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빌리지, 레이어드 홈 대중화를 선포하다 [레이어드 홈이 뜬다②]
  • 강일구 기자 (kgb019@sisajournal.com)
  • 승인 2021.05.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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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빌리지 송파, 일주일 여만에 임대 완료…오픈 앞둔 신촌점도 문의 빗발쳐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언택트 시대의 도래는 역설적으로 집의 의미를 뒤바꾼 결과를 낳았다. 현재의 상황을 말해주는 ‘레이어드 홈’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을 정도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는 집의 기본 역할에 새로운 기능이 더해져 변화해가는 현상을 ‘레이어드 홈’이라고 명명했다.

트렌드를 리드하는 ‘인싸(인사이더의 줄임말)’가 있다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아싸(아웃사이더의 줄임말)’가 있다. 집에 또 다른 기능을 추가하기는 커녕 본연의 기능조차 수행하기 어려운 집에서 거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저렴한 월세를 위해 원룸에 거주하는 20~30대 청년들에게 ‘레이어드 홈’이란 그들만의 이야기로 치부하기 일쑤다.

포기는 이르다. 그들을 위한 집이 나타났다. 바로 어스빌리지다. 혼자만의 집에 더해 파티룸, 게임룸, 영화룸, 카페 등과 같은 공용 공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캠핑용품, 피크닉세트, 생활용품과 같은 용품의 렌탈도 가능하다. 위험알림서비스, 법률서비스와 같은 호텔급 이상의 서비스를 맛볼 수 있다. 이 모든 서비스를 서울 역세권의 보통 원룸 월세와 비슷한 임대료에 이용할 수 있다. 3월 서울 송파구에 첫 선을 보인 어스빌리지 송파는 보증금 없이 임대료 60만원으로 청년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5월1일 오픈한 어스빌리지 송파점 ⓒ어스빌리지 제공
5월1일 오픈한 어스빌리지 송파점. 파티룸과 영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용 공간(오른쪽)이 인상적이다. ⓒ어스빌리지 제공

호텔 그 이상의 집…레이어드 홈을 완성하다

어스빌리지는 ‘원룸의 표준을 새롭게 제시한다’는 목표로 어스빌리지 송파를 오픈했다. 단순히 숙식에만 머물렀던 집을, 현대의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생활편의시설, 사회적 안전망 서비스, 교육·강연·문화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저렴한 임대료를 책정해 주거 안정성이 떨어지는 청년층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일단 1인실 집의 인테리어 시설은 일반적인 원룸과 차원이 다르다. “방 하나에 침대와 옷장, 에어컨이 있다”며 임차인을 찾는 원룸이 아니다. 구성원의 성향과 특성, 라이프 스타일 등을 고려해 인테리어 분위기를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침대 옆 콘센트를 연결하기 위해 인테리어 공사를 다시 할 정도로 세심하게 배려했다. 블루투스 스피커까지 기본으로 제공될 정도다.

단순히 ‘근사한 집’에 머무르지 않는다. IT 기술과 접목해 《어스빌리지》 어플만 터치하면 호텔급 이상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임대료 납부나 공과금 등을 어플에서 확인 가능하고 납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단순 서비스’에 불과하다.

여기에 색다름이 더해졌다. 어플을 통해 공용 파티룸을 무료로 대여해 친구들과 여가를 즐길 수 있다. 어스빌리지 구성원들과 함께 원하는 내용의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할 수 있다. 캠핑용품과 같은 취미용품이나 생활용품을 빌릴 수도 있다. 집 주변 식당이나 운동 시설, 의료기관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제휴된 업체는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법률, 세무, 취업과 관련된 내용을 전문가에게 자문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주변의 오피스텔에서도 접하기 어려운 보안 시스템과 사회적 안전망도 갖췄다. 30여 개의 CCTV가 건물 곳곳에 설치됐고, 공용현관문 뿐만 아니라, 층별 입구, 개인룸 입구에도 디지털 도어락이 설치됐다.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별도로 임대인에게 전화할 필요도 없다. 어플에서 긴급 도움 서비스를 신청하면 관리인이나 112, 119로 자동 연결되는 시스템도 갖췄다.

어스빌리지 어플을 통해 공용 파티룸을 무료로 대여해 친구들과 여가를 즐길 수 있다. 어스빌리지 구성원들과 함께 원하는 내용의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할 수 있다. 캠핑용품과 같은 취미용품이나 생활용품을 빌릴 수도 있다. 집 주변 식당이나 운동 시설, 의료기관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제휴된 업체는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어스빌리지 제공
어스빌리지 어플을 통해 공용 파티룸을 무료로 대여해 친구들과 여가를 즐길 수 있다. 어스빌리지 구성원들과 함께 원하는 내용의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할 수 있다. 캠핑용품과 같은 취미용품이나 생활용품을 빌릴 수도 있다. 집 주변 식당이나 운동 시설, 의료기관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제휴된 업체는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어스빌리지 제공

보증금 없이 월 임대료만 60만원…입주 경쟁 치열

어스빌리지의 임대료는 호텔급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비싸지 않다. 어스빌리지 송파는 월 임대료를 60만원으로 책정했다. 심지어 보증금도 없다. 원룸 임대 시장에서는 파격에 가까운 조치였다. 인근 유사한 형태의 쉐어하우스나 고시원, 리빙텔 임대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다.

김곤 어스빌리지 대표는 “비싸고 좋은 집은 많지만 저렴하면서도 좋은 집은 많지 않다”며 “기존 주택 시장의 임대료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서도 훨씬 좋은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대표에 따르면, 회사 내부에서도 인테리어 비용 등을 고려해 임대료를 80만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끝까지 버텼다.

파격적인 서비스에 저렴한 임대비용이 가능한 이유는 뭘까. 어스빌리지는 기존 건물을 통째로 장기 임대했다. 임대한 건물을 새롭게 리모델링한 후 시설을 개조했다. 입주자들에게 받는 임대료에서 건물 임대료와 운영비 등을 제외해도 수익을 남는 수준이다. 김 대표는 “기존 원룸 시장의 가격대에 근거가 없고, 인근 시세에 맞춰지는 수준”이라며 “임대료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역시나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5월1일 입주를 시작한 어스빌리지 송파는 매물을 내놓은 지 불과 9일 만에 35개 객실 입주가 완료됐다. 입주일정 조정 등으로 여유가 있었을 뿐, 불과 3~4일 만에 계약이 완료됐다는 게 인근 부동산 중개사의 설명이다.

5월1일 오픈한 어스빌리지 송파점 ⓒ어스빌리지 제공
5월1일 오픈한 어스빌리지 송파점의 객실 모습 ⓒ어스빌리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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