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돈 500억원 날린 신한금투, 불완전판매 의혹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6.1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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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위험성 고지 안하고 편법 동원해 고객 유치” 주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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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투자(신한금투)가 판매한 파생결합증권(DLS) 상품이 전액 손실을 기록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5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문제는 신한금투가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데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완전판매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문제가 된 상품은 2019년 7월 신한PWM 분당센터에서 판매를 시작한 ‘메리어트 인 라스베이거스 DLS 신탁’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5성급 호텔과 카지노 등 복합 리조트인 ‘더 드루 라스베이거스(The Drew Las Vegas)’를 건립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총 3조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JW메리어트가 참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국내 증권사들은 이 프로젝트에 3000억원 규모로 참여했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은 주니어 메자닌(중순위), 하나금융투자는 시니어 메자닌(중순휘) 주관을 각각 맡았다. 신한금투는 리테일 판매 증권사(후순위)로 개인투자자 40여명에게 이 상품 500억원어치를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지난해 5월 시행사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하면서 불거졌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잔여재산배분권 원칙에 따라 선‧중‧후순위 투자자가 차례로 회수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투자금 전액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투자계약 내 ‘부동산 소유권 양도 제도(DIL·Deed In Lieu)’ 조항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DIL는 선순위 채권자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양도하는 대신 채무 상환 의무를 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채무자인 미국 부동산 개발 투자사인 위트코프(Witkoff)는 지난해 11월 DIL을 선언, 호텔 소유권은 도이치은행과 사모펀드 운용사 루벤브라더스 등 선순위 투자자에게 넘어갔다. 이로 인해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는 투자금 회수 기회조차 돌아오지 않았다.

개인투자자들은 DIL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개인투자자들에 따르면, 신한금투는 상품을 판매하면서 투자처가 부동산이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해 상품 가입을 유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DIL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실제, 핵심 투자 위험을 고지하도록 규정된 투자설명서(IM)에는 ‘담보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포괄적 위험성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DIL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또 상품 가입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지 않은 정황도 다수 파악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고령 투자자의 사례를 보면, 판매자 의무사항인 계약 당시 녹취에 투자자가 아닌 다른 제3자의 목소리가 대신 녹음돼 있다. 피해자들은 해당 목소리의 주인을 신한금투 직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신한금투가 고객 유치를 위해 편법을 동원, 피해 규모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 상품은 한 구좌당 5억원이지만 1억~2억원을 투자한 이들이 적지 않다. 신한금투 직원이 고객을 전문투자자로 등록하는 편법을 동원해 상품을 판매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신한금투의 불완전판매 의혹과 관련해 투자자들은 “현재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신청을 신청해놓은 상태”라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소송도 불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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