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파전’ 이스타항공 인수전, 새 주인이 넘어야 할 산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6.1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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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노사 갈등’ ‘업계 과당 경쟁’ 등 3대 과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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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인수전이 성정과 쌍방울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지난 14일 본입찰에서 쌍방울그룹이 단독으로 입찰한 결과다.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입찰에서 우선매수권자인 성정은 800억원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쌍방울이 본입찰에서 1000억원대 입찰가를 써내면서 성정에게는 입찰가 재검토 기회가 주어진 상황이다. 성정이 쌍방울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 이 회사는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이 된다.

업계에서는 성정이 과거 티웨이항공(당시 한성항공)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항공업 진출에 관심을 보여온 점과 현금 동원력 등을 이유로 추가 금액을 제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성정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다소 무리한 행보라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이스타항공의 연 매출이 5000억원에 달하는 반면, 성정의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이 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는 건 마찬가지다. 2500억원에 달하는 부채 해결이 대표적이다. 이스타항공은 체불임금과 퇴직금 등 공익채권이 8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또 공항사용료와 항공유류비 등 법원에 신고된 회생채권 규모도 1850억원에 달한다. 이스타항공의 실제 인수가가 3500억원 이상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이스타항공이 여러 기업과 인수 협상을 벌여왔지만 계속해서 무산돼온 것도 이처럼 막대한 부채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의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하림그룹도 입찰을 포기한 배경이기도 하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의 부채 규모와 인수 후의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찰에 불참했다”고 밝혔다.

또 내부적으로는 악화된 노사 관계를 해소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직원 605명을 해고하면서 노사 갈등이 깊어진 상태다. 다만 이스타항공 노조는 인수 기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상태다. 이미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당액이 체불돼 있는 만큼 성공적인 매각과 급여 보전 등을 위해 한발 양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대외적인 환경이 순탄치 않다는 점이다. 저가항공사(LCC) 업계는 현재 과당 경쟁으로 LCC사 전반의 재무구조가 날로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 등 신생 항공사까지 등장하면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은 경쟁을 벌일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2019년 말 기준 이스타항공이 보유한 여객기는 총 23대였다. 그러나 이후 경영난을 겪으면서 여객기 수는 4대로 줄어들었다. 이 중 2대는 두 차례 추락 사고로 운항이 금지된 ‘보잉 737-맥스8’ 기종이다. 당장 운용할 수 있는 여객기는 ‘보잉 737-800’ 기종 2대가 전부인 셈이다.

그럼에도 쌍방울은 이스타항공 정상화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쌍방울 관계자는 “국내 LCC가 실적 부진을 보이고 있지만 이스타항공은 이와 다른 경우”라며 “법원의 회생절차를 통해 공익채권과 일반채권 등 부채는 모두 처리돼 국내 LCC 중 유일하게 빚이 없는 항공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쌍방울은 또 계열사인 광림‧아이오케이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동식 크레인과 특장차 사업을 전개 중인 광림은 이스타항공 인수 이후 항공 정비 사업은 물론 항공 물류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연예기획사인 아이오케이도 중국 등 해외 한류 문화사업을 확장하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기내 면세점과 쇼핑 에이전트 등 신사업을 기획 중이다.

쌍방울 관계자는 “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인수 후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며 “백신 보급률도 점차 증가함에 따라 곧 여행 수요와 함께 엔터 업황도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스타항공의 인수는 광림과 아이오케이의 신사업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기존 사업과 함께 신사업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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