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시멘트 알짜 계열사는 왜 오너 일가로 넘어갔나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1.06.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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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소유권 변동 후 거액 배당 잇달아 ‘눈총’
한일시멘트 측 “회계법인 등 자문 받아 투명하게 진행”

한일시멘트그룹의 지배구조는 현재 허기호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지주회사인 한일홀딩스를 통해 한일현대시멘트와 한일네트웍스, 서울랜드 등을 지배하고 있다. 이 중에는 오너 일가가 개인적으로 거느리고 있는 비상장 회사도 적지 않다.

1962년 설립된 중원전기(현재 중원)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휴즈와 전기차단기 등 전기시설재 제조와 판매, 전기 공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60억원, 영업이익은 21억원, 당기순이익 17억원을 기록했다. 중원전기는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매년 10억원을 주주에게 배당(배당률 106%)해 왔다.

2017년까지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38.09%의 지분을 보유한 허기호 회장이었다. 허 회장의 친동생인 기준, 기수씨의 지분도 각각 22.21%와 15.27%에 달했다. 사실상 허기호 회장 일가의 개인회사인 것이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매년 100억원 안팎의 매출을 한일시멘트 등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리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허 회장은 지난 2018년 중원전기 지분을 모두 (주)금풍과 유성관광개발에 매각했다. 이전 감사보고서에 두 회사가 기타 특수관계자로 표기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오너 일가, 혹은 오너 일가와 관계된 회사로 추정된다. 하지만 2018년 허 회장이 지분을 모두 팔고 나가면서 현재 내부거래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한일개발 최대주주, 한일시멘트→허동섭 명예회장家 변경 왜?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체인 세원개발도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았다. 허동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의 두 딸인 서연, 서희씨 등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회사도 매년 매출 대부분을 한일시멘트와 서울랜드 등 계열사를 통해 벌어들였다. 하지만 2019년 이후 내부거래를 모두 정리한 상태다. 일감 몰아주기나 부의 편법 증여 논란으로 공정위나 국세청의 압박이 거세지자 내부거래를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허동섭 명예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한일개발 등이 있다. 지난해 이 회사는 1072억원의 매출과 1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한일개발이 2015년까지 한일시멘트의 100% 자회사였다는 점이다. 2016년 한일시멘트 지분이 48.90%로 감소하더니, 2018년 허동섭 명예회장 일가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허 명예회장의 장녀인 서연씨와 차녀인 서희씨가 현재 이 회사 지분 38.13%씩을 보유하고 있다. 허 명예회장의 지분(23.74%)까지 합하면 100% 개인회사가 된 것이다.

오너 일가로 소유권이 넘어간 이후 한일개발은 매년 10억원에서 12억원의 배당을 했다. 175억원의 이익잉여금이 쌓여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너 일가가 거액의 배당금을 챙겼다는 사실은 역으로 말하면 이전 대주주였던 한일시멘트의 손해가 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배임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만큼 매각 과정을 검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한일시멘트그룹 측은 “회계법인 등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매각을 진행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룹 관계자는 “한일개발은 조경 공사를 위주로 하는 회사다. 한일건설의 계열사 탈퇴로 더 이상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매각을 결정했다”면서 “매각가 역시 회계법인이나 세무법인의 평가를 받아 투명하게 산정한 만큼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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