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보여준 의구심에 尹이 답 내놔야 [유창선의 시시비비]
  • 유창선 시사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0.31 10:00
  • 호수 1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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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 타던 윤석열, 스스로 위기 초래
정치인으로서 공감능력에도 문제점 드러내

윤석열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무야윤’(무조건 야당은 윤석열)은 야권 내부에서 대세이자 기정사실이었다. 그런데 국민의힘 대선후보 최종 경선이 진행 중인 지금,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윤석열 후보가 ‘전두환 옹호’ 발언, ‘개 사과’ 논란에 휩싸이는 사이, 홍준표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맞대결에서 앞서는데도 윤 후보가 이 후보에게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윈지코리아가 아시아경제의 의뢰로 10월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 코리아리서치가 MBC 의뢰로 10월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제까지 크고 작은 윤석열발(發) 언행 실수들이 있었지만, ‘전두환 옹호’와 ‘개 사과’의 영향은 대형 폭탄급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기류 변화가 결코 홍준표 후보가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홍 후보는 여전히 막말 정치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이번 경선 과정에서 자기만의 비전을 딱히 보여준 것도 없다. 그에 대해 여전히 낡은 ‘꼰대 정치인’이라는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중도층에는 많다. 그런 홍 후보에게 윤 후보가 뒤지는 조사 결과들이 나오는 것은 전적으로 윤석열 자신의 탓으로 진단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사실 대선 등판 이전에 윤 후보가 받았던 압도적 지지를 생각한다면, 그가 조금만 잘했다면 50%가 넘는 지지율을 얻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윤 후보가 대선 행보를 시작한 이후 부적절한 언행들은 기억되는 것이 많지만, 특별히 감흥을 준 기억으로 남는 장면은 별로 떠오르는 것이 없다.

ⓒ시사저널 박은숙
윤석열 전 검찰총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6월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 앞에서 출마선언 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과거 실패했던 보수정권 사람들만 가득한 캠프

‘국민의 부름’을 받고 대선에 나왔다던 윤석열에게 무엇이 문제였을까. 우선 ‘윤석열 캠프’는 그의 새로움에 대한 기대를 사라지게 만든 실패작이었다. 종합지원본부장을 맡아 캠프를 사실상 이끌고 있는 권성동 의원을 비롯해 윤한홍 총괄부실장, 박민식 기획실장, 신지호 정무실장 등 핵심 실무라인은 모두 친이(명박)계 인물들이다. 친이계 인물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윤상현 의원, 김태호 의원, 유정복 전 인천시장 등 친박(근혜)계 인물들이 결합한 것이 윤석열 캠프의 면면이다. 과거 실패했던 보수정권의 사람들만 가득할 뿐, 새로움을 상징할 수 있는 인물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 윤 후보에게서 새로운 정치나 세력을 바라던 사람들은 기대를 거둬들이게 되었고, 윤 후보는 그저 무난한 국민의당 당원이 되었던 것이다.

윤 후보 스스로가 말하는 ‘국민의 뜻’을 헤아린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국민의 뜻은 내로남불과 진영의 정치를 넘어설 새로운 시대를 열라는 것이었지, 단지 과거 보수정권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패한 정권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대거 윤 후보 주변에 몰려들었다. 그러니 “파리떼가 들끓고 있다”고 했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말이 지나친 것은 아니었다. 후보 자신이 촉발시킨 실수도 많았지만, 거듭되는 위기 상황에도 안이하게 늑장 대응하는 윤석열 캠프의 모습에서는 낡은 과거만이 떠오를 뿐, 새로움에 대한 어떤 기대도 생겨나기 어려웠다.

윤석열 캠프가 보인 이런 식상함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의구심을 낳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 윤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로 채워지는 다음 정권이 들어선다면, 그것은 과거 정권들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 윤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된들, 국민들이 갖는 이런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본선 경쟁력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장애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만약 윤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사실상 캠프 해체에 준하는 과감한 일신과 재편을 해야 이제까지 쌓인 회의적 시선들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불통, 尹이라고 다를까’ 의구심

그다음 문제로는, 정치인으로서의 공감능력이 취약함을 지적할 수 있다. 그동안 논란거리가 되어 스스로를 코너로 몰았던 전두환 옹호, 청약통장, 주 120시간 근무, 부정식품 같은 발언들은 사실 그런 표현들이 국민에게 어떻게 들릴지를 생각하지 못한 탓에 나온 것이었다. 자신의 발언 취지가 결코 나쁜 의미가 아니었다 해도, 듣는 사람에게 어떻게 들리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이다. 자꾸 다른 해석을 낳고 논란을 촉발하는 화법은 발화자(發話者)의 책임이다.

거듭되는 말실수들은 윤 후보가 아직 자신의 생각에만 갇혀 국민의 정서를 충분히 읽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장면들이었다. 그래서 윤 후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국민들의 생각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곤 했던 이명박과 박근혜 전 대통령,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을 떠올렸다. 귀를 닫아버린 채 누가 뭐라 해도 자기 고집을 앞세우는 전철을 윤석열도 되풀이할지 모른다는 불안한 시선들이 생겨나게 만들었다.

‘전두환 옹호’ 논란 속에서도 윤 후보 자신이 사과를 미루다가 여론을 악화시키고, 간신히 유감 표명을 했다가 다시 비판 여론에 떠밀려 몇 시간 뒤에 정식 사과를 해야 했던 상황은 그의 고집 또한 만만치 않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었다. 실제로 윤 후보의 고집 또한 앞선 대통령들 못지않다는 얘기들이 전해진다. 그러니 역대 대통령들이 드러낸 고질적인 ‘불통’의 문제가, 윤석열이라고 해서 다를까라는 의구심이 생겨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다면 이전의 정부들과 무엇이 다를 것인지에 대해 국민들을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그런 의구심들은 본선 과정에서 내내 그의 발목을 잡게 될 것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후보의 상승세가 눈에 띄기는 하지만, 당심(黨心)이 열쇠를 쥐고 있는 최종 경선의 룰을 감안하면 10월28일 현재까지는 윤 후보가 다소 우세해 보인다. 아직 경선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윤 후보가 대선후보로 최종 선출될 경우 김종인 전 위원장이 선대위원장을 맡아 사령탑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그러나 과거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보았듯이, 김 위원장이 박근혜를 제어할 수 있었던 것도 대통령에 당선되기 이전까지였을 뿐이다. 일단 정권을 손에 쥐게 된 권력자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될 위험성을 갖고 있다.

설령 김종인이 천신만고 끝에 ‘윤석열 대통령’을 만든다고 한들, 그가 책임질 수 있는 것은 딱 거기까지다. 그 이후의 모든 것은 오롯이 윤석열 스스로에게 달려 있게 된다. 윤 후보는 과연 쓴소리와 비판도 경청하는, 소통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더 이상 우왕좌왕하는 일 없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까지의 모습만 놓고 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는 게 사실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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