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등판에 범야권 단일화 판도 흔들렸다…‘기호2번’ 신경전 과열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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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야권 단일화, 오세훈vs안철수 대진표 확정…윤석열 전격 사의 표명 직후 더 복잡해질 듯

범야권 단일화를 위한 대진표가 확정됐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꺾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최종 단일화를 앞두고 정치 명운을 건 한 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오는 19일 후보 등록 마감일 전까지 단일화를 이룬다는 데에선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출마 기호를 둘러싸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단순 보궐선거 판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가 아니다. 향후 대선 판까지 염두에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야권의 유망주로 꼽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진 사임하고 정치판에 본격 등판하면서, 양당의 속내는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운데)가 야권 단일화를 두고 최종 경쟁을 벌이게 된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의 전격 사의 표명으로 단일화 판도가 술렁이고 있다. ⓒ 연합뉴스·시사저널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운데)가 야권 단일화를 두고 최종 경쟁을 벌이게 된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의 전격 사의 표명으로 단일화 판도가 술렁이고 있다. ⓒ 연합뉴스·시사저널

2번vs4번, 적합도vs경쟁력…단일화 관전 포인트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단일화 룰을 둘러싸고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안 대표가 단일화 후보로 선출될 경우 국민의힘에 입당 혹은 합당해 ‘기호 2번’으로 출마할 것인지, 국민의당 기호인 ‘4번’으로 출마할 것인지를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안 대표 측은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검토한 바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기호 2번으로 출마하지 않으면 국민의힘 선거 지원은 어렵다”는 강수까지 둔 상황이다. 

양측은 출마 기호뿐만 아니라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서도 이견을 보였다. 국민의당에 비해 정당 지지율이 앞서는 국민의힘은 단일화 경선에서 후보의 정당을 강조할 수 있도록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 방식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은 안 대표가 부각될 수 있는 ‘본선 경쟁력’을 묻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당이 단일화 룰을 두고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보선 이후 정계개편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단일화 경쟁에서 승리하는 당이 윤석열 검찰총장 등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들을 포섭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당장 윤 총장은 4일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며 자진 사퇴했다. 현 정부와 대척점에 선 윤 총장이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할 리 없기 때문에 기존 정당 중 남은 선택지는 국민의힘이나 국민의당 둘 뿐이다. 제3의 길을 스스로 열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다.

국민의힘으로선 당내 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아닌 안 대표가 ‘기호 4번’을 달고 서울시장에 당선돼 입지를 굳히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힌다. 이 경우 국민의힘은 제1야당으로서의 지위를 잃고 야권발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반면 안 대표가 단일화에서 승리하더라도 국민의힘 기호인 ‘2번’을 달고 승리한다면 당세를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강구도로 좁혀지면서 대선에서도 국민의힘 주자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7년 11월2일 열린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부터)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 ⓒ 연합뉴스
지난 2017년 11월2일 열린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부터)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습 ⓒ 연합뉴스

정치권 등판한 윤석열에 쏟아지는 러브콜

이런 가운데 야권은 전격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총장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안 대표는 “손발이 다 잘리고 온갖 위협 속에서도 당당하게 싸우고 있는 윤 총장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총장을 지키는 것은 윤 총장 개인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부패한 권력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는 부당함과 싸우는, 대다수의 양심적인 검사들을 응원하고 지켜내는 일“이라며 “윤 총장과 함께 문재인 정권의 횡포를 저지하자. 뜻을 같이하는 진정한 국민의 힘을 모아 강력한 반대 운동을 전개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윤 총장의 입장표명 직후 바로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검찰총장의 회한이 짐작된다”며 윤 총장에 힘을 실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이 정권은 자신들이 세운 '검찰개혁의 적임자'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자, 인사폭거로 식물총장을 만들다 못해 아예 형사사법시스템을 갈아엎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배 대변인은 “정부여당은 헌정사를 새로 쓰며 공수처를 탄생시켰고,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중수청마저 급조하려 하고 있다”며 “정권의 핵심과 그 하수인들은 당장은 희희낙락 할지 몰라도, 이제 앞으로 오늘 윤 총장이 내려놓은 결과의 무게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의 말대로 대한민국의 상식과 정의가 무너진 것을 확인한 참담한 날”이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지난 3일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을 설립하겠다는 의도는 대한민국을 완전한 일당독재로 가는 고속도로를 닦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커다란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확신한다”며 여권의 중수청 드라이브에 제동을 건 윤 총장에 힘을 실은 바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윤 총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고, 그 피해는 오직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정계 진출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앞으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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