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바라보는 정치권의 복잡한 속내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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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상반된 주장 나오며 파열음
與, 불리한 보궐선거 지형서 민심잡기 총력전 펼칠 듯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주호영 원내대표 ⓒ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주호영 원내대표 ⓒ 연합뉴스

동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부산시장 보궐 선거와 주요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 민심을 동시에 챙겨야 하는 야권에선 벌써부터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성희롱 논란 등에 휩싸인 전임 여권 시장들의 공석으로 진행되는 만큼 야권에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신공항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격화할 경우 판세가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도 크다.  

여권은 사업 백지화에 대한 적정성 여부와는 별개로, 전임 정권에서 결정한 사안을 뒤집었다는 점과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적 결정'이란 비판을 뚫고 나가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신공항 두고 갈라진 야권

보궐선거가 반 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산시장 재탈환을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야권은 부산·경남(PK) 민심을 통째로 뒤흔들 파급력 있는 이슈를 맞닥뜨리면서 혼란스런 상황에 빠져들게 됐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산 민심이 여야 어느 쪽으로도 확연히 쏠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선거가 혼탁 양상을 띌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 

17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는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둘러싸고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으며 야권의 혼란스런 상황을 그대로 노출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 선거 승리에 명운을 걸고 있는만큼, 이번 결정을 정치적이라고 비판하면서도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김해신공항 폐지 방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라는 게 지켜지지 않는 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해버리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쪽에서 얘기하는 가덕도공항에 대한 강구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정부가 결론을 낸다면, 부산 신공항에 대해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하며 부산 민심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 스스로가 내년 4월 보궐선거 승리를 '마지막 성취'라고 밝힌 만큼, 가덕신공항 건설을 기대하는 부산 여론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는 정부의 이번 결정을 맹비난하며 김 위원장과 엇갈렸다. 대구 수성구갑을 지역구로 둔 주 원내대표로서는 동남권 신공항을 둘러싸고 TK 쪽에 무게를 더 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번 결정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덕을 보려고 (김해신공항안) 변경을 추진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번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월성 원전 1호기'에 빗대며 "사업 변경과정의 무리나 불법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감사원 감사를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대구시는 정부의 김해신공항안 백지화에 대해 "용납할 수도 수용할 수도 없다"며 강력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전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정부가 입만 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던 김해신공항이 갑자기 문제가 생기고 가덕도로 옮기겠다는 천인공노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구·경북은 가덕도 신공항에 합의해 준 적이 없다. 세금 7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김해신공항에 문제가 있어 변경하려면 영남권 5개 시·도민 의사를 다시 모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부산시는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역사적 결정"이라고 평가하며, 지역구에 따른 야권 정치인들 간 갈등이 더욱 깊어질 수 있음을 예고했다.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 부산 민심 돌리고 신공항 추진 속도낼 듯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오거돈 전 시장의 성희롱 사건으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였지만, 국면 전환을 시도하며 가덕신공항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에 대해 검증 시작 시점에서는 보궐선거를 예측할 수는 없었다는 점을 내세우며, 야당의 이같은 공격이 오히려 '정치적'이라고 반박하는 모양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1년6개월 전 (김해신공항 사업) 검증을 시작할 때 누가 내년에 보궐선거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겠나"라며 "검증위의 분과별 검증이 얼마 전에 정리됐고,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지난주에 나왔다. 지금이 발표할 적기다. 오히려 미루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두관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2016년 박근혜 정권이 김해신공항으로 결정한게 선거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야권의 공격을 되받아치며 "공교롭게도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맞물리게 됐지만 가덕신공항 결정은 더 늦출 수가 없다. (선거용이라고) 해석은 할 수 있겠지만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대표 역시 "희망고문을 빨리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가덕신공항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이날 동남권 관문 공항 추진을 위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가덕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발의 등에 대한 세부 절차를 논의할 방침이다. PK 지역 여야 의원들이 가덕신공항에 뜻을 같이하는 만큼 특별법을 공동발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산자위 소속 민주당 의원 17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덕신공항은 동북아 물류산업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며 "소모적 정쟁을 넘어 실용적, 경제적 관점에서 더 늦지 않게 대한민국이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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