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시교육청 교장공모 비리…수험생이 작성한 시험문제 ‘출제’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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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훈 교육감 정책보좌관, 시험문제 출제위원에게 부정한 ‘청탁’
응시자가 작성한 2차 시험 문제·답안 그대로 베껴…순위 뒤집혀

‘수험생이 낸 문제가 그대로 실제 시험에 출제됐다.’ 이는 인천 동암초등학교 교장공모제에서 드러난 비리다. 

동암초교 교장공모제에 응시한 교사가 미리 시험문제와 답안을 작성해 출제위원에게 전달했고, 출제위원은 이를 그대로 베껴 시험문제로 출제한 것이다. 당시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의 전·현직 정책보좌관이 이를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출제본부는 출제위원이 제출한 시험문제를 검토하고 수정해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암초교 교장공모제의 응시자와 시험문제 출제위원, 출제관리위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이다. 이 때문에 교장공모제에 전교조 카르텔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교육청. ⓒ이정용 기자
인천시교육청. ⓒ이정용 기자

도 교육감 전·현직 보좌관들, 교장공모제 ‘짬짜미’

1일 시사저널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교장의 공소장을 단독 입수했다. A교장은 도 교육감의 정책보좌관을 지냈고, 교장공모제를 통해 교장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소장에는 2020년 12월23부터 엿새간 A교장과 도 교육감의 정책보좌관 등 5명이 B교사를 동암초교 교장 1순위 임용후보자로 만들기 위해 벌인 공작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사건은 부개초교 교사가 도 교육감의 정책보좌관에게 “B교사가 동암초교 교장공모제에 선발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한 것이 발단이다. 도 교육감의 정책보좌관은 A교장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 당시 A교장은 “내가 출제위원으로 선발됐다”며 “B교사가 공부하고 있는 것이나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영역의 자료를 보내면 출제에 참고하겠다”고 대답했다. 

앞서 B교사는 1차 서류시험에서 2위에 올랐다. 50점 만점에 47.19점을 받았다. 당시 응시자들의 최고 점수는 47.80점이었다.  

A교장의 대답은 도 교육감의 정책보좌관과 부개초교 교사를 통해 B교사에게 전달됐다. B교사는 학교자치와 그린스마트스쿨, 학교안전, 행복한 학교문화에 대한 4문제와 예시답안,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의 키워드 등을 작성한 후 휴대전화로 부개초교 교사에게 전달했다. 이 내용들은 다시 청탁경로를 통해 A교장의 휴대전화로 그대로 전송됐다.

“내가 출제한 문제들만 선정…검토·수정·보완 생략”

A교장은 2020년 12월26일 하버파크호텔에 마련된 동암초교 교장공모제 2차 시험 출제본부에 입소했다. B교사가 작성한 문제와 답안, 키워드를 출력한 문서도 몰래 들여왔다. 이어 출제관리 위원에게 “내가 출제한 문제들로만 선정해 달라”며 “선정된 출제문제를 다른 출제위원들이 검토하고 수정해 보완하는 절차를 생략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그대로 반영됐다.

A교장은 B교사가 작성한 4개의 문제와 예시답안을 출제양식에 그대로 옮겨 적었다. B교사가 자신 있게 제시한 키워드도 문제와 예시답안을 만들었다. 이 5문제는 2020년 12월28일 인천북부교육청에서 실시된 동암초교 교장공모시험에 그대로 출제됐다. 시험문제를 모두 수험생이 작성한 셈이다.

B교사는 2차 시험에서 50점 만점에 47.91점을 받았다. 이는 2차 시험 응시자들 중 최고점수다. 이 바람에 1, 2차 시험 합산점수에서 순위가 뒤집혔다. 1차 서류시험에서 2위였던 B교사는 1~2차 시험점수를 합산해 95.1점을 기록해 1순위 임용추천후보자로 선발됐다. 

현재 A교장은 이런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B교사 등 4명에 대해 A교장과 같은 혐의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A씨에 대한 재판은 7월2일 오전 9시50분 인천지법 322호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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