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수도권, ‘5인 이상 집합금지’…무엇이 달라지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2.2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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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잔치·각종 송년모임 금지되고 결혼식·장례식은 '예외'
실내외 모두 적용…어기면 사업주·이용자 모두 ‘과태료’
21일 서울 송파구체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 연합뉴스
21일 서울 송파구체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에 앞서 연말연시 '핀셋' 방역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확산세가 가장 심각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해 성탄절과 연말, 새해까지 이어지는 연휴 방역관리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방역 당국은 이번주부터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각종 모임과 집합 금지를 지켜본 뒤 3단계 격상 여부를 다시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돌잔치·송년모임 금지되고 결혼식·장례식은 '예외'

오는 23일 0시부터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5명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된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21일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코로나19 확산세를 차단하기 위해 서울·경기·인천이 동시에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실내외를 막론하고 내년 1월 3일 자정까지 적용된다. 

서 권한대행은 "지금 서울은 폭풍전야이며 거리가 텅 비고 도시가 봉쇄되는 뉴욕·런던의 풍경이 서울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면서 5명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동창회·동호회·야유회·송년회·직장 회식·워크숍·계모임·집들이·돌잔치·회갑연·칠순연 등이 일절 금지된다. 다만, 결혼식과 장례식만 행사의 예외적 성격을 감안해 2.5단계 거리두기 기준인 '50명 이하 허용'이 유지된다. 이 조치를 어기면 사업주와 이용자 모두에게 과태료 부과와 행정조치 등으로 엄정 대응할 계획이다.

5명 이상 집합 금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서 적용되는 '10명 이상 집합 금지'보다도 더 강력한 조치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4명 이하의 모임만 허용된다. 수도권은 지난 8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적용돼, 모임·행사 때 50명 이상 집합이 금지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1일 0시 기준 전날 전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926명 가운데 70.1%인 649명이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병상 부족도 현실화 해 현재 서울의 중증환자 병상은 91개로, 이 중 입원 가능 병상은 단 4개만 남은 상태다. 서울시는 이대서울병원 1병상, 경희대병원 4병상, 신촌세브란스병원 4병상 등 총 9개의 중증환자 전담 병상을 추가로 확대키로 했으며, 이달 말까지 105개를 확보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병상 대기자들을 위해 서울성모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과 협력해 '병상 대기자 의료상담시스템'을 가동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감염내과·호흡기내과·정신의학과·응급의학과 의사 20명이 투입돼 병상대기 중인 확진자들에게 앱을 통해 비대면 의료상담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병상 대기 중 증상이 악화하거나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이 시스템을 통해 응급조치까지 받을 수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코로나19 백브리핑에서 수도권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이는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차원에서 논의해 공유한 사항이며, 서울시가 현재 검토 중인 대책 중 일부를 먼저 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출소자 중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1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모습 ⓒ 연합뉴스
최근 출소자 중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1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모습 ⓒ 연합뉴스

"내주 일일 확진자 1200명까지 예상"

방역 당국은 현재와 같은 확산세가 계속될 경우 앞으로도 하루에 최대 1200명 정도의 확진자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주부터 이어져 온 1000명 안팎의 추세가 정점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 감염 재생산지수가 1.28 정도이고, 이 수치로 확진자 수를 예측하면 다음 주에는 (일일) 1천 명에서 1200명 사이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람 간 접촉이 줄어들면서 환자가 감소할 수 있는 여지는 있으나, 서울 동부구치소 사례처럼 대규모의 집단발병이 발생하면 확진자 수는 더 초과해서 발생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감염 재생산지수는 확진자 1명이 주변의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1.28은 확진자 1명이 1.28명을 감염시킨다는 의미다. 보통 감염 재생산지수 값이 1을 초과하면 '유행 지속', 1 미만이면 '발생 감소'를 의미한다.

정부는 현재의 확산세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 8일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각각 2.5단계, 2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이날 서울과 경기, 인천이 '핀셋 방역'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당분간 거리두기 격상 없이 이를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정 본부장은 "(수도권 거리두기 강화로) 억제 효과가 있어서 더 이상의 급증은 어느 정도 막고 있으나, 이 유행의 정점을 꺾어서 반전을 일으킬 정도까지의 효과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 본부장은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에 대해 "성탄절 연휴와 연말연시에 각종 다양한 모임을 통해 전파가 확산하는 게 우려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각 지자체의) 행정명령을 잘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병상 부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수도권 공공병원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할 병상 107개가 추가로 마련된다. ⓒ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병상 부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수도권 공공병원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할 병상 107개가 추가로 마련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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