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록’도 성추행이 될까 [생활법률 Q&A]
  • 강민구 변호사 (mkkpro@naver.com)
  • 승인 2021.03.02 15: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 강민구의 사건분석]
‘강제추행죄’가 인정된 판례들

Q. 20대 여성입니다. 지난 2018년 5월 회사 회식자리에서 대표 A씨에게 이직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자 제 머리를 팔로 감싸 가슴 쪽으로 잡아당기더군요. 일명 ‘헤드록’이죠. A씨는 제 머리를 주먹으로 두 차례 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는 제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며 “어떻게 해야 붙잡을 수 있지. 머리끄덩이를 잡고 붙잡아야 하나"라고 말하더라고요. 이거 성추행 아닌가요?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연합뉴스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연합뉴스

 

A. 헤드록을 걸면 경우에 따라 강제추행죄가 성립된다.

이 사건으로 당시 A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객관적인 추행 행위”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회사 일을 잘 해보자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지 성적인 의도로 한 행위는 아니다”라며 무죄 판결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A씨)의 행동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그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피고인의 행위가 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포함해 최근 대법원 판결을 보면, 갈수록 강제추행죄에 있어 피해 대상 신체부위를 폭넓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상관이 10초 가량 여군의 손등을 문지른 행위는 강제추행죄가 성립된다. 가해자가 군 상급자이기 때문에 정확히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에 해당한다. 대법원 판시에 따르면, 이 사례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체를 접촉한 경위와 접촉 시간이 약 10초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성적 동기가 내포된 행위로 볼 수 있다. 

직장 상사가 여직원에게 “모텔 가자”며 강제로 손목을 잡아 끌어도 역시 강제추행죄가 성립된다. 통상적으로 성적 의도 없이 손목을 잡은 경우는 강제추행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만약 피해 여성이 그로 인해 성적 수치감을 느꼈다고 해도 성희롱에 해당할 뿐이다. 하지만 직장 상사가 모텔로 유도하며 성적 의도를 갖고 후배 여성의 손목을 잡았다면, 이는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물리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물리력 행사 자체를 추행으로 간주해 기습추행죄가 성립된다. 

 

■ 강민구 변호사는 누구

강민구 법무법인 진솔 대표변호사
강민구 법무법인 진솔 대표변호사

강민구 법무법인 진솔 대표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와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을 졸업했다.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서울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를 지냈다. 2001년 법무부 장관 최우수 검사상을 수상했다. 검찰을 떠난 뒤 형사와 부동산 분야에서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가동산 사건을 다룬 소설 《뽕나무와 돼지똥》을 비롯해 《부동산 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부동산·형사소송변호사의 생활법률 Q&A》《형사 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등이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