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통과로 탄력붙은 가덕도 신공항…‘건설까지 험로 예상’
  • 김수현 객원기자 (sisa2@sisajournal.com)
  • 승인 2021.02.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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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 면제, ‘선거 노린 졸속 입법’ 비판 확산…시공성·환경성 논란도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부산항신항. 사진은 지난 4일 촬영한 모습ⓒ연합뉴스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부산항신항. 사진은 지난 2월 4일 촬영한 모습 ⓒ연합뉴스

동남권 신공항 부지를 부산 가덕도로 확정하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2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발의 석달 만에 일사천리로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대형 국책사업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4월 부산시장 보선을 겨냥한 ‘표(票)퓰리즘 공항’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 데다 공항의 경제성·안전성 관련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진행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여 특별법 제정에도 타당성 검증을 위한 여러 절차를 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6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재석 229명에 찬성 181명, 반대 33명, 기권 15명으로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가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1월 26일 한정애 당시 정책위의장을 대표 발의자로 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발의한 지 92일 만이다. 법안 통과로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는 부산 가덕도로 확정됐다.

특별법은 필요 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환경영향평가는 면제하지 않고 실시하도록 했다. 공항 건설을 위한 물품이나 용역 계약을 맺을 때 현지 업체를 우대하고, 국토부에 신공항 건립 추진단을 두는 내용도 담겼다.

또 국토부 장관이 실시계획을 수립하거나 승인하려 할 때 각종 규제 관련 내용이 있으면 미리 관련 기관장과 협의하도록 하고, 협의 요청을 받은 기관장은 20일 이내 의견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은 입법 추진 과정부터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논의는 지난해 11월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확장안을 사실상 백지화하면서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바로 동남권신공항추진단을 구성해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이를 두고 대형 국책사업을 선거에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다.

특히 입지 선정 과정 없이 가덕도를 공항 예정지로 못 박은 것부터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앞서 2016년 동남권신공항 후보지 선정 당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연구용역에서 가덕도는 김해신공항과 밀양에 이어 3등을 했기 때문이다.

국회가 공항 건설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아예 무시했다는 비판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총리실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안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한 결정적 근거가 ‘절차적 흠결’이었다”면서 “과연 공항 건설에 필요한 여러 절차를 건너뛸 수 있도록 한 특별법이 어떻게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특별법 제정에도 실제 가덕도 신공항이 건설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특히 기재부가 예타를 면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토부가 이달 초 특별법 심사 과정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전달한 보고서에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관련한 문제점이 조목조목 지적돼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가덕도 신공항이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사업비 28조6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또 국토부는 2056년 부산의 국제선 여객 수요가 4604만 명이 될 것이라는 부산시의 항공 수요 전망도 비현실적이라고 봤다. 이처럼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드는 비용 대비 효용을 따질 경우 예타의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특별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예타를 무조건 면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별법은 필요한 경우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고 특례 규정을 담고 있으나 이는 강제조항이 아니다. 게다가 앞서 기재부는 특별법 심사 과정에서 예타를 통해 타당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토위에 전한 바 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명예교수는 “기재부가 공항 건설 추진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예타를 면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국토부뿐 아니라 기재부, 법무부 등이 모두 문제점을 지적해온 만큼 충분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타당성 조사도 순탄치 않을 거라는 전망이 뒤따른다. 국토부는 이미 가덕도 신공항 관련 검토 보고서에서 진해비행장 공역 중첩 등의 이유로 위험성이 증가하고, 가덕도 신공항을 기존 김해공항과 동시에 운영할 경우 돗대산 추락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시공 측면에서도 외해에 위치해 난공사, 대규모 매립, 부등침하(땅이 고르지 않게 침하하는 현상)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으며, 해상매립 공사에만 6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항 건설 과정에서 환경 이슈가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는 보고서에서 “해양 매립으로 생물다양성, 보호 대상 해양생물 서식지 등으로 보전 가치가 높은 해양생태도 1등급 지역이 훼손돼 환경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우려를 내놓은 바 있지만 특별법이 제정된 만큼 가덕도 신공항이 조속히 건설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특별법이 위임한 세부 내용을 정하기 위한 하위법령을 제정하고 사전타당성 조사를 위한 준비 작업에도 착수할 방침이다.

사전타당성 조사는 하반기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 기본계획과 기본설계 등의 수순도 밟아야 하는 만큼 절차적 관문을 통과한다고 해도 실제 착공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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