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김학의 무죄취지 파기환송…판단 근거는?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6.1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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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수사기관 압박에 진술 바꿨을 가능성” 
보석 허가된 김 전 차관, 8개월 만에 석방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 연합뉴스

대법원이 성접대 및 뇌물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뇌물을 건넸다고 말한 증인의 진술이 압박·회유로 인한 것임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수감 중이던 김 전 차관은 8개월 만에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 측이 지난 2월 청구한 보석도 허가했다.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된 김 전 차관은 8개월 만에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법, 檢 면담 뒤 증인 진술 바뀐 부분 지적

대법원은 김 전 차관 뇌물 혐의 유죄 판결의 결정적 근거가 된 건설업자 최아무개씨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삼았다. 최씨는 당초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준 사실을 인정하지 않다가 수사기관에서 사전 면담을 한 뒤 입장을 바꿨다.

대법원 재판부는 최씨가 검찰 등 수사기관의 압박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검찰에 소환돼 면담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의 영향을 받아 진술을 바꿨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1심과 항소심 증인신문 전 검찰과 면담하며 기존 자신의 진술을 확인하고 검사에게 법정에서 증언할 내용을 미리 묻기도 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 등이 없었다는 사정은 검사가 증인의 법정 진술이나 면담 과정을 기록한 자료 등으로 사전면담 시점, 이유와 방법, 구체적 내용 등을 밝힘으로써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가 연예인 아들이 구설에 오를 것을 우려해 진술하지 않다가 검찰이 송금내역 등 관련 증거를 제시하자 최씨가 증언을 번복한 것으로 보고 유죄 근거로 인정했다. 당시 재판 과정에서 최씨는 법정에 나와 "아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가 생길 것 같아 염려했는데, 증거자료가 나와 부인할 수 없어 진술하게 됐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김 전 차관 측이 유죄 근거가 된 '증언 오염' 가능성을 주장한 이상 유죄 판결을 확정하려면 이에 대한 더욱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기자들의질문을 받으며 법원을 나오고 있다. ⓒ임준선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기자들의질문을 받으며 법원을 나오고 있다. ⓒ임준선 기자

사건 출발점인 '성 접대 혐의'는 처벌 불가

김 전 차관은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게 1억3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김 전 차관이 2006∼2007년 원주 별장과 오피스텔 등에서 윤씨로부터 받은 13차례의 성 접대는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로 공소사실에 적시됐다. 2003∼2011년 자신의 '스폰서' 역할을 한 건설업자 최아무개씨로부터 5100여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1심은 김 전 차관의 대부분 혐의에 대해 면소 혹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윤씨에게서 받은 뇌물 3000여만원과 성 접대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로 판단했다. 나머지 스폰서 최씨 등으로부터 받은 금품에 대해서도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받은 스폰서 뇌물 중 4300만원은 유죄로 보고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윤씨로부터 받은 뇌물과 성 접대 등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항소심에서 면소·무죄로 판결한 윤씨로부터 받은 뇌물과 성접대 혐의 등에 대해서는 상고를 기각해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로써 이 사건의 발단이 된 김 전 차관의 성범죄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가 확정돼 처벌이 불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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