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도 세대교체…원태인·최원준 그리고 이의리
  •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6.17 11:00
  • 호수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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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김광현·양현종’ 이을 새 주축 국가대표 투수 탄생 절실…도쿄올림픽 출격 ‘낙점’ 관심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도,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도 없다. 봉중근·윤석민은 은퇴했고,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은 구위가 떨어졌다. 오는 7월 도쿄올림픽 야구 국가대표팀 마운드는 누가 책임질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판을 짜야만 한다. 야구 대표팀은 세대교체, 또 다른 출발점에 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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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 쪽은 강백호·이정후 등으로 이미 세대교체 완성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24명 최종 엔트리 중 10명을 투수로 채우려고 한다. 올림픽 야구 사상 처음 금메달을 땄던 2008 베이징올림픽 때도 투수는 10명이었다. 당시에는 좌우, 언더핸드 투수 밸런스가 좋았다. 2009 세계야구클래식(WBC) 준우승 때도 마찬가지다.

그 후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2년이 더 흘렀다. 세 차례 아시안게임(2010 광저우,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과 두 차례(2013년, 2017년) WBC가 열렸으나 투수 쪽 세대교체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KBO리그 자체가 외국인 선발투수들이 득세하면서 토종 투수층이 엷어진 탓도 있다. 야수 쪽에서 강백호·이정후 등 걸출한 신예들이 등장한 것과는 비교된다.

올해는 그나마 선택지가 생겼다. “경기에 내보낼 수 있는 투수가 있는 것 같다”(김 감독)고 한다. 다만 대표팀 에이스 0순위였던 언더핸드 박종훈(SSG 랜더스)이 최근 오른 팔꿈치 인대 수술을 결정하면서 시즌 아웃된 것은 많이 아쉽다. 박종훈은 미국·멕시코 강타자들을 상대할 수 있는 선발투수였다. 이제 대표팀은 박종훈을 대체할 잠수함 투수도 찾아야만 한다. 

‘아기 사자’ 원태인(21)의 각성은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나 대표팀에 새 희망을 줬다. 원태인은 데뷔 때부터 체인지업 구위가 좋았다. 박용택 KBSN 해설위원이 “역대 톱3 안에 든다”고 말했을 정도다. 올해도 체인지업 구종 가치 리그 1~2위를 다툰다. 

여기에 올해 슬라이더 제구를 가다듬었다. 통상적으로 체인지업·슬라이더는 비슷한 속도로 날아오다가 타자 앞에서 떨어지는데, 오른손 타자 기준 체인지업은 오른쪽으로, 슬라이더는 왼쪽으로 떨어진다. 두 구종 모두 제구가 된다면 타자들이 헷갈릴 수밖에 없다.

원태인은 KBO리그 개막 한 달(4월) 동안 4승1패 평균자책점 1.16으로 리그 최고 투수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5월에는 2승2패 평균자책점 4.68로 다소 부진했다. 하지만 6월6일 등판에서 5이닝 1실점 투구로 반등했다. 우완 정통파 투수로 포심패스트볼 구속(평균 145.2km)이 다소 느린 편인데, 실투가 가운데로 몰릴 경우 장타를 허용하기 쉽다. 최일언 대표팀 투수코치도 이 점을 가장 아쉬워한다.

옆구리(사이드암) 투수 최원준(27·두산 베어스)도 대표팀 선발진 한 자리를 꿰찰 확률이 높다. 최원준은 지난해 두산 선발진에 합류해 10승(2패)을 올렸고, 이번 시즌에도 안정된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6월9일까지 10경기에 선발 등판해 6승 무패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평균자책점(2.40)은 토종 선발 중에서 가장 낮다. 공의 무브먼트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현재 패스트볼 구종 가치 리그 1위에 올라 있기도 하다.

최원준은 나름의 인간 승리 스토리도 갖고 있다. 그는 동국대 시절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고 프로 입단(2017년) 직전에는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암이 재발하는 비운 속에 오른쪽에 이어 왼쪽 갑상선도 제거했다. 건강을 되찾은 뒤에는 더 이상 아프기 싫어 이름을 최동현에서 최원준으로 바꿨다. 또 다른 사이드암 투수 한현희(키움 히어로즈)의 대표팀 발탁이 확실한 가운데 최원준도 생애 처음으로 태극 마크를 달 가능성이 짙다. 

 

경험 부족이 걸림돌…태극마크 중압감 극복이 관건

대표팀 주축이었던 좌완 트로이카(류현진·김광현·양현종)가 활약 무대를 미국(메이저리그)으로 옮기면서 대표팀은 왼쪽에 구멍이 생겼다. 그나마 통산 111승의 차우찬(LG 트윈스)이 어깨 수술 및 재활을 거쳐 6월6일 마운드에 복귀한 뒤 선발승을 거두면서 변수가 생기기는 했다. 지난해 강력한 구위를 뽐냈던 구창모(NC 다이노스)는 아직도 1군 무대에 서지 못하고 있어 이번 대표팀 차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표팀 왼손 선발 후보로 꼽히는 이는 2002년생 새내기 투수 이의리(KIA 타이거즈)다. 이의리는 최고 시속 150km 속구와 체인지업을 주로 던지는데 가장 강력한 무기는 나이답지 않은 배짱투다. ‘칠 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마운드에서 주눅 드는 법이 없다. 고졸 신인답지 않게 과감하게 타자 몸쪽으로 찔러넣는다. ‘으리으리했던’ 초반 페이스에서 주위 기대치로 부담을 느꼈는지 다소 주춤하는 듯했으나, 6월8일 삼성전(6이닝 4실점)에서는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다. 

고졸 새내기 이승현(삼성)은 이의리나 김진욱(롯데 자이언츠) 등 동갑내기 좌완투수들보다 다소 늦은 5월14일 처음 1군 마운드에 올랐으나 데뷔 11경기 불펜 등판에서 단 1경기에서만 1실점했다. 10⅔이닝을 투구하는 동안 삼진을 12차례나 낚아낼 정도로 구위로 상대 타자를 윽박지르고 있다. 이승현은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과 함께 커브가 일품이다.

원태인·최원준·이의리·이승현 모두 단점은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가대표 간 경기에서는 기 싸움이 중요한데 이들이 과연 태극 마크의 중압감을 이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최일언 대표팀 투수코치는 “이들은 1~2년 더 성장한 다음 대표팀에 뽑혀야 할 선수들인데 후보가 없어도 너무 없다”고 했다.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는 빠르면 1주일 이내에 결정된다. 대한체육회가 각 연맹·협회에 도쿄올림픽 최종 선수 명단 제출을 재촉하고 있어서다. 미주 대륙 예선전을 참관하고 6월9일 돌아온 김경문 감독이 곧바로 장고에 들어간 이유다. 

6개국이 참가하는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은 미국·이스라엘과 함께 B조에 속해 있다. A조에서는 개최국 일본과 멕시코, 그리고 세계 최종 예선 1위 팀이 경합한다. 본선 참가국 수가 적다 보니 경기 수를 늘리기 위해 패자부활전 등이 도입되면서 최소 5경기에서 최대 8경기를 치러야 금메달을 딸 수 있다.

일단은 조별리그 1위를 해야 유리하기 때문에 미국·이스라엘 맞춤형 투수진이 필요하다. 젊은 선수들의 대표팀 승선 의지가 매우 강한 가운데 김경문호에 탑승할 최종 10명의 투수로 누가 선발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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