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쪼개기·신공항 안전 논란 휩싸인 김해 ‘안동도시개발사업’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11.22 13:00
  • 호수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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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없는 보상금에 지역주민 반발 거세…김해시 “지분 쪼개기 한 사실 몰랐다”

“가게를 모두 매입해 보상을 제대로 해야지, 반쪽짜리 땅만 보상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경남 김해시 안동1지구 도시개발사업 현장에는 요즘 온종일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억울하다”란 외침이 울려 퍼지고 있다. 1년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박아무개씨(여·65) 부부는 26.4㎡(8평) 규모의 슈퍼를 운영하다 2018년 김해 안동1지구 도시개발사업으로 절반인 13.2㎡(4평)의 토지를 강제 수용당했다. 박씨는 월수입 600만~700만원 등 가게 가치를 고려하면 보상금액이 적정 수준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가 받은 돈은 4800만원이었다. 1급 장애인인 40대 아들과 노부부는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다.

11월17일 김해 안동1지구 토지 소유자가 도시개발사업에 강제 수용될 자신의 가게 앞에서 아파트 건립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 ⓒ시사저널 이상욱
11월17일 김해 안동1지구 토지 소유자가 도시개발사업에 강제 수용될 자신의 가게 앞에서 아파트 건립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 ⓒ시사저널 이상욱

도시개발사업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철거 위기

인근에서 국내 자동차 서비스 프라자를 운영하는 박아무개씨(50)도 역시 요즘 흔들리는 삶의 터전과 억울함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부지가 수용되면서 사업장을 이전해야 할 처지다. 그런데 이 회사 본사는 이전 요건으로 현재 위치에서 1.5km 이내, 버스노선 주행도로로 대로변, 차량 진출입을 위한 최소 4m 이상의 진입로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박씨는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장소를 구하기 어렵다. 게다가 인근 땅값이 3.3㎡당 1500만~2000만원에 이를 정도로 워낙 높아 평당 650만원의 보상금으론 새 사업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박씨를 포함한 토지 소유자 22명은 변변한 협의조차 하지 못했다. 이에 경남도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裁決) 신청을 했지만, 보상액은 바뀌지 않았다. 그사이 사업시행사인 주식회사 성은개발은 손실보상금을 공탁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안동1지구 도시개발사업은 허성곤 김해시장의 공약사업이다. 허 시장은 취임 직후인 2016년 9월 동부권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이어 안동공단 지역이 투자선도지구로 선정됐다. 당초 김해시는 이곳을 의료용융복합단지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투자자 물색에 실패하면서 도시개발사업으로 전환했다.

안동1지구 개발사업은 안동 360-1번지 일원 16만4151㎡의 부지에 공동주택용지(7만2317㎡), 상업용지(2만9863㎡), 주차장·공원·도로 등 기반시설(6만1971㎡)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약 2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 중 공동주택용지에는 현재 김해 푸르지오 하이엔드 아파트가 들어서 분양 중이다. 이 단지는 지하 3층, 지상 38~47층 규모로 아파트 7개 동, 2900세대의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이 들어선다.

김해시 삼방동 등이 포함된 안동1지구 건물은 ‘도시개발사업’ 일환으로 철거 위기를 맞았다. 이곳의 토지 소유자들은 “도시개발사업에 반대한다”며 소송과 고소에 동참했다. 김해시 안동 266-1번지 땅 주인인 안승일씨(78)는 지난 7월16일 김해시를 상대로 “도시개발구역지정과 도시개발계획 및 실시계획인가 결정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으니 무효”라며 창원지방법원에 도시개발구역지정 등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우리들의 이점인 변호사는 “김해시는 토지보상법 등에 따라 미리 토지 소유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하지만 김해시는 이를 고의적으로 누락해 토지 소유자가 자신의 땅이 수용 대상에 포함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해 안동1지구 도시개발사업은 2018년 6월22일 관보 고시로 현실화됐다. 사업자인 주식회사 성은개발은 지난해 6월11일 우편으로 토지 소유자들에게 “보상받을 준비를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때까지 안동1지구 토지 소유자들은 자신의 땅에 도시개발사업이 추진 중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또 이 변호사는 “김해시는 사업자에게 47층(높이 145m)의 아파트 건설을 허용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고도 제한을 위반했다. 이는 도시개발사업을 빌미로 시민의 안전(공익)을 위협하는 처분으로서 당연히 무효”라고 지적했다. ICAO 규정에 따르면, 안동1지구 내인 김해시 삼안동 360-32 지역은 고도가 105m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아파트는 ICAO 규정보다 40여m 초과해 건축될 예정이다.

김해공항이 안전 문제에 취약하다는 점은 김해시도 인정하고 있다. 11월17일 허성곤 김해시장은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발표 이후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신공항 건설은 부적정 결론이 났지만, 2002년 김해 돗대산 중국민항기 추락사고 이후 56만 김해 시민이 우려해 온 김해공항의 안전·소음·환경 문제가 지금까지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밝힐 정도다. 이 같은 김해시의 이중적 태도 때문에 이 변호사는 김해시가 아파트 사업을 허가하면서 의도적으로 비행안전구역 고시를 하지 않는 등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1월17일 김해 안동1지구 토지 소유자가 도시개발사업에 강제 수용될 자신의 가게 앞에서 아파트 건립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 ⓒ시사저널 이상욱
김해 안동1지구 도시개발사업 예정지에 세워진 표지판 ⓒ시사저널 이상욱

김해시, 김해공항 안전 취약성 인정?

안동1지구 도시개발사업은 지분 쪼개기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토지 소유자들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시행사 대표 등을 경찰에 고소했다. 안씨 등 토지 소유자 22명은 안동1지구 도시개발사업에 동의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사업구역 내 토지면적 3분의 2(66.7%)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 소유자와 그 지역 토지 소유자 총수의 2분의 1(50%) 이상 동의만 얻으면 도시개발사업을 할 수 있다. 관련 법령에 따라 앞으로 가게가 문을 닫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씨 등 토지 소유자 19명은 시행사가 사업을 진행하려고 김해시 안동 333-33외 31필지를 회사 직원 또는 특수관계 지인 등의 이름을 동원, 특정 토지 지분을 나눠 가졌다는 의혹을 수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시행사인 주식회사 성은개발은 사업 대상 토지면적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토지 소유자 총수의 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사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시행사는 토지 수용이 곤란해지자 토지 쪼개기 방법을 동원해 요건을 충족했다.

시행사는 안동 333-33 등 자신의 땅을 50여 필지로 분할한 뒤 회사 직원 또는 특수관계 지인 명의로 신탁했다. 이어 명의수탁자들로부터 동의를 받아 토지 소유자 2분의 1 이상의 동의 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토지 소유자들은 각 토지면적과 관계없이 거래 가액·등기원인의 매매 일자·가등기권자 등이 일치하고, 명의수탁자 주소까지 동일하다는 점을 들어 시행사가 조직적으로 명의신탁 거래를 한 의혹이 짙다고 주장했다.

김해시가 안동1지구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도심 균형발전’이다. 김해시 안동1지구의 아파트 용적률은 400%, 상가 부지도 20% 이상 적용해 도심을 개발할 예정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안동1지구는 지난 70년대부터 공업지역이었던 곳이다. 그동안 공동화와 노후화 등 환경이 열악했는데, 도심에 공공주택을 늘려 직주근접을 실현하고 도시 문제 해결과 도심 활성화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또 쪼개기 의혹에 대해서는 “2018년 6월 22일 고시 전에는 몰랐다”고 해명했다. 시행사인 주식회사 성은개발은 시사저널의 취재 요구에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답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반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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