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 강일구 기자 (kgb019@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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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여행 / 김소담 지음 / 정은문고 펴냄 / 1만8000원

어딘가로 떠나는 여행. 누구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아 헤맨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멈출수록, 새로운 세계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져간다. 그만큼 여행에 관한 책도 많이 출간되고 있다. 직접 가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없지만, 책을 통해 새로운 여행을 떠나려는 이들을 위해서다. 《당신이 모르는 여행》은 여느 여행 책들과 다르다. 제목 그대로 흔히 경험해 보지 못한 '당신이 모르는 여행'을 접할 수 있다.

이 책은 새로운 곳에 새로운 방식으로 여행을 떠난 뒤 달라진 삶을 소개한다. 어느 곳을 '체험하는 여행'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보는 여행'의 얘기다. 그것이 어떻게 인생을 바꿀 수 있는지 저자의 경험을 통해 소개한다.

서른 두 살의 저자는 홀로 남미로 떠났다. 버젓이 잘 다니던 준공무원의 안정된 삶도 버렸다. 노동력을 제공해 숙식을 제공받는 일종의 홈스테이 같은 '헬프엑스' 여행이었다. 물론 처음은 아니었다. 외국계 제조기업 마케터로 사회에 발을 내딛고 27살 가을에 떠난 첫 '헬프엑스' 여행으로 인생의 방향이 점차 달라졌다. 그리고 남미 여행을 통해 인생의 목적지를 바꿨다고 한다.

저자는 단지 비용을 아끼는 여행 방법으로 '헬프엑스'를 생각한다면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를 손에 쥐고도 유리 자르는 도구로만 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상상할 수조차 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지를 보고, 그들과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인류학에서 말하는 상대성을 몸소 취득한 듯하다.

그렇게 헬프엑스로 마주한 지구 반대편 세상을 보다 솔직하게 담아낸다. 헬퍼로서 호스트와 관계를 맺는 방법, 호소트의 물건을 아낄 수 밖에 없는 이유, 전기 없는 정글에서의 이야기 등이 생생히 담겨 있다. 그 결론은 '자연과의 연결'로 이어지며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환경 문제'로 연결된다. 

저자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환경운동이라는 새로운 여정으로 출발한다. 남미에서 생각지 못하게 경험했던 '자연과의 연결'은 자연에 대한 나의,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상력이 대단히 협소하고 제한적임을 깨닫게 해준다.

저자는 말한다.

“그간 뭘 놓치며 살아온 걸까. 남미에서 생각지 못하게 경험했던 '자연과의 연결'은 자연에 대한 나의,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상력이 대단히 협소하고 제한적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중략) 하지만 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우리는 선조들의 마음을 기꺼이 버리거나 혹은 버리도록 강요당했다. 그렇게 몇 세대가 지나자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숙고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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