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로’ 심사로 인해 ‘엉망진창’ 된 4조원짜리 개발사업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12.2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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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사 구리도시공사, 스스로 공모절차 위반해 논란
한강변 도시개발산업이 예정된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 일대 ⓒ시사저널 임준선
한강변 도시개발사업이 예정된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 일대 ⓒ시사저널 임준선

부지 조성 사업비만 4조원에 달하는 대형 개발 사업인 구리 한강변 도시개발사업을 심사한 구리시와 산하기관 구리도시공사가 스스로 공모절차를 위반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구리시 한강변 도시개발사업(가칭)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이하 지침서)’에 보면 ‘제39조(우산협상대상자 선정) 1항’에 “공사(구리도시공사 지칭)는 사업신청자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평가하여 최고 점수를 얻는 사업신청자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한다”고 돼 있다.

<구리시 한강변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제39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① 공사는 사업신청자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평가하여 최고 점수를 얻는 사업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다. 단, 최고 득점자가 다수인 경우에는 사업 및 운영계획 분야 평가내용 중 사업수행능력의 점수가 높은 사업신청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다. 

올 11월5일 발표된 공모 심사에서 최고득점자는 1217점을 얻은 GS건설컨소시엄(이하 GS컨소)이, 2등은 4점이 적은 1213점을 받은 KDB산업은행컨소시엄(이하 산은컨소)이 차지했다. 공모지침서에 나온 대로라면 구리도시공사는 당일 최고 점수를 얻은 사업신청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날 우선협상대상자는 발표되지 않았다. 사업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이 때부터다.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 통보된 것은 한참 뒤인 11월24일이다. 구리도시공사는 당일 GS컨소에 “공모지침서를 위반했기에 사업신청이 무효가 되었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구리도시공사는 공모지침서 제21조에 나온 ‘시공능력평가 10위 이내 건설회사는 1개 컨소시엄에 2개사 이하로 참여를 제한한다’를 근거로 GS컨소가 공모지침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GS컨소는 “구리도시공사에 사전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9월1일 질의 회신을 통해 ‘시공능력평가공시는 2019년 12월31일 기준을 의미한다’는 공식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올해 7월 말을 기준으로 하면 GS컨소에는 GS건설(4위), 현대건설(2위), SK건설(10위) 등이 시공능력 10위권 내 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을 적용하면 SK건설은 11위로 10위권 밖에 있다.

 

최고점자 선정·이의제기 불가 원칙 스스로 깨

결국 관련 규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향배가 결정된다. 심사결과를 통보하면서 구리도시공사 내 사업심사 담당자는 최고점을 받은 GS컨소 관계자에게 해당 규정을 해석하는 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있었음을 털어놓았다. 시사저널은 취재 과정에서 이 담당자의 통화녹음 기록을 입수했다.

“각 컨소들이 다르게 해석했다. A사는 2019년 B사는 2020년으로 했는데, 그걸 평가하기 전에 알았다.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다 싶어 법률자문을 받는데 시간이 걸렸다.(중략) 다른 공모지침 기준은 2019년으로 돼 있어서 그것(사전질의 회신)도 그런 의미로 썼다.”

이 관계자 말대로라면 해당 규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향후 논란이 될 수 있겠다는 것을 구리도시공사가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GS컨소 관계자는 “공모에 참여한 각 컨소들이 제각각 기준을 적용했다면 심사기관이 이를 사전에 바로 잡았어야 했는데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다.  엉뚱하게 답변해 논란을 키운 것이다. 결국 모든 책임은 구리도시공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공모기준은 2019년인데 시공능력평가만 2020년으로 정한 것 자체가 특정업체 밀어주기라는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산은컨소에는 KDB산업은행을 비롯해 대우건설·포스코건설·동부건설·요진건설산업·한국토지신탁·유진투자증권 등이 참여했으나 사실상 유진기업이 사업을 주도했다는 게 사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KDB산업은행컨소시엄이 제안한 경기도 구리 '한강변 도시개발사업' 조감도 ⓒ뉴시스
KDB산업은행컨소시엄이 제안한 경기도 구리 '한강변 도시개발사업' 조감도 ⓒ뉴시스

이밖에도 구리도시공사는 공모사업자들에게 ‘민간사업자 공모 심사과정상 평가위원 선정방식 및 상정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사업자선정이 뒤바뀐 데는 차점자인 산은컨소의 이의제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역시 구리도시공사가 스스로 원칙을 훼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1, 2위 업체 바뀌어…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

구리도시공사 법률대리인이 의정부지법에 제출한 답변서엔 “산은컨소는 11월11일 법무법인들의 검토의견서를 첨부하여 채권자(GS건설) 컨소시엄의 사업신청자격 요건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돼 있다.

<구리시 한강변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

서약서 中

4. 민간사업자 공모 심사과정 상 평가위원 선정방식 및 상정 결과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의정부지법에 제출된 구리도시공사 법률대리인 답변서 中

 

“산업은행 컨소시엄은 2020. 11. 11. 법무법인들의 검토의견서를 첨부하여 채권자(GS건설) 컨소시엄의 사업신청자격 요건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이의를 제기하였습니다”

다른 업체들에겐 이의제기를 하지 말라고 해놓고선 특정 업체의 이의제기만 받아준 셈이다. 이에 대해 GS컨소 관계자는 “산은컨소 이의제기는 받아주고 우리 쪽에게는 어떤 해명도 듣지 않고 졸속으로 결과를 낸 구리도시공사의 처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다보니 윗선에서 무리하게 특정업체를 밀어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GS컨소는 구리도시공사를 상대로 의정부지법에 가처분 소송을, 감사원엔 감사청구를 제출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구리도시공사 담당자는 "현재 소송중이라 취재에 응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김재남 구리도시공사 사장에게 휴대전화 및 문자를 보냈으나 회신 또는 답변을 듣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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