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장외시장, 증권업계도 ‘후끈’
  • 이승용 시사저널e. 기자 (romancer@sisajournal-e.com)
  • 승인 2021.11.03 07:30
  • 호수 1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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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꿈에 사설 장외시장 거래 활성화…고위험·고수익 논란은 여전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급속히 커지면서 비상장 주식을 미리 매수해 차익을 거두려는 투자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 및 관리하고 있는 제도권 장외시장 K-OTC는 올해 유례없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기존 사설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역시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대형 증권사들도 비상장 주식 서비스에 새로 진출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장외시장 투자 열풍은 MZ세대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가상자산(코인) 투자에 이은 MZ세대의 고위험 고수익 선호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K-OTC 시장은 올해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시가총액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17조437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올해 4월 20조원을 넘어섰고, 10월19일에는 올해 초 대비 2배인 34조1395억원까지 늘어났다.

ⓒ시사저널 최준필
10월6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위안화의 달러 대비 환율 등 외환 관련 그래 프를 살피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초고속 성장세 보이는 장외시장

K-OTC 상장 종목 수는 10월28일 기준 146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증권사 HTS(홈트레이딩시스템)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를 통해 비상장 주식을 상장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고, 금융투자협회에서 제도화한 시장이라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금 혜택도 장점이다. 2018년 소득세법이 개정되면서 K-OTC 종목 가운데 벤처기업 및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세가 면제됐다. 거래세율도 코스닥과 비슷한 0.23% 수준으로 낮아졌다.

비상장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은 K-OTC 외에도 다양하다. 삼성증권이 두나무와 손잡고 2019년 11월 출시한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대표적인 국내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으로 꼽힌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9월초 기준 65만 명이 넘는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거래 가능한 비상장 종목 수가 6000개에 육박한다.

신한금융투자가 피에스엑스(PSX)와 협업해 지난해 12월 내놓은 ‘서울거래소 비상장’ 역시 거래가 활성화된 플랫폼이다. 서울거래소 비상장은 비바리퍼블리카(토스)부터 야놀자, 케이뱅크,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 IPO를 앞두고 있는 유니콘기업을 포함해 약 400개에 달하는 비상장 주식 거래가 가능하다. 서울거래소 비상장의 월간활성화이용자(MAU)는 올해 초 10만 명에서 30만 명 수준으로 늘어난 상태다. 이 외에도 코스콤이 KEB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스타트업 아미쿠스렉스 등과 협업해 출시한 ‘비마이 유니콘’, 유안타증권의 ‘비상장레이더’,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의 ‘네고스탁’ 등도 비상장 주식 매매 플랫폼으로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비상장 주식 매매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비상장 주식 매매 서비스 진출이나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키움증권은 국내 증권사 최초로 해외 비상장 주식을 온라인으로 매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현재 글로벌 최대 비상장 주식 매매 플랫폼은 미국의 OTC마켓으로 약 1만2000개에 육박하는 기업의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 OTC마켓의 비상장 주식을 사려면 기존까지는 증권사에 직접 전화하는 방식으로 주문을 넣어야 했다. 키움증권은 해외주식 HTS인 ‘영웅문G’와 MTS인 ‘영웅문SG’를 통해 OTC마켓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422개 종목에 대해 온라인 주문으로 매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거래 수수료도 기존 0.5% 수준에서 0.07%로 대폭 낮췄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증권플러스 비상장이나 서울거래소 비상장처럼 국내 비상장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별도 플랫폼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삼성증권이나 신한금융투자처럼 외부 운영업체와 손잡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증권사 리서치센터도 올해 들어 비상장 주식에 대한 분석을 늘리고 있다. KB증권은 비상장 기업에 대한 리서치를 제공하기 위해 최근 리서치센터 기업분석부 내에 신성장기업솔루션팀을 신설했다. 삼성증권도 올해 1월부터 비상장기업 투자포럼을 개최했으며 애널리스트들도 담당 분야의 유망 비상장기업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이 비상장 주식에 대한 관심을 늘리는 이유는 늘어나는 투자자들의 관심에 대응하고자 하는 측면도 있지만 유망 기업에 대해 증권사 자체적으로 사전 투자에 나서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증권사나 금융지주사들은 계열사로 벤처캐피털(VC)을 세우거나 증권사 내부에 자체 팀을 별도로 조직하고 유망 비상장기업에 대해 사전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삼성증권과 교보증권은 올해 금융 당국에 ‘신기술사업금융업’을 신청하기도 했다. 신기술사업금융업 허가를 받게 되면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라는 펀드를 만들어 직접 투자 및 운용할 수 있다. 또한 증권사들이 비상장기업에 사전 투자한다면 향후 해당 기업의 상장주관사 경쟁에서도 주도권을 가질 가능성이 커진다.

 

고위험·고수익과 시세조종 논란도

비상장 주식 열풍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시선도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비상장 주식에 대한 투자는 고위험·고수익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량이 적다는 면에서 시세조종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그치지 않고 있다. K-OTC만 보더라도 특정 기업의 주가가 일반인들이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폭등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올해 9월13일 상장한 두올물산이 대표적이다. 두올물산은 1995년 설립된 자동차 내·외장재 기업인데 상장 첫날부터 기준가 107원 대비 428원(400%) 급등한 53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두올물산 주가는 연일 폭등해 10월19일에는 12만2000원을 찍었다. 12만%라는 말도 안 되는 주가상승률을 보이면서 100억원대였던 시가총액은 12조원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이후 회사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두올물산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고 10월21일에는 4만5600원까지 떨어졌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K-OTC는 다자간 매매를 제공하고 있지만 1대1 거래를 제공하고 있는 사설 비상장 주식 매매 플랫폼의 경우 종목별로 일부 거래에 의해 가격이 널뛰기할 가능성이 높고 시세조종에 더욱 취약하다. 또한 기본적으로 비상장기업의 경우 경영 상황이나 기업 가치 변화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며, 거래가 활발하지 못해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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