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대형 배달앱) 싸움에 새우(점포주) 등 터질라
  • 김상훈 창업통TV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6.16 07:30
  • 호수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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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창업] 고객 이용 증가할수록 점주의 단건 배달 수수료도 늘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의 국내 외식 창업시장 화두는 ‘배달음식’이다.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가 보편화하면서 배달앱 시장도 덩달아 뜨겁게 달아올랐다. 빅데이터 전문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의 선두주자는 월 1715만 명이 이용하는 배달의민족(배민)이다. 그 뒤를 월 이용자 774만 명인 요기요가 잇고 있다. 쿠팡이츠는 최근 6개월 사이에 392만 명이 신규 등록을 했다. 국내 배달시장에서는 배민의 독과점이 무너졌다는 측면에서 쿠팡이츠의 출현은 일견 반갑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배민과 쿠팡이츠 중 어떤 플랫폼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두 업체를 동시에 이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식당 주인이 늘어났다.

배달 플랫폼 시장의 지각변동을 가져온 것은 쿠팡이츠다. 쿠팡은 올 4월부터 쿠팡이츠를 별도 자회사로 출범시켰다. 동시에 선발업체인 배민과 차별화된 단건 배달 서비스인 치타배달을 출시했다. 단건 배달이란 배달기사가 1회에 1건의 배달만 하도록 함으로써 배달 소요시간을 줄이고,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서비스다.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 서비스는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소속의 배달 노동자들이 음식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 마포구의 한 도로를 달리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한 집에만 배달하는 ‘단건 배달’ 전쟁 시작

이에 질세라 배달의민족에서도 배민1 서비스를 곧바로 출시했다. 올초 강남 3구에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6월부터 배민의 모바일앱 첫 화면을 전면 개편하면서 배민1 서비스를 론칭했다.

그렇다면 단건 배달 시스템은 누구에게 유리할까. 아무래도 영세사업자가 많은 배달 점포 점주들에겐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현재 쿠팡이츠와 배민1의 단건 배달 시스템은 거의 유사하다. 먼저 1회 주문 시 한 집에만 배달하기 때문에 별도의 배달 비용이 발생한다. 쿠팡이츠·배민1 모두 단건 배달 1건당 비용으로 6000원을 책정하고 있다. 이 중에서 배달시키는 손님이 부담하는 배달 비용은 1회당 택배 비용 정도인 2500원이다. 나머지 3500원은 점주가 부담해야 한다.

손님 입장에서는 오직 자신이 주문한 메뉴 하나만 들고 오는 만큼, 빠르게 배송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응은 괜찮은 편이다. 대신 두 플랫폼 업체가 가져가는 중개수수료가 발생한다. 배민1은 배달 가격의 12%, 쿠팡이츠는 15%에 달한다. 카드결제 시 수수료 3%까지 합하면 배달 가격의 15~18%를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건 배달 전쟁이 시작되면서 두 업체 공히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종료기간 미정인 프로모션 기간의 중개수수료는 판매가의 12%, 15%가 아닌 건당 1000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거리별 배달비도 6000원이 아닌 5000원으로 책정한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서비스가 안착되기 전까지 배달수수료 1000원, 음식점 주인 부담 배달비 1000원도 배민1과 쿠팡이츠가 부담해 준다는 얘기다. 음식배달 매출에 의존해 살아가야 하는 음식점 점주들 입장에서는 매의 눈으로 단건 배달 손익계산을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

그렇다면 배달전문 치킨 판매점 점주 입장에서 단건 배달 손익계산서를 살펴보자. 2만원 치킨세트 메뉴를 단건 배달로 진행할 경우 음식점 점주는 2만원의 12%인 2400원의 중개수수료와 3%의 카드수수료 600원 등 총 3000원의 단건 배달 수수료를 지출해야 한다.

또한 단건 배달비 6000원 중 고객 부담 2500원을 제외한 3500원의 배달비를 지출해야 한다. 건당 2만원 세트 기준으로 하루 30~40건 정도의 배달을 하는 음식점이라면 한 달 평균 대략 2000만원 내외의 배달 매출액을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배달전문 치킨 판매점의 월 수익성을 따져보자.

먼저 배민1 기준으로 한 달 매출액 2000만원의 단건수수료 12%의 비용은 240만원이다. 여기에 카드수수료는 3%인 60만원이 든다. 건당 평균 ‘3500원 x 35건 x 26일’ 영업한다고 가정하면, 한달 기준 318만5000원의 단건 배달 중개수수료와 5%의 포장 비용도 더해야 한다. 이 외에 식재료 원가 35~40%인 700만~800만원, 점포 월세 100만원 내외, 인건비 300만원 내외, 세금 등 기타비용 7%를 합하면 총 발생하는 비용의 합은 2000만원을 훨씬 넘기고 만다. 한 달에 58만5000원이 적자다.

단, 식자재 비용을 35%로 적용할 경우 겨우 41만5000원이 배달식당 점주 몫이다. 쿠팡이츠 수수료 15%를 적용하면 월 순이익은 118만원 적자고, 35% 적용 시엔 18만5000원 흑자에 불과하다. 심각한 수준이다. (표 참조)

프로모션 기간이 배달식당 수익률 좌우

두 배달앱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재는 프로모션 가격제를 진행 중이다. 두 업체 공히 같은 금액, 같은 방식을 책정했다. 프로모션 가격으로 2000만원의 월 매출을 기록하는 배달음식점 점주의 한 달 순이익을 따져봤다. 프로모션 내용은 판매가 대비 정률 수수료 배민1 12%, 쿠팡이츠 15% 금액을 건당 1000원 정액요금으로 설정했다.

하루 2만원 세트 35건씩 한 달 26일을 영업한다고 하면 한 달 기준 910건의 배달을 하게 된다. 당분간 단건 배달 수수료는 91만원이다. 여기에 배달 비용 6000원 중 1000원을 지원해 평균 배달비로 건당 2500원을 책정할 수 있다. 이렇게 계산하면 월 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배달음식점 점주 입장에서 본다면 모든 원가와 비용을 제외한 한 달 순이익은 대략 181만원이다. 원가 35% 적용 시 281만원 정도를 예상할 수 있다.

배민1과 쿠팡이츠는 당분간 프로모션 가격으로 배달음식점 사장들에게 손짓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자칫 두 플랫폼 업체의 고래 싸움에 음식점 사장님들의 새우 등이 터질 수 있는 위험요인도 다분하다. 손익계산부터 꼼꼼히 따져보고 ‘단건 배달’ 서비스를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대한민국 외식 상권은 ‘배달전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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