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父 "박원순 극단적 행동이 2차 가해의 시작"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1.01.25 10:00
  • 호수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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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로 좁혀지는 진실의 그물망...피해자 母 "진혜원 검사 꽃뱀 소리에 정신적·육체적으로 무너졌다"

“진실의 그물은 촘촘합니다. 거짓으로는 망을 벗어날 수 없죠.” 지난해 8월 김재련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귀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 A씨의 법률대리인인 그는 수차례 ‘진실’을 언급했다. 당시만 해도 성긴 듯 보였던 진실의 그물이 사법기관의 판단으로 차차 메워지고 있다.

그물코가 좁혀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30일. 이날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에 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요지는 “피고발인(경찰·검찰 및 청와대 관계자)들이 피소 사실을 유출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모두 불기소 처분한다”는 것이었다. 단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진실의 곁가지가 드러났다.

“박원순 전 시장 비서진 등 관련자들의 진술 및 이에 부합하는 통화내역,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등에 비추어 아래와 같은 사실관계를 확인함. (중략) 박 전 시장이 ‘피해자와 이전에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함. (중략) 박 전 시장은 2020년 7월9일 13시24분경 특보에게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라는 텔레그램을 보냈음.”(12월30일 북부지검 보도자료)

ⓒ일러스트 ReplayH
ⓒ일러스트 ReplayH

이들 발언을 확인하기 위해 굳이 포렌식으로 업무폰을 복구할 필요도 없었다. 텔레그램에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텔레그램에서 삭제된 메시지는 복구하기가 쉽지 않다. 디지털포렌식 업계 관계자는 “텔레그램은 카카오톡보다 강력한 암호화 프로그램을 써서 복구율이 낮다”며 “복구가 완전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박 전 시장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성추행 피해자 A씨를 굳이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따로 초대했기 때문이다.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해 7월13일 기자회견에서 그 증거사진을 공개했다.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서 나눈 대화는 서버에 저장되지 않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삭제된다. 김 변호사는 “박 전 시장이 비밀 대화방에 초대한 2020년 2월6일은 A씨가 (비서실이 아닌)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던 날로, 비밀 대화를 요구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전 시장은 사망 직전 텔레그램을 통해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면목이 없다. 얼마나 모두 도왔는데”란 메시지도 보냈다. 이 역시 그대로 남아 있었다. 박 전 시장이 자신의 잘못을 인지했고, 또 인정했다는 걸 유추할 수 있다.

판결문이 나오자 진실의 그물은 더욱 탄탄해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월14일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 정아무개씨에 대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정씨는 지난해 4월 회식이 끝난 뒤 비서실 직원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다. 재판부는 정씨의 혐의를 인정함과 동시에 박 전 시장의 가해 내용 또한 언급했다.

재판부가 박 전 시장의 가해 내용을 언급했을 때 법정은 술렁였다고 한다. 사법부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다. 박 전 시장이 “문제 소지가 있다”고 본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의 내용도 드러났다. A씨는 서면으로 “사법정의를 실현시켜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다만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었던 기회를 앗아간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다. 박 전 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흘렸다는 의혹을 받는 당사자 3명(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영순 대표는 A씨의 변호인이 고소장을 내기 전에 시민단체에 지원 요청을 한 사실을 알게 됐다. 김 대표는 이를 친분이 있던 남 의원과 임 특보에게 전달했다. 검찰은 “박원순 전 시장은 특보로부터 ‘구체적 내용이나 일정을 알 수 없으나 피해자로부터 박 전 시장을 상대로 고소가 예상되고, 여성단체와 함께 공론화할 예정이다’라는 취지의 말을 전해 들은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지원단체는 법원 판결 이후 A씨와 가족들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적어도 남인순, 김영순, 임순영 세 사람에 의해 7월의 참담함이 발생했고, 오늘까지 그 괴로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상황에 책임지는 행동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중략) 고소장을 접수하기도 전에 상대방에게 고소 사실이 알려질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생각해도 너무 끔찍합니다.”(1월18일 A씨 입장문)

남 의원은 1월5일 “나는 피소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유출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1월14일 소속 단체로부터 불신임 조치됐다. 임 특보는 같은 날 임기 만료로 면직됐다. 서울시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임 특보는 물론 다른 누구에게도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이들만이 아니다. 2차 피해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꼽힌 사람들이 더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 △윤준병 민주당 의원(전 서울시 부시장) △진혜원 검사 △김민웅 경희대 교수 △김주명·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 △민경국 전 서울시 비서관 등이다.

“나는 말합니다. 죽으면 또 악성 지지자들이 ‘그것 보라고 지가 잘못했으니 죽은 거’라고 나올 거라고. 그럴수록 더 씩씩하게 살자고 겨우 달래 놓으면, 이낙연 대표가 나와서 사과 같지 않은 사과를 하고, 또 달래 놓으면 윤준병 의원이 사필귀정이라는 둥 뭐라 하고, 또 달래 놓으면 진혜원 검사가 꽃뱀이 어쩌고 뭐라 하고, 김주명·오성규·민경국·김민웅 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또 한마디씩 황당한 소리를 하고, 그런 상황이 되풀이되며 우리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폐해졌습니다.”(1월18일 A씨 어머니 입장문)

박 전 시장이 사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진실의 그물은 거짓을 옭아맸다. 하지만 거짓으로 인한 상처는 지금도 곪아가고 있다. A씨 아버지는 말했다. “박원순 시장이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극단적 행동을 한 자체가 2차 가해의 시작이었다”(1월18일 입장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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