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피의 일요일’에 전세계 청년들 들고 일어났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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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쿠데타로 역대 최악인 18명 사망하자 동남아 SNS에서 ‘밀크티 동맹’ 확산…”우리는 함께다”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가 시작된 지 4주 만에 최다 사상자가 속출했다. 유엔은 이날을 “피의 일요일”로 부르며 시위자들에 대한 폭력을 즉각 중단할 것을 군부에 촉구했다. 안팎에선 미얀마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운동이 거세질 전망이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2월28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쓰레기통으로 바리케이드를 쌓고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발발 한 달을 앞두고 주말 이틀간 강경 진압에 나서 유혈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 연합뉴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2월28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쓰레기통으로 바리케이드를 쌓고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2월28일(현지시각) 미얀마에서 최소 18명이 사망하고 30명 이상이 다쳤다고 유엔인권사무소가 전했다. 이들 사상자는 미얀마 군경이 양곤, 다웨이, 만달레이 등지에서 군중에 실탄을 쏘고 수류탄을 던진 것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지난 2월1일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이후로 최악의 상황이다. 일부 미얀마 시민들은 SNS를 통해 이날만 20명 이상이 숨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또 “경찰이 7명의 기자와 함께 최소 85명의 의료진과 학생들을 구금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포함해 마음대로 체포하고 가둔 사람들은 1000명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쿠데타 이후 체포∙기소되거나 형을 선고받은 시민의 수는 1132명이 넘었다”고 보도했다. 

일부 시민들은 참상의 잔혹함을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양곤의 한 병원 의사는 익명을 요구하며 “가슴에 총알이 박힌 시위자가 병원에 실려왔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여성은 “경찰이 수류탄으로 선생님들의 시위대를 해산한 뒤 우리 엄마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호소했다. CNN은 참상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미얀마 경찰에 질문을 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라비나 샴다사니 유엔인권사무소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얀마 시위에서 고조되는 폭력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평화 시위자들에 대한 폭력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미얀마 시민들도 SNS에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국제 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이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미얀마 시위대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콩 청년들 47명이 2월28일 동산에 올라 '밀크티 동맹'이라 적힌 팻말을 들고 미얀마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 트위터 캡처
홍콩 청년들 47명이 2월28일 동산에 올라 '밀크티 동맹'이라 적힌 팻말을 들고 미얀마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 트위터 캡처

이날 하루 SNS에선 ‘밀크티 동맹(MilkTeaAlliance)’이란 해시태그가 약 100만 번 공유됐다. 밀크티 동맹은 태국, 홍콩, 대만 등 동남아 국가에서 독재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뭉친 국제 연대다. 이들 지역에서 밀크티가 인기 있는 음료라는 것에 착안해 이름이 지어졌다. 지난해 중국의 탄압에 힘을 모아 저항하자는 뜻에서 청년들을 중심으로 생겨났다. 

밀크티 동맹은 오프라인으로 확장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의 일요일’이 벌어진 2월28일 대만 타이베이에선 밀크티 동맹이 거리 집회를 열었다. 대만 시민들은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아시아의 봄”을 주창했다. 홍콩에선 밀크티 동맹 시위자들이 동산에 올라 “미얀마는 독재를 멈추라”고 외쳤다. 태국의 활동가 라따삿 쁠렌웅은 로이터에 “미얀마 활동가들이 아주 적극적으로 밀크티 동맹에 동참하고 있다”며 “우리는 함께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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