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명예훼손’ 전두환 징역 8개월·집유 2년…법원, 헬기사격 인정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11.3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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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길”…광주지법, 오늘 1심 선고
30일 오후 광주법정 선 전두환, 재판 내내 ‘꾸벅꾸벅’

5.18 당시 광주 상공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11월 30일 오후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전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장은 전씨의 인적사항 확인 뒤 사건 전반과 양형 이유 등을 설명한 뒤 이 같이 선고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전두환 회고록》이란 자서전 비슷한 책을 냈다. 전씨는 이 책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했던 고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성직자가 하는 새빨간 거짓말”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11월 30일 오전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전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회고록에서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날 1심에서 징역 8개월·집유 2년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11월 30일 오전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전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회고록에서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날 1심에서 징역 8개월·집유 2년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1심 선고 재판 핵심쟁점은 ‘헬기사격 여부’ 

책 출간 직후 조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전씨를 같은 달 27일 고소했고, 검찰은 2018년 5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사자명예훼손죄의 법정형 기준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검찰은 앞서 전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장은 5·18 민주화운동 기간 자국민을 향한 군의 헬기 사격을 인정했다. 재판장은 5·18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피고인이 고통받아온 많은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란다고 밝혔지만 전씨는 이날 재판에서도 시종일관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재판은 5.18민주화운동 이후 최초로 헬기 사격이 실제 있었다는 첫 법적 판단이다. 전씨에 대한 유죄 판결로 5·18 민주화운동 기간 자국민을 향한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점을 국가기관이 다시 한번 판단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크다. 

1심 재판의 최대 쟁점은 군이 5·18 기간 중에 광주에서 헬기 사격을 했는 여부다.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만 성립한다. 헬기 사격이 사실이라면, 전씨는 ‘허위사실’로 2016년 숨진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된다.

헬기 사격 여부를 두고 검찰과 전씨 쪽은 올해 10월까지 열린 18차 공판에 증인 36명을 소환하는 등 첨예하게 법정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목격자 증언과 광주 전일빌딩 탄흔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반면 전씨 쪽은 “헬기 사격이 있었다면, 10만 광주시민이 목격했을 것”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검찰과 조 신부 유족 등은 이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광주에서 가장 높았던 전일빌딩 10층 탄흔을 두고 헬기 사격 상황이 유력하게 추정된다고 감정한 점,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가 군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공식 확인한 점을 토대로 ‘5·18 헬기 사격’은 새롭게 규명해야 할 논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판 과정에서는 20여명의 직접 목격 증인이 법정에 섰고 광주 소요사태 분석 교훈집에 나온 탄약 소모 상황 등 헬기 사격 정황을 뒷받침하는 군 기록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씨 측은 재판 시작부터 ‘헬기 사격설’에 대해 광주 도심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다면 목격자가 훨씬 더 많아야 하고 도로나 광주천에 탄피 등 증거도 남아 있을 텐데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며 헬기에서 단 한 발의 총알도 발사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4월 27일 12차 공판에 다시 출석한 인정신문 자리에서 전씨는 “내가 알기로는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 42분쯤 부인 이순자(81)씨와 함께 승용차를 이용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출발해 낮 12시 27분 광주지법 후문 법정동 출입구에 도착했다.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재판이 열리는 법정동 2층으로 향했다. 전씨는 승강기를 이용, 2층으로 올라간 뒤 보안 구역에서 재판 시작 시간까지 대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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