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켜” 개 대변 먹이고 물고문한 이모 부부…친모는 합의서 써줬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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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학대 장면 담긴 동영상 법정서 공개…“가해자 부부 직접 촬영”
10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왼쪽)와 이모부 ⓒ 연합뉴스
10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왼쪽)와 이모부 ⓒ 연합뉴스

10살짜리 아이를 마구 폭행하고 물고문 해 숨지게 한 이모 부부가 조카에게 개의 대변을 먹게 하는 등 엽기적인 학대 행위가 촬영된 동영상이 공개됐다. 

8일 수원지법 형사15부(조휴옥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3차 공판에서 수사를 담당한 박상용(사법연수원 38기) 검사는 법정에서 이모 A(34·무속인)씨와 이모부 B(33·국악인)씨가 조카 C(10) 양을 학대하면서 직접 촬영한 동영상 13건을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지난 1월16일부터 C양 사망 당일인 2월8일까지의 학대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아이가 학대 당한 모습을 확인한 방청객들은 탄식을 쏟아냈고, B씨 부부를 사형시키라는 고성도 터져나왔다. 

 

개 대변 먹으라 지시하고 "장난해? 삼켜"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A씨 부부의 학대 행위가 담긴 영상을 재생하면서 주요 혐의를 설명했다. 

검찰이 공개한 첫 번째 동영상은 1월16일 오후 4시께 촬영된 것으로, 어깨와 허벅지 부분에 새파랗게 멍이 든 C양이 알몸상태로 욕실 바닥에서 빨래하는 모습이 담겼다. 검찰은 이 같은 행위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A씨 부부는 이튿날인 17일과 20일 불이 꺼진 거실에서 역시 알몸상태의 C양에게 양손을 들고 벌을 서도록 했다. A씨는 C양에게 "높게 안올려"라고 말하며 질책하기도 했다. 

특히 1월20일 오후 1시26분께 촬영한 동영상에는 A씨가 C양을 대형 비닐봉지 안에 들어가게 한 뒤 그 안에 있던 개의 대변을 먹도록 강요하는 충격적인 장면이 담겼다.

A씨는 C양에게 "입에 쏙"이라고 말하며 개의 대변을 먹으라고 지시하고, C양이 대변을 입에 넣자 "장난해? 삼켜"라고 강요했다.

시간이 갈수록 학대의 강도는 강해졌다. 1월24일 동영상 속 알몸상태의 C양은 걷기 불편한 것처럼 뒤뚱거리고, 욕실 안 비닐봉지를 정리하면서 허리를 숙이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하루 뒤 촬영된 사진에서 C양은 두 눈을 아예 뜰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부어 있다. 검찰은 A씨 부부가 C양에게 폭력을 가한 결과로 보이나 인과관계가 드러나지 않아 공소사실에는 포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망 직전인 2월7일 오전 6시10분께 C양은 무릎을 꿇고 양손을 드는 벌을 받던 중 왼팔을 들지 못했다. 검찰은 늑골이 부러진 C양이 팔을 제대로 들지 못해 오른손으로 왼손을 잡아 드는 식으로 버텨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 부부는 학대로 만신창이 가 된 C양에게 "팔 똑바로 들어"라고 소리치고, 이후에는 국민체조를 시키기도 했다.

사망 당일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이미 C양의 건강은 크게 악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C양은 2월8일 오전 9시30분 양손을 드는 벌을 서는 과정에서 왼팔을 아예 들지 못했다.

이어 오전 11시에는 A씨가 "이모부 쪽으로 와 봐"라고 말하자 C양이 힘겹게 방향을 트는 장면이 나왔다. 2분 뒤에는 C양이 거실에서 몇 걸음을 떼지 못하고 반려견집 울타리 쪽으로 넘어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A씨 부부는 이후 C양을 욕실로 끌고갔다. 이들 부부는 C양의 발을 빨랫줄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머리를 물이 담긴 욕조에 여러 차례 강제로 넣었다가 빼는 등 물고문을 연상시키는 학대 행위로 결국 C양을 숨지게 했다.

열 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왼쪽)와 이모부가 지난 1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10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왼쪽)와 이모부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사형시켜라" 분노…친모는 합의서 제출

검찰은 "이 사건 감정인은 '동영상 마지막 부분의 C양은 거의 죽을 만큼 구타를 당한 상황에서 물고문 행위를 몇 차례 당한 뒤 사망하는데, 이런 점에 미뤄보면 병원에 갔더라도 소생 가능성이 낮았을 것'이라고 소견을 냈다"고 말했다.

A씨 부부는 C양을 학대하는 장면을 여러차례에 걸쳐 동영상과 사진으로 촬영했다. A씨는 촬영 이유에 대해 "친모에게 보여주려고 했다"고 진술했으나, 실제로 친모에게 전달한 동영상은 거의 없고, 사진만 일부 전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C양에 대한 학대 행위가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자 방청석에서는 탄식이 쏟아졌고,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눈물을 흘리는 방청객도 있었다. 일부 방청객들은 공판이 끝난 뒤 피고인들을 향해 "사형시켜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한편, C양의 친모는 지난달 31일 법원에 합의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친모 또한 이 사건 피의자여서 합의 여부가 양형에 고려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은 C양 친모를 아동복지법 위반(방임)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기소 후에는 이 재판에 병합될 가능성이 커, 같은 사건 피고인 간 이뤄진 합의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숨진 C양의 친부는 A씨와 B씨를 엄벌에 처해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이다. 친부는 C양 친모와 이혼한 상태로, C양이 이모 부부에게 맡겨져 학대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부부에 대한 다음 재판은 내달 8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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