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바람 타고 이재명·박용진 차별화 속도 붙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6.1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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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연기론 두고 신경전 고조…이준석 나비효과?

공고해보이던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열차가 흔들리고 있다. ‘이준석 현상’으로 불어 닥친 쇄신의 바람을 타고 대권 구도가 요동치면서다. 당내 유일한 70년대생 주자인 박용진 의원이 선호도 3위에 안착하는가 하면, 0선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굳히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빅2’로 불리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존재감은 갈수록 희미해지는 양상이다.

당장 경선연기론을 둘러싼 후보들의 신경전이 격화했다. 여권 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 온 이재명 지사 측이 경선연기론에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다. 박용진 의원도 경선연기 반대론에 가세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당선을 기점으로 이재명·박용진 등 상대적 비문 주자들의 차별화 시도가 더 과감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 시사저널 양선영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 시사저널 양선영

해묵은 경선연기론 재점화…목소리 높이는 이재명·박용진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에선 경선연기론을 두고 대권주자들 사이 마찰이 빚어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날(15일) 경선 연기론을 ‘약장수’에 비교하며 비꼬자 이낙연 전 대표 측에서 “자제하라”며 날을 세운 것이다.

발단은 이 지사가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선 연기론에 대해 ”한 때 가짜 약 장수들이 기기묘묘한 묘기를 부리거나, 평소 잘 못 보던 희귀한 동물들을 데려다가 사람을 모아놓고 가짜 약을 팔던 시대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식으로 약을 팔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불거졌다. 측근이 아닌 이 지사 본인이 직접 경선연기론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비판의 수위를 높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오영훈 민주당 의원은 16일 이 지사를 향해 “과도한 표현이다. 자제하라”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분들이 한두 분이 아닌데 그런 분들을 향해 한 말이 될 수 있다. (이 지사는) 당내 많은 의원들의 지적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경선연기론 논쟁에 ‘다크호스’로 떠오른 박용진 의원도 가세했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선 연기에 매달릴 때가 아니라 경선 흥행에 신경 써야 할 시점이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정해진 원칙대로 가자”고 밝혔다. 그러면서 “때늦은 경선 연기 이야기는 국민들 보시기에 그저 후보자들 사이 유불리 논쟁에 불과하다”고 직격했다. 대선 주자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면서, 민주당 내 경선연기 논쟁이 식을 줄 모르는 모습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5일 서울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21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5일 서울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21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 연합뉴스

이준석 돌풍, ‘친문 저격수’ 부활시키나 

일각에선 이재명 지사와 박용진 의원 측이 경선연기 논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배경에는 ‘이준석 현상’을 기점으로 차별화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준석 대표의 당선을 계기로 민주당에도 쇄신의 요구가 고개를 드는 만큼, 본선 경쟁력을 높이려면 더 과감해져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이재명 지사는 “친문 눈치 본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등 민감한 이슈에 침묵하는 모습 등을 두고서다. 당내 기반이 약한 데다 대표적 비문으로 분류되는 이 지사로선 친문과 줄타기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용진 의원의 경우 쓴 소리를 서슴지 않는 ‘소장파’로서 존재감을 떨치긴 했으나, 역풍을 우려해 비판의 수위를 조절한다는 인상을 받아 왔다.

이 때문에 ‘이준석’ 돌풍 이후 이들의 행보에 가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일단 지지율은 긍정적이다. 박용진 의원은 범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3위로서의 입지를 다졌고(한국사회여론연구소-TBS, 14일 발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야권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적할 유일한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굳히고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 일정이 다가올수록 ‘여당 내 야권’을 자처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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