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예고와 달리 한산했던 3·1절 집회…빗속에서도 “문재인 탄핵”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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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광복절 집회발 코로나 대유행 우려
집회 참가자들이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한 보수단체의 기자회견을 펜스 넘어에서 바라보고 있다.  경찰이 3·1절 집회 참가자들을 통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창민 기자
3월1일 집회 참가자들이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한 보수단체의 기자회견을 펜스 넘어에서 바라보고 있다. 경찰이 3·1절 집회 참가자들을 통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창민 기자

3월1일 오전 11시. 새벽부터 주적주적 비가 내린 탓이었을까. 몸이 무거웠다. 보수단체들의 3·1절 집회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비가 온 탓에 행인이 많지 않았다. 거리 곳곳에 꽂아진 태극기만 흩날렸다. 보수단체들의 단골 집회 장소인 서울역과 덕수궁 앞에도 집회 참가자라고 볼 법한 군중은 없었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누가 나올까?’ 싶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광화문에 도착하자마자, 경찰과 승강이를 벌이는 60대 남성을 만났다. 이 남성은 “이 XXX아, 왜 집회 못 하게 하느냐”며 경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경찰은 “코로나 방역 관리 때문에 허가된 집회만 가능하다”며 이 남성을 막아섰다.

삼일절을 맞아 보수단체들은 서울 도심서 대대적인 집회를 예고했다. 온 국민이 지난해 8월15일 ‘광복절 집회발 코로나 대유행’의 악몽을 떠올리며, 보수단체의 집회 소식에 크게 우려했다. 시사저널은 3월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집회 현장을 찾았다.

이날 광화문 곳곳에서 소규모 집회와 기자회견만 진행됐다. 일부 장소에서는 집회 신고가 됐으나 참가자들이 불참했다. 앞서 법원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집회 참석 인원을 9명 이하로 제한했다. 서울 광화문 일대는 집회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이 때문에 경찰들은 서울광장 곳곳에 펜스를 설치해 집회 참가자들이 모이는 걸 통제했다. 대략 100m마다 형광색 우비를 입은 경찰 병력이 배치돼 있었다.

3·1절인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이 있는 대규모 집회를 막기 위해 펜스가 설치돼 있다.ⓒ연합뉴스
3·1절인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이 있는 대규모 집회를 막기 위해 펜스가 설치돼 있다.ⓒ연합뉴스

3·1절 집회 우천·코로나 재확산으로 집회 참석률 저조

그래서일까.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을 찾은 집회 참가자들은 방황했다. 이들은 하나 같이 ‘문재인 탄핵, 박근혜 무죄’ ‘부정선거 가담자 전원 사형’ 등의 팻말을 목에 걸고 빗속을 헤맸다. 무리에 있던 한 60대 여성은 “경찰이 사방을 막아놔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광화문 광장 쪽에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졌다. 이들의 발걸음은 확성기가 들리는 쪽으로 향했다. 기자도 따라가 봤다. 발걸음이 멈춘 곳은 광화문 세종문화예술회관 앞이었다. 보수단체 비상시국연대가 이날 12시경 세종문화예술회관 앞에서 ‘文(문재인 대통령) 폭정 종식! 김명수 퇴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에는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과 김문수 전 경남도지사가 참여했다.

기자회견 도중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 “다들 사회적 거리 유지해주세요. 기자회견장에는 들어가면 안 됩니다” “왜 못 들어가는데, 민주국가에서 경찰이 국민을 이렇게 통제해도 되는 겁니까”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찰은 기자회견장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쳐놓으며, 집회 참가자들이 모이는 걸 막고 있었다. 50명 가량 되는 경찰 병력이 기자회견장을 에워쌌다. 경찰은 기자회견장에 들어가려는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신고한 인원만 기자회견장 앞에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통제에 몇몇 집회 참가자는 발걸음을 돌렸다.

일부 집회 참가자가 3월1일 12시경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비상시국연대의 기자회견장에 난입하려고 하자,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쳤다. ⓒ박창민 기자
일부 집회 참가자가 3월1일 12시경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비상시국연대의 기자회견장에 난입하려고 하자,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쳤다. ⓒ박창민 기자

큰 충돌 없이 마무리

오후 2시경, 우리공화당 집회가 예정된 한국은행 앞으로 이동했다. 걸어가는 내내 피켓을 들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과 마주쳤다. 우비를 입고 1인 시위를 하는 이들도 많았다. 용인 수지에서 온 70대 한 남성은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혼자 서울에 왔다. 이 남성은 “비도 오고, 코로나 때문에 안 오려고 했지만, 나라 돌아가는 꼴이 하도 답답해서 혼자라도 왔다”며 “정부 방역 지침대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혼자 시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오후 5시에 끝났다. 다행히 큰 충돌은 없었다. 새벽부터 내린 장대비와 코로나 재확산 우려 때문에 집회 참석 인원이 많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2000명 이상이 집회에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참가 규모는 더 적은 것으로 보였다.

서울에는 종일 장대비가 쏟아졌다. 광화문에 도착한 지 10분만에 취재기자의 신발에 빗물이 스며들 정도였다. 집회 현장을 취재하는 동안 집회 참가자들이 하나 같이 “비도 오고, 제대로 집회하는 곳이 없다”며 철수했다.

경찰은 지난해 8․15 ‘광복절 집회 발 코로나 대유행’ 같은 상황을 우려하며, 집회 통제에 총력을 기울였다. 당시 광화문 광장은 소규모 집회만 허용했으나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결국 신종 코로나19 집단 감염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우리공화당 집회 질서유지를 담당했던 한 경찰은 “비가 와서 많이들 안 나온 것 같다. 또 정부·언론·정치권에서 ‘집회 참석하지 마라’고 압박한 덕분에 예상한 것보다 집회 인원수가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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