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늬씨의 정신과 진료 기록 담은 《나의 F코드 이야기》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0.11.22 11:00
  • 호수 16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울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있다”

“일, 연애, 가족, 취미. 이렇게 자존감을 찾을 수 있는 근원을 여러 개 만들면 하나가 무너지더라도 다른 것이 든든히 버텨준다. 헤어지는 일이 무서워서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매달리는 짓도 하지 않는다.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연인이나 친구와 이야기하면 되고 관계가 힘들 땐 일에 집중하면 된다. 모든 게 엉망이라면 집에 처박혀 캔들을 만들면 된다. 취미가 이토록 중요하다는 것을 전에는 몰랐다.”

나의 F코드 이야기∣이하늬 지음∣심심 펴냄∣296쪽∣1만6000원

다양한 모습으로 우울증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4년 전 우울증 진단을 받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힘들고 위태롭게 살아온 한 직장인이 ‘처방전’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언론사 기자로 일하고 있는 이하늬씨가 펴낸 《나의 F코드 이야기》가 그것이다.

“나는 F코드가 여러 개다. F32 우울병 에피소드, F42 강박장애…. 정신과에서 주는 F코드들을 얻고 나서 내 삶은 아주 많이 바뀌었다.”

열심히 밥벌이하고, 연애하고,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이씨는 우울증 진단 이후 완전히 뒤바뀐 자신의 삶과 그 과정에서 느낀 여러 감정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우울증 환자에게 우울증 같지 않다는 말, 부족한 게 없는데 왜 우울증이냐는 말은 위로가 아니다. 이 말은 우울증의 스테레오 타입을 강화하며 그래서 당사자에게는 스스로 우울증을 증명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우울증은 특정 성격을 가진 사람만 걸리는 게 아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우울증 환자가 있다. 어쩌면 스테레오 타입에 속하는 사람이 더 적을지도 모른다.”

이씨는 자신의 경험 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털어놓은 환우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우울증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우울증 환자에 대한 틀에 박힌 생각을 깨뜨리는 내용들이다. 우울증이 우리의 일상에 언제든 깊숙이 자리할 수 있음을,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은 분명 힘들고 삶을 위태롭게 하는 ‘무서운 질병’이지만 비염, 고혈압처럼 ‘치료하고 관리하며 살아갈 수 있는 질병’이라고 자신의 경험과 전문가 의견에 근거해 분명히 이야기한다.

“우울증에 걸려서 불행한 게 아니라, 원래 살아가는 일이 만만치 않다고 생각하니까 우울증이 그렇게 큰 문제처럼 보이지 않았다. 정신과를 다니고 약을 먹고, 가끔 상담에 가고, 내 몸 상태를 늘 살피는 게 살아가는 새로운 방식이 되었다. 그래서 우울증을 이겨내려고 애쓰며 좌절하기보다는 우울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무엇인지 하나씩 찾아보았으면 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