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조심해 이놈아” 전두환, 광주 향하며 시위대에 욕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3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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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법원서 열리는 1심 선고 재판 참석…이순자씨 동행
‘사자명예훼손’ 기소된 전씨, ‘헬기 사격’ 여전히 부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30일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사자명예훼손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부인 이순자 씨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30일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사자명예훼손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부인 이순자 씨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와 관련한 1심 선고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광주로 출발했다. 전씨는 출발 전 자택 앞에 몰려든 시위대를 향해 언성을 높이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전씨는 30일 오전 8시42분께 부인 이순자(82)씨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와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에 올라타 광주로 출발했다.

전씨는 이날 검정 양복과 중절모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그는 승용차에 타기 전 자택 앞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며 인사를 했다.

이때 자택 앞에 있던 시위대가 '전두환을 법정구속하라', '전두환은 대국민 사과하라'고 외치자 전씨는 시위대를 향해 무언가를 말하다 경호원의 도움을 받아 차에 올라탔다. 전씨는 시위대에게 "말 조심해 이놈아"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의 자택 앞에는 아침 일찍부터 경찰과 취재진, 시위와 촬영을 하는 유튜버 등 100여명이 모였다. 경찰은 자택 주변에 폴리스 라인을 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의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씨의 1심 선고는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다. 앞서 검찰은 전씨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이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 연합뉴스
검찰이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 연합뉴스

전씨 "헬기 사격 없었다" 여전히 부인

이번 재판은 5·18 민주화운동 기간 자국민을 향한 군의 헬기 사격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법정에서 다시 판단받는다는 점에서 단순한 명예훼손 사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사자명예훼손죄의 법정형 기준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명예훼손죄는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성립할 수 있지만,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돼야 한다. 따라서 재판의 주요 쟁점은 5·18 기간 광주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다.

검찰과 조 신부 유족 등은 이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광주에서 가장 높았던 전일빌딩 10층 탄흔을 두고 헬기 사격 상황이 유력하게 추정된다고 감정한 점,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가 군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공식 확인한 점을 토대로 '5·18 헬기 사격'은 새롭게 규명해야 할 논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판 과정에서는 헬기사격을 직접 목격한 20여 명의 증인이 법정에 섰고, 헬기 사격 정황을 뒷받침하는 각종 군 기록이 제출됐다.

그러나 전씨 측은 재판 시작부터 '헬기 사격설'에 대해 광주 도심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다면 목격자가 훨씬 더 많아야 하고 도로나 광주천에 탄피 등 증거도 남아 있을 텐데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며 헬기에서 단 한 발의 총알도 발사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것으로 알려진 전씨는 지난 4월 법정에 출석해 "내가 알기로는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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