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권력 실패의 필요조건
  •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2.25 17:00
  • 호수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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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양면적이다. 최근의 민심이반에는 코로나19 3차 유행이 결정적이다. 신규 확진자 수는 연일 신기록이었고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격상 타이밍을 계속 놓치며 머뭇거렸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백신을 맞거나 얼마를 확보했다는데 우리는 언제일지 확실치 않다. 코로나는 권력의 미래도 결정한다. 짧게는 오는 4월 서울과 부산 시장 보선, 길게는 2022년 3월 대선 향배의 밑그림이다. 당장 오는 4월 보선 결과에 따라 대통령과 민주당의 레임덕은 판가름 나게 됐다.  

코로나와 같은 돌발상황이 어쩌다 권력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게 되었을까? 권력의 준비 부족이자 상황 관리 실패의 결과다. 민주당은 주거정책의 기본원칙으로 1가구 1주택 보유와 주거를 명시하는 1가구 1주택법을 발의했다. 공동발의자 11명 중엔 다주택자도 포함되었다. 어차피 되지 않을 법안이라는 뜻인가, 아니면 어떤 내용인지도 모른다는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5부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5부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집값·전셋값 상승에 대해서는 60% 이상이 부정적이다. 부동산은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하락의 첫 번째 요인이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거나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내부의 주장도 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은 보수와 중도는 물론 진보층에서도 나온다. ‘다이아몬드 지지층’이라고도 불렸던 문재인 지지층의 핵심, ‘호(남)4(0대)화(이트칼라)’의 해체 또는 이완은 레임덕의 시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도층과 수도권에서의 ‘정권 교체’ 또는 ‘심판론’의 우세가 확연해진다.

‘나는 사회주의자’라는 진보 인사가 “문재인 대통령이 왜 집권했는지 잘 모르겠다”거나 “무슨 국정 철학을 갖고 있고 정치 철학을 갖고 있는지, 미래 청사진을 갖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얼마나 준비가 부족했다는 뜻일까? 권력 획득의 행운이 국민의 행운이어야 한다.

“사람들이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잘 모르겠다고 한다. 다들 불안하고 무언가 알고 싶어 하는데 터놓고 알아듣게 얘기해 주지 않는다”고 진보 신문의 칼럼에서조차 “솔직한 얘기를 듣고 싶어요”라고 한다면 지금 문제가 무엇이라는 뜻일까?

“리더는 올바른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올바른 일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비전이 없는 리더는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판단력이나 직관을 갖추지 못해 실패하고 만다. 어떤 리더가 올바른 일이 무엇인지 알지만 그것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 자신이 무능한 탓이다. 위대한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은 성취할 줄 아는 역량이다.” 닉슨의 말이다.

할 줄 아는 리더이자 성취하는 리더의 첫걸음은 국민과 야당 설득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신은 정치할 생각 마라”고 했다는 문 대통령의 직접 브리핑과 기자회견은 지금까지 6회라고 한다. 우리는 국정의 최고책임자로부터 그 어떤 얘기도 직접 듣지 못했다. 우리가 본 건 대변인이 대신 말하거나 국무회의 또는 참모회의에서 원고를 읽는 대통령뿐이다.

이제 권력의 마무리 투수가 등장할 때다. 핵심은 비서실장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가능한 한 자유롭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정치적 실행력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권력의 달인’ 박지원 국정원장도 역할을 분담할 수 있다. 당장 급한 건 검찰총장 징계 건 후폭풍 관리와 ‘반시장적이며 반노동적인’ 개각 인사의 정리다. 준비는 부족했더라도 상황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상황 관리의 실패, 권력 실패의 필요조건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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