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부작용 걱정이 실제 부작용 경험케 하는 ‘노시보 효과’ 유발한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1.06.15 13:00
  • 호수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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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부작용 우려에도 의사들이 접종을 권고하는 근거
편하게 접종하는 것이 부작용 줄이는 최선책 

코로나19 백신을 맞더라도 나중에 맞으려는 사람이 있다. 혈전증이나 일반적인 이상 반응과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의사들은 한사코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 백신 접종의 이득이 코로나19 감염 위험보다 크다는 점, 그리고 부작용에는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도 있다는 점에 근거를 둔 판단이다. 노시보 효과란 가짜 약을 진짜 약으로 알고 먹은 후 부작용을 경험하는 현상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 국민이 가장 우려하는 부작용은 혈전증이다. 그러나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혈전증과 동시에 혈소판 감소 현상이 나타나야 코로나19 백신 접종과의 연관성이 인정된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생긴 항체가 혈소판을 파괴하는 현상이 관찰돼야 하는 것이다. 국제 의료계는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부작용으로 인정한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관련이 있는 동맥혈전증, 그리고 심부정맥혈전증과 연관이 있는 정맥혈전증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부작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6월8일 서울 사당종합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6월8일 서울 사당종합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은 3월11일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 사례가 보고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3월22일까지 유럽 전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약 2500만 명 가운데 86명에서 혈전증을 보였고, 18명이 사망했다. 이런 사례를 분석한 유럽의약품청(EMA)은 4월7일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연령을 30세 이상으로 한정한 근거가 됐다. 

얀센 백신도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과 관련이 있다는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발표가 4월23일 나왔다. 또 EMA도 5월8일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얀센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같은 방식(바이러스 벡터)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발생은 나라마다 차이가 커서 세계보건기구(WHO)와 EMA는 ‘어떻게 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대신 “코로나19 감염 위험성,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위험, 백신 수급 등을 분석해 나라별로 백신 접종을 판단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영국은 4월28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40세 이상에게만 접종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독일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에 연령 제한을 두지 않았다. 당시 영국에서는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사례가 증가했고, 독일에서는 백신 접종이 지지부진하면서도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사례는 비교적 적었다.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에 대한 진단법과 치료법이 4~5월 세계적으로 공유됐다. 이후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으로 인한 사망 사례는 크게 줄었다. 4월21일까지 유럽에서 798만 명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15명이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을 신고했다. 이 가운데 3명이 사망해 치사율은 20%로 집계됐다. 그런데 4월22일부터 5월7일까지 13명의 추가 사례가 나왔지만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아 치사율 0%로 기록됐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일반 약품보다 적다”

진단법과 치료법이 전 세계에 공유된 후인 5월27일 국내에서 첫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사례가 나왔다. 국내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발생률은 100만 명당 0.48명으로 미국이나 영국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의료계는 최상·최악의 상황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30세 이상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의 이득이 크며, 20대는 오히려 손실이 크다는 판단이다. 

나상훈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6월2일 질병관리청 주재 이상 반응 관련 전문가 설명회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은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과 아나필락시스를 모두 포함하더라도 일반 약제 복용 후 혈전이 발생할 위험(100만 명당 1000건)보다 적다. 4월13일까지 미국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인구 100만 명당 1700명이다. 따라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백신을 맞는 것이 훨씬 이롭다.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해 노시보 효과를 우려한다”고 말했다. 

노시보 효과는 치료받은 후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하면 실제로 부작용을 경험하는 현상이다. 2020년 11월 세계적인 의학저널(NEJM)에 노시보 효과가 전체 부작용 중 90%를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 의대 심장병 전문의 제임스 하워드 교수 연구팀은 스타틴을 복용하는 60명(37~79세)을 대상으로 2016년 6월부터 약 1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스타틴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를 넘었을 때 의사가 처방하는 콜레스테롤 저하제다. 스타틴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줄여 심뇌혈관질환 등 심각한 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근육 약화, 근육통, 인지기능 저하, 수면장애, 발기부전, 당뇨병 등의 위험을 높이는 부작용이 속속 제시되면서 스타틴 처방의 득과 실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들 환자에게 무작위로 스타틴 캡슐이 든 약병, 가짜 약 캡슐이 든 약병, 빈 캡슐이 든 약병을 매달 바꿔 주면서 복용하게 했다. 환자는 매일 부작용 증상의 강도(0~100점)를 스마트폰 앱에 기록했다. 

1년 후 부작용 증상 강도의 점수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스타틴을 복용했을 때는 평균 16.3점, 가짜 약을 복용했을 때는 15.4점, 빈 캡슐을 먹었을 때는 8점으로 나타났다. 진짜 약을 복용할 때와 가짜 약을 먹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의 강도에 거의 차이가 없는 셈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이상 반응 비슷

또 임상시험 참가자 중 24명은 부작용을 참을 수 없어 최소한 한 달 이상, 총 71회 약 복용을 중단했다. 71회 중 31회는 가짜 약을 먹었을 때, 40회는 스타틴을 복용했을 때 발생했다. 이 연구를 진행한 연구팀은 스타틴 부작용의 90%가 노시보 효과라고 설명했다. 일부 부작용은 나이를 먹으면서 오는 전형적인 통증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와 퀘벡주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출하 계획이 불확실해지자 백신을 혼합해 접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사람이 2차 접종에서는 화이자 백신을 맞는 식으로 1차와 2차 접종의 백신 종류를 달리하는 ‘교차 접종’을 하겠다는 것이다. 

교차 접종을 하면 항체가 더 오래 지속되거나 부작용이 적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올해 2월 영국 옥스퍼드대학은 50세 이상 성인 83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접종자는 자신이 맞는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인지 화이자 백신이지 모르는 무작위 배정으로 4주 간격으로 2차 접종까지 마쳤다. 

1번 그룹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두 차례 맞았고, 2번 그룹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후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 3번 그룹은 화이자 백신을 두 번 맞았고, 4번 그룹은 화이자 백신 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이들을 관찰할 결과, 교차 접종 후 이상 반응이 더 많이 보고됐다. 1번과 3번 그룹에서 3%가 피로감을 보고했고, 교차 접종을 한 2번과 4번 그룹에서는 10%가 피로감을 호소했다. 

나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무슨 백신인지 모르면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의 단기 부작용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자세히 살펴보면 오히려 아스트라제네카가 화이자보다 다소 적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가 화이자보다 이상 반응이 7~8배 많다. 노시보 효과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모든 코로나19 백신은 아주 드문 중증 부작용을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빈도는 이미 우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사용하는 대다수 약물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따라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접종하지 않는 것보다 어떤 종류의 백신이든 괜찮을 것으로 생각하고 편하게 맞는 것이 의학적으로 부작용을 줄이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타이레놀 대체약 많다”

대한약사회가 권하는 해열진통제 사용법

대한약사회는 6월7일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해열진통제 사용에 대한 대국민 안내문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발열·두통·근육통 등이 발생할 수 있으나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3일 정도 무리하지 않고 쉬면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열이 너무 나거나 통증이 심할 경우엔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면 된다. 

Q 해열진통제는 꼭 복용해야 하나.

A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복용할 필요가 없다. 부작용이 염려된다고 미리 복용할 필요도 없다. 약물 복용이 오히려 백신의 면역반응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Q 사용 가능한 해열진통제의 종류는.

A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을 우선으로 권장하나 이부프로펜 계열(덱시부프로펜 등), 아스피린 등 다른 해열진통제 사용도 가능하다. 질병관리청은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을 우선으로 권고하고 있으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나 유럽의약품청(EMA)은 아세트아미노펜 외에 다른 해열진통제도 사용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다만 임산부가 해열진통제를 사용해야 할 때는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을 권장한다. 

Q 만성질환 등으로 이미 진통제를 정기적으로 먹고 있는 사람은.
 
A 아세트아미노펜·이부프로펜·아스피린 등 진통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사람은 백신 접종 전에 약물 복용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 통증 감소 또는 질환 관리를 위해 비스테로이드성 해열진통제(NSAIDs)를 복용해야 하는 사람인 경우에는 의사나 약사의 지시에 따라 약물을 복용하도록 권고한다.

Q 알레르기 반응 예방 목적으로 항히스타민제를 먹어도 되나.
 
A 백신 접종으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 예방을 위해 미리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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