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과 한동훈으로 본 검찰 개혁
  • 조해수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1.06.15 10:00
  • 호수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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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 안의 자식’ 이성윤 고검장...‘권력의 보복’ 한동훈 검사장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누군가는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제한하기 위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반대 목소리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이란 “정권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검찰 장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성윤과 한동훈. 이 두 사람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 개혁의 실체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이성윤 고검장(서울고검)은 정권 초기만 해도 ‘문재인 정부와 인연이 있는 검사’라는 평가를 받는 정도였다. 그러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요직을 거칠수록 잡음이 발생하더니,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고 나서는 ‘문재인 정권 방탄 검사’라는 오명까지 얻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검찰 장악’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로 이 고검장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의 이력을 따라가면, 검찰 수사권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시각 변화를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에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청산할 ‘예리한 칼’이 필요했다. 한 검사장이 낙점됐고, 검찰 수사권 역시 제한 없이 허용됐다.

그러다 ‘조국 사태’가 터졌다. 적폐 청산의 일등공신으로 꼽혔던 한 검사장이 이번엔 ‘적폐 검사’로 내몰렸다. 한 검사장의 부침(浮沈)과 함께 특수부 검사들도 운명을 같이했다. 검찰의 ‘인지 수사’도 대폭 제한됐다.

그 사이 특수부 검사들을 대신해 형사부 검사들이 각광을 받는가 싶더니, 검수완박이 급물살을 타면서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그러나 검수완박조차도 ‘LH 땅투기 의혹’이 터지면서 흐지부지됐다. LH 사건에 500여 명의 검사가 투입돼 직접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또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일선 검찰청 형사부나 지청은 검찰총장·법무부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한 법무부 직제개편안이 추진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칼을 버리자니 쓸 데가 많아 아깝고, 그냥 갖고 있자니 베일 것 같고… 그렇다 보니 칼집을 만들어 칼을 넣어뒀다가 필요할 때만 꺼내 쓰겠다는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한동훈 검사장, 이성윤 고검장ⓒ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 이성윤 고검장ⓒ연합뉴스

“검찰 개혁 본질 벗어나 특정 성향 인사 중용”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정치적 중립이라는 검찰의 핵심 가치마저 몰각시키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가 지난 6월4일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중 이 고검장을 콕 집어 한 말이다. 이 고검장은 이 인사를 통해 서울중앙지검장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사상 초유의 ‘피고인’ 고검장이 탄생한 것이다. 이러자 대한변협이 나섰다. 대한변협이 검찰 인사에 대해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례적인데, 비판 수위마저 높았다.

“이번 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상 독립성 확보와는 거리가 멀고, 나아가 법과 법치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심히 저하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 해당 고위 간부(이성윤)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자신이 요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외부 전문가들의 압도적인 의견으로 외압 행사 혐의가 인정되어 기소 권고를 받았고, 이후 공소가 제기되어 현재 피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재판을 앞두고 있다. 심지어 서울고검장직은 서울 및 주요 수도권 지역 검사 비위에 대한 감찰 업무를 총괄하고 중요 사건의 무혐의 처분에 대한 항고사건을 관장해 실질적으로 주요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다. 그럼에도 이번 법무부의 인사에서 해당 고위 간부가 수사직무에서 배제되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리에 임명된 것은 공직기강 해이를 넘어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정치적 중립이라는 검찰의 핵심 가치마저 몰각시키는 것이어서 심히 우려스럽다.”

대한변협은 이 고검장에서 그치지 않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까지 거론했다. 결정적으로 검찰 개혁이 검찰 장악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이 법무부의 검찰 인사에 대한 공정성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결국 국민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 결과를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고, 이는 곧 법치의 토대와 근간을 법무부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더욱이 법무부 장관(박범계)과 직전 차관(이용구)에 이어 검찰 고위 간부(이성윤)까지 재판을 받고 있거나 자기 조직에 의해 수사를 받고 있는 이 상황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재야 유일의 법정 법조단체로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한 지경에 이르렀다. 대한변협은 법무부가 검찰 개혁이라는 본질을 벗어나 특정 성향의 인사를 중용하느라 법치와 정의의 가치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유감을 표하는 바이며, 향후에도 법과 원칙에 입각해 올바른 견제와 균형 속에서 법치가 구현되고 정의가 사회 전반에 걸쳐 실현될 수 있도록 국민을 대신해 목소리를 낼 것이다.”

검찰과 법무부로서는 모욕적인 평가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박범계 장관은 “저는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주어진 제 직분대로 공적으로 판단하고 공적으로 인사를 냈다”면서 “이번 인사는 공사가 분명히 구분된 인사로, 사적인 것은 단 1g도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변협은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 3은 엄정한 공직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에게는 직위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통상의 경우 이러한 법의 취지대로 현직 검사가 형사사건에 연루되어 기소되면 해당 검사를 수사직무에서 배제해 영향력 행사를 제한하거나 피고인이 된 검사 스스로 사퇴해 왔고, 고위직 검사의 경우 더욱 그러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재조 및 재야 법조, 그리고 국민 전반의 정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범계 장관도, 문재인 정부 그 누구도 마땅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팬클럽 ‘열지대’ 제공  
ⓒ법무연수원, 사법연수원 등지에 걸린 현수막 

“이성윤, 文 정부 가려운 곳 긁어주는 효자손”

문재인 정부가 이런 비난까지 감수하면서 이 고검장을 비호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이 고검장은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는데, 공소장을 보면 이 고검장은 정권의 '입맛'에 에 맞춰 불법적인 일도 서슴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이성윤은 ‘효자손’이다. (문재인 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을 긁어주니까”라고 비꼬기까지 했다. 다음은 공소장 내용이다.

“피고인(이성윤)은 이규원 검사의 범죄행위 수습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였을 뿐만 아니라…(중략)…당시 이미 그 조치(김학의 긴급 출금)의 불법성까지 충분히 인식하였던 관계로, 만일 이규원 검사에 대한 범죄 혐의가 검찰총장에게 있는 그대로 보고되고 검찰총장 승인하에 이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자신의 위와 같은 관여 사실도 드러나게 될 것을 염려하였다…(중략)…피고인은 그 무렵 검찰총장실에서 이루어지는 일선 청 수사상황 보고 자리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안양지청 보고서의 핵심 내용인 ‘이규원 검사의 범죄 혐의 발견과 이에 따른 검찰총장과 수원고등검찰청 검사장에 대한 보고, 이규원 검사 입건 후 추가 수사 진행 계획 등에 대한 보고’를 의도적으로 누락함으로써, 안양지청이 발견한 ‘이규원 검사의 범죄 혐의’에 대하여 문무일 검찰총장으로 하여금 관련 수사 지시 등 후속 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한동훈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이 고검장이 문재인 정권의 ‘품속의 자식’이라면 내쳐진 사람도 있다. 한동훈 검사장이다. 한 검사장은 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사건을 지휘했다.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한 검사장은 뒤이은 인사에서 연이어 좌천돼 진천 법무연수원까지 내몰렸다. 이번 인사에서도 비수사 파트인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발령 났다. 인사 직후 한 검사장은 “권력의 보복을 견디는 것도 검사 일의 일부다. 담담하게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한 검사장은 자신에 대한 인사를 “권력의 보복”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담담하게 감당”하는 것이 쉬운 일일 수는 없다. 지난 3월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만난 한 검사장은 기자에게 “조국 수사를 시작하면서 (권력의 보복은)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면서도 “그러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감당하기 힘든 수모를 (나에게) 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검사장은 조국 수사를 비롯해 정권과 관련한 어떠한 수사에서도 법과 원칙에 따랐음을 수차례 강조했다. 한 검사장은 오히려 기자에게 “취재를 하다가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른 여러 가지 팩트(fact)가 밝혀지면 기자는 어떻게 하나. 원래 의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른 체 하나. 그럴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으면서 “검사도 마찬가지다. 법에 따라 수사를 해서 불법이라는 팩트가 밝혀지면, 법에 따라 기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사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조국 전 장관은 이를 두고 검찰의 시간이 가고 “법원의 시간이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엔 《조국의 시간》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한 검사장은 즉각 반발했다. 한 검사장은 “책이 수백 쪽이다. 이렇게 할 말 많은 사람이 왜 법정에서는 수백 번씩 증언을 거부하면서 아무 말 안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책을 보니 새로운 내용 없이 조국이나 추종자들이 SNS, 유튜브에서 반복해 온 내용들 그대로다. 하나같이 사실이 아닌 뇌피셜들뿐이다. 판결문 한 번만 읽어 보시라. ‘뇌피셜’ 말고 ‘팩트’는 거기 있다”고 주장했다.

현수막 논란도 이어졌다. 법무연수원과 사법연수원 인근에 ‘검찰의 만행, 그 진실을 밝힌다! 조국의 시간’이라는 현수막이 걸린 것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와 강남일·구본선 전 대검 차장검사 등이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됐고, 한 검사장은 사법연수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를 두고 조 전 장관은 SNS를 통해 “이유 불문하고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을 놀리는 것처럼 비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면서 “시민의 마음은 짐작이 가지만 떼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불씨는 댕겨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팬클럽 ‘열지대’가 나서 법무연수원에 “차기 검찰총장 한동훈 파이팅!!!” “정의로운 검사님들을 응원합니다” 등의 현수막을 내건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도 조국 사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참여연대는 6월9일 ‘문재인 정부 4년 검찰 보고서’ 발간 기자 브리핑을 통해 “검찰 개혁의 방향성이나 실천 과제 등은 어느 곳에서도 논의되지 못했다. 점차 희석된 검찰 개혁 의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무부 장관(추미애)이 검찰총장(윤석열) 징계를 요청하면서 아예 자취를 감추는 지경에 다다랐다”면서 “실제 ‘LH 사태’가 터지자 수사를 검찰에 맡겨야 한다는 제도 역행적인 주장이 힘을 받는 등 검찰 개혁을 향한 국민적 열정을 복원해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완성 검찰 개혁 철옹성 검찰권력’이라는 총평 아래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선출된 권력이 선출되지 못한 권력을 통제한다는 명분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이 결과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검찰에 대해서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가장 활발했지만, 정작 검찰 내부에 대한 수사는 미약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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