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잘못에서 교훈 얻어야” 한다면서도 화해 제스처 취한 대통령의 對日 메시지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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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주년 3·1절 기념식 탑골공원에서 개최…한일관계 관해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 재확인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이 3월1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김원웅 광복회장과 여러 애국지사 등이 자리를 채웠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일본과의 관계를 언급하며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강조했다. 동시에 일본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월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월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3·1독립운동이 시작된 역사의 현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3·1독립운동 기념식이 열리게 되어 참으로 뜻깊고 감회가 크다”는 말로 기념사를 읊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탑골공원에서 3·1절 기념식이 열린 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우선 코로나19 극복 의지를 꺼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우리는 미국, 중국, 러시아, 몽골과 함께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를 출범시켰다”면서 “일본도 참여를 검토하고 있으며 나아가 북한도 함께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념식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일본에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3·1절에 일본을 자극하지 않는 것 자체가 관계 개선을 위한 메시지”라고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일본과의 최대 현안인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은 “과거의 잘못에서 교훈을 얻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존중받는 길”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과거 행위를 잘못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행동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언제나 피해자 중심주의의 입장에서 지혜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관계 개선에 있어 피해자 입장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정부의 기조를 다시 강조한 셈이다. 

또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며 “역지사지의 자세로 머리를 맞대면 과거의 문제도 얼마든지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기존 정부의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내용은 없지만,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 만은 없다” “한일 양국의 협력과 미래 발전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이전의 3·1절 기념사에 비하면 다소 전향적으로 대일(對日)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언제든 대화 준비 돼있어"...일본 '잘못' 내용은 언급 안해 

한편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기념식은 ‘세계만방에 고하야(世界萬邦에 告하야)’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일제 침탈의 아픔 속에서도 선조들이 하나 되어 타오른 의지로 이루어 낸 독립을 이제는 한국이 세계적인 선도국가로의 도약과 도전으로 세계만방에 선언한다”는 뜻이 담겼다. 기념식은 독립운동가 이상오 선생의 후손 이재하씨와 아나운서 장예원씨가 맡았다. 이번 기념식에선 총 275명의 독립유공자가 정부포상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들 중 7명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애족장, 건국포장, 대통령표창 등을 직접 전달했다.

기념식은 화려한 출연진이 돋보였다. 메이저리그(MLB)에서 뛰고 있는 야구선수 류현진이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영상을 통해 낭독했다. 이어진 ‘독립선언서’ 낭독은 가수 전소미가 맡았다. 전소미는 다문화 가정의 대표이자 K-콘텐츠를 알리고 있는 아이돌 가수 대표로 참석했다. 

그 밖에 첼리스트 홍진호가 아리랑과 아일랜드 민요 ‘대니보이’를 엮어 헌정 공연을 펼쳤다. 대니보이는 아일랜드가 잉글랜드 지배를 받고 있을 때 아이랜드인 부모가 전쟁터로 떠난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는 노래다. 홍진호는 정통 클래식 음악가로 지난해 JTBC 경연프로그램 《슈퍼밴드》에서 우승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또한 가수 정인과 매드클라운(본명 조동림)이 합창단과 함께 ‘대한이 살았다’를 열창했다. 매드클라운은 《전태일 평전》을 쓴 인권변호사 고(故) 조영래의 조카다. 기념식 끝에는 예비 의료인들의 선창에 따라 만세 삼창이 진행됐다. 청와대는 “국가적 보건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선도국가로 도약하고자 하는 다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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