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도에 소각재 매립지 건설…풀어야할 과제 ‘수두룩’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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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춘 인천시장 “친환경 특별섬 조성” 발표
영흥 제2대교 조성…매년 50억원 지원 약속
옹진군·영흥주민들·안산시 “당장 철회해야”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하는 독자적인 자체매립지 부지로 옹진군의 ‘영흥도’를 선정했다. 시는 지난해 11월 영흥도가 자체매립지 예비후보 1순위로 꼽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시는 옹진군과 영흥도 주민들을 달래기 위해 영흥 제2대교 건설과 막대한 발전기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옹진군이 영흥도 자체매립지 부지 선정을 철회해 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다가 영흥도 주민들의 반발도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인천 쓰레기 운반차량의 이동경로에 속한 안산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4일 시청 공감회의실에서 친환경 자체 매립지 '인천에코랜드' 조성계획안을 발표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박남춘 인천시장이 4일 시청 공감회의실에서 친환경 자체 매립지 '인천에코랜드' 조성계획안을 발표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환경정의 실현 숙명적 과제”

박남춘 인천시장은 4일 “2025년 6월 준공을 목표로 인천 영흥도에 친환경 자체매립지 ‘인천 에코랜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천 에코랜드는 옹진군 영흥면 외리 248-1번지 일원 89만4925㎡에 사업비 1193억원을 들여 조성된다. 1일 평균 161톤이 매립되고, 약 40년 동안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해 후보지로 추천된 영흥도와 선갑도의 입지타당성을 비교 검토한 결과, 영흥도가 더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 기피시설을 반대하는 영흥 주민들의 원망과 고충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영흥도를 모두가 주목하는 ‘친환경 특별섬’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 매립지에는 소각재와 불연성 폐기물만 매립하고, 돔 형식의 지붕을 씌워 외부와 완전히 차단하겠다”며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에 입각한 환경정의를 실현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숙명적 과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인천시는 지난해 11월 인천연구원의 자체매립지 입지선정조사 용역을 통해 영흥도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옹진군과 영흥도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고,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이 갈등 해소 차원에서 매립지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자체매립지 후보지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했다.

시는 옹진군과 영흥도 주민들에게 보상 차원에서 영흥 제2대교를 건설하기로 했다. 영흥 제2대교는 약 6km 길이의 2차선 교량으로 약 24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주민들에게 매년 약 50억원의 발전기금을 지원하고, 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할 계획이다.

인천시 서구의 수도권 매립지 제3매립장 전경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인천시 서구의 수도권 매립지 제3매립장 전경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자체매립지 건설 ‘첩첩산중’

시는 그동안 서구 백석동에 들어선 수도권매립지가 1992년에 개장한 이후 30년 가까이 서울·경기 쓰레기를 처리하는 탓에 환경 문제를 일으키고 지역 개발사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수도권매립지 종료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는 2015년에 인천시와 체결한 ‘수도권매립지 4자 협의체’ 합의 부속 조항을 근거로 2025년 이후에도 수도권매립지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부속 조항에는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 사용 종료 때까지 대체 매립지를 구하지 못할 경우, 잔여 부지의 최대 15%(106만㎡)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는 지난 1월4일 수도권매립지의 대체 매립지를 찾는 공모를 시작했다. 3조300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내건 대체 매립지 공모는 4월14일에 마감된다. 인천시는 형식적인 공모를 통해 후보지를 찾지 못하면, 수도권매립지가 계속 사용되는 빌미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해 공모 주체에 참여하지 않았다.

옹진군은 이날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옹진군은 인천시청사 인근에 내걸어놓은 ‘영흥도 자체매립지 철회’ 현수막은 당분간 철거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흥도 주민들로 구성된 ‘영흥도 쓰레기 매립지 반대 투쟁위원회’ 이날 인천시청사 앞에서 ‘영흥도 자체매립지를 철회하라’며 집회를 이어갔다.

인천 쓰레기 운반차가 다닐 도로를 보유하고 있는 안산시는 영흥도 자체매립지 건립을 취소해 달라는 공문을 인천시에 발송했다. 안산시의회도 ‘영흥도 쓰레기매립장 예비후보지 선정 취소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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