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민주주의, 쉽지 않다
  • 박명호 동국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20 17:00
  • 호수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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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善)한 권력의 탄생》이라는 책이 있다. 구성원의 공감과 지지 그리고 동참을 이끌어내며 다양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리더십의 권력을 촉구한다. 조직 단위와 단계별로 자율과 책임 그리고 분권의 중간 리더십을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사람이 아니고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제도화된 권력이다.

이상적인 얘기다. 구성원의 동의와 자발적 참여가 권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권력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적나라한 힘이 권력의 현실적인 밑천이다. 이때 권력의 민낯은 돈일 수도 있고 물리적 강제력일 수도 있고 협잡이나 권모술수일 수도 있다. 마키아벨리 권력이다.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는 힘의 민낯 권력이더라도 권력을 행사할 때는 선한 권력인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링컨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링컨은 선거 과정에서 편법적이고 탈법적인 선거운동을 다양하게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링컨 권력은 노예 해방의 시대정신을 실현했고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추앙받는다.

“인류의 가장 숭고한 가치를 가장 더러운 방법으로 성취한 정치인이 링컨”이라고 그의 정적은 말한다.  《링컨》이라는 영화는 노예 해방을 법적으로 완성하기 위해 의회 표결을 앞두고 그가 어떻게 야당 의원을 포섭했는지를 보여준다. 협박과 거래 그리고 위협 등 적나라한 권력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노예 해방 선언만으로도 위대한 업적이지만 법률로 현실화되어야 실효적이다. 임무의 완성이다.

권력 완성은 후계체제 구축으로 마무리된다. 결국 사람으로 구체화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어떤 때에 나타나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사람과 리더십이 핵심이라는 말이다. 지금의 권력이 해야 할 일과 지금 이후의 권력이 해야 할 일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권력의 완성은 궁극적으로 가능하다. 역시 선한 권력이다.

민주주의는 ‘악(惡)한 권력’을 전제로 한다. 민주주의는 그래서 권력과 권력자에 대한 의심을 견제와 균형으로 제도화한다. 권력의 자제와 관용은 민주주의의 양념이다. ‘겸손과 절제’는 권력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악한 권력, 그 최악의 모습은 ‘무능과 탐욕의 정치’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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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퇴행하는 걸 정지시키고 제대로 복원·발전하는 전환점을 만들어내느냐’가 지금 우리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한다. ‘민주화 주도세력의 민주주의 위협’이자 ‘선출된 권력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심화와 강화 그리고 이에 따른 ‘민주공화국의 배신’이다. ‘견제와 균형 그리고 분권의 정치’는 사라지면서 ‘독점의 정치’만 남게 된 거다.

독점의 정치는 독선의 정치로 이어진다. 독선의 정치는 인간 본성과 시장에 도전하는 정책과 입법 독주로 우리 앞에 다가선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정책과 말을 뒤집는 건 양념에 불과하다. 민주주의는 어느 나라든 완성된 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미국 대통령선거를 보면서 깨닫는다.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서라면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싸우겠다던 그 뜨거운 심장이 어째서 이렇게 차갑게 식어버린 것이냐”는 정의당 의원의 질문에 누구도 대답하지 못한다. 시민과 시민사회의 감시와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우리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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