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신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 ‘첫 무죄’
  • 김수현 객원기자 (sisa2@sisajournal.com)
  • 승인 2021.02.2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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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정당한 거부 사유 해당”…원심판결 인정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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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아닌 폭력 거부 등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남성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비종교적 신념이 양심적 병역거부로 허용된 첫 사례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예비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도덕·철학적 신념에 의한 경우라도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에 해당한다면 예비군법이 정한 정당한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무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인정했다.

A씨는 앞서 수차례 예비군 훈련에 불참해 예비군법 및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어린시절 폭력적인 성향의 아버지를 보며 비폭력주의 신념을 가지게 됐다”며 또 “미군의 민간인 학살 동영상을 본 뒤로는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전쟁을 통해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1심과 2심 법원은 A씨가 가정 폭력을 겪으면서 비폭력에 대한 신념을 형성하게 된 과정과 입대 및 군사훈련을 거부하게 된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1심은 “A씨는 예비군 훈련불참 등으로 수년간 수십회에 걸쳐 조사를 받고 총 14회에 걸쳐 고발되고 기소돼 재판을 받아 안정된 직장을 구할 수 없어 일용직이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신념을 형성하게 된 과정, 입대 및 군사훈련을 거부하게된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경제적 손실과 형벌의 위험 등을 감수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일관해 주장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A씨의 훈련 거부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볼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A씨가 병역거부 중 가장 부담이 큰 현역 복무를 이미 마쳤는데도 예비군 훈련만을 거부하기 위해 수년간의 불이익을 모두 감수하고 있는 점, 유죄로 판단될 경우 예비군 훈련을 면할 수 있도록 중한 징역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점 등을 보면 A씨의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다는 사실이 결과적으로 소명된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검사는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날 A씨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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