다 꽃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었다. 이렇게 차별화를 통해 성공을 거두자 이번에는 꽃카페로 확장했다. “꽃집에서 꼭 꽃만 팔아야 하느냐”는 생각에서다. 여기까지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도전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꽃카페가 인기를 얻자 이번에는 쿠키를 추가했다. 주민들의 관심을 끈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쿠키 소매를 할 때 지역주민 가운데 창업하고 싶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었다는 점이다. 물론 공간은 그녀가 제공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네일케어, 마사지숍, 취미교실 등을 연이어 통합했다. 주민들에게 각 업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은 물론이다.   

이렇게 공간을 조금씩 늘려가면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합해 나가자 대상 고객이 여성을 넘어 가족에까지 확대됐고 동네 마실방으로 인기를 얻게 됐다. 

일본의 꽃집 사례는 창업자들에게 몇 가지 참고할 만한 인사이트를 제공해 준다. 꽃집도 비즈니스 모델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는 점, 창업자는 좋아하는 일을 찾을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이웃과 동행하려는 착한 마음이 성공을 이끄는 원동력이라는 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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