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發 악재에 순항하던 허기호號 ‘기우뚱’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1.06.17 10:00
  • 호수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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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시멘트 오너 일가 10년 만에 검찰 불려갈지 주목
회사 측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한일시멘트와 한일건설 등 한일시멘트그룹 계열사 7곳은 2011년 11월 검찰의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을 받았다. 오너 일가가 한일건설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정황을 포착하고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당시 한일시멘트 경영진은 검찰에 불려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이 있고 정확히 10년 정도가 흘렀다. 한일시멘트그룹 오너 일가가 또다시 검찰에 불려갈 위기에 처했다. 금융감독원 특사경은 지난해 7월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한일홀딩스 및 한일시멘트 본사와 허기호 회장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지난 2018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일시멘트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춰 오너 일가의 합병법인 지분율을 높인 혐의였다.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던 금감원 특사경은 최근 수사를 마무리하고 허 회장 일가를 기소 의견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특사경이 최근 한일시멘트 허기호 회장(오른쪽) 등 오너 일가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금감원 특사경이 최근 한일시멘트 허기호 회장(오른쪽) 등 오너 일가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금감원 특사경의 강도 높은 수사, 왜?

한일시멘트그룹 측은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도 “이번 수사가 10년 전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룹 관계자는 “한일건설은 이미 계열 분리된 상태인 데다, 당시 검찰 조사에서도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룹 안팎의 시각은 달랐다. 2016년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허기호호(號)가 암초에 걸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실제로 허 회장의 취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오너 3세인 허 회장은 2016년 3월 한일시멘트 총수에 올랐다. 시멘트 업황 악화로 회사 주가가 추락하고 있을 때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일시멘트는 공정위로부터 두 차례나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허 회장 취임 첫해 한일시멘트의 영업이익은 24%나 곤두박질했다.

허 회장은 적극적인 M&A(인수·합병)에 나섰고, 2017년 업계 4위인 현대시멘트(현재 한일현대시멘트) 인수에 성공했다. 실적도 많이 개선됐다. 2017년 기준으로 한일시멘트의 단일 매출은 1조668억원으로 쌍용양회(1조333억원)가 유지해 왔던 1위 자리를 빼앗았다. 현대시멘트의 매출(3487억원)까지 포함할 경우 두 회사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경영을 안정시킨 허 회장은 한일시멘트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한일시멘트는 2018년 7월 한일시멘트를 분할 존속회사인 한일홀딩스와 신설회사인 한일시멘트로 인적분할했다. 당시 허 회장과 부친인 허정섭 명예회장의 한일시멘트 지분은 각각 10.11%와 6.63%였다. 한일시멘트는 그해 10월17일부터 11월5일까지 자사 주식의 공개매수 신청을 받았고, 허 회장 일가로부터 보유 지분 모두를 인수했다. 대신 지주회사인 한일홀딩스 주식으로 오너 일가에게 돌려줬다. 지난해에는 한일현대시멘트 모회사인 HLK홀딩스를 한일시멘트에 흡수 합병시켰다. 이 과정에서 허 회장과 부친의 지주회사 지분은 31.23%와 16.33%로 각각 증가하게 된다. 이른바 ‘인적분할과 지분 공개매수, 계열사 합병의 마법’을 통해 허 회장 일가는 추가 투자 없이 그룹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게 된 것이다.

 

경영진 주가 조작 개입 드러날 땐 ‘후폭풍’

지난해 기준으로 한일시멘트그룹의 자산은 3조3201억원, 매출은 1조5334억원, 영업이익은 1571억원을 기록했다. 사업 역시 시멘트(한일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와 레미콘(한일산업)을 주축으로 건설(한일개발), IT(한일네트웍스, 에프앤센터), 식품 및 레저(서울랜드, 차우) 등이 안정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향후 예정된 검찰 조사 결과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 특사경은 현재 허 회장 일가가 HLK홀딩스와의 합병법인 지분을 높이기 위해 한일시멘트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018년 7월 인적분할을 통해 설립된 한일시멘트는 그해 8월10일 장중 한때 18만4000원까지 주가가 뛰었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장기간 내리막을 탔고, HLK홀딩스와의 합병 발표 직전인 3월27일 주가가 5만6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오너 일가나 경영진이 주가 조작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허 회장을 둘러싼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한일현대시멘트 공장에서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 A씨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공단과 합동으로 조사에 착수했고, A씨의 사망 원인이 사업주의 관리 소홀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고 검찰에 고발했다. 허 회장이 한일현대시멘트 인수를 진두지휘했다는 점에서 리더십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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