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조’ 누구? 靑에 어수선한 분위기 감지되는 이유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02.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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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결심에 이탈 결심…극심한 피로감 호소도

최근 청와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서로에게 가장 많이 묻는 말이 무엇일까. 바로 ‘다음 자리’다. 청와대에 파견을 온 ‘늘공(늘 공무원, 직업 공무원)’들은 부처로 원대복귀하면 되지만, ‘어공(어쩌다 공무원, 정무직 공무원)’들은 얘기가 다르다. 당으로 돌아갈지, 다음 지방선거에 출마를 할지, 제3의 길을 찾아 떠날지, 계속 남을 건지 등을 정해야 한다. 청와대 참모진 전체가 이런 것은 아니지만 이와 같은 분위기는 분명하게 포착된다. 즉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인원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최근 청와대의 어수선한 분위기의 한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청와대는 7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긴급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방안을 비판한 데 대해 "청와대가 대응할 사안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 연합뉴스 
ⓒ연합뉴스 

지금 청와대에 있는 공무원들은 순장조(殉葬組)일까. 청와대 순장조는 선거 출마 등 없이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청와대에 남아 국정에만 전념하는 참모를 일컫는다. 문재인 정부의 공과(功過)를 대통령과 고스란히 나눌 한 배를 탄 운명인 셈이다. 아직 순장조는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 작년 연말 문 대통령이 유영민 비서실장을 새롭게 발탁하면서 임기 마지막 청와대 진용 짜기에 돌입했지만, 그 아래 참모진들은 아직 최종 결정을 요구 받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지금 청와대에서는 두 가지 흐름이 관측된다. 우선 자발적 비(非)순장조다. 내년 6월 예정된 지방선거 출마를 결심하고 사의를 표했거나 곧 예정하고 있는 어공들이다. 최소한 선거 1년 전에는 청와대를 떠나 출마 지역 텃밭을 일구겠다는 것이다. 현재 청와대엔 선거 출마를 위해 선임행정관 등 직급을 달아주고 1년 정도의 경력 관리를 해주며 ‘정치 체급’을 높여준 이들이 있다. 

선거 출마 등 제3의 길에 뜻이 없지만 비순장조를 결심한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극심한 피로감 때문이다. 청와대 업무강도는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달을 보고 출근해서 달을 보고 퇴근한다. 실제 지금 청와대 참모진 상당수의 건강이 눈에 띄게 상한 것이 관찰된다. 잇몸이 내려앉아 치과 치료를 달고 살거나 허리통증이 너무 심해져 책상과 의자 등을 바꾸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살인적 업무강도를 소화하고 있지만 국정과제 성과가 더딘 점도 이들의 마음을 지치게 하고 있다. 이에 현재 청와대는 사기 진작 등을 위해 승진 대상자를 추리고 있다.

물론 분위기 쇄신과 새 동력 확보를 위해 순장조 선별 작업은 꼭 필요하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어느 정권에서나 있는 일이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개인의 열정·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내구연한에 따른 한계가 있어 청와대의 긴장감·활력을 위해서도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이들 상당수가 지금 청와대에서 일을 도맡아 하는 핵심 실무진이라는 점이다. 청와대로서는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이들이 떠나면 새로운 인력을 당 안팎에서 수혈해야 한다. 손발을 맞출 인재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청와대의 큰 숙제다. 청와대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이에 대대적인 인사는 물론 조직개편도 검토하고 있다. 이번에 조직개편은 무산됐지만 4월 선거 전후 김상조 정책실장 교체 등을 고리로 경제수석 등이 연이어 바뀌며 대대적인 인사와 함께 마지막 순장조가 일할 조직으로 새롭게 개편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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