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밝혀진 ‘매각 무산’의 이유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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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사업 백미당 놓치지 않으려다 매각 불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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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인수합병(M&A) 노쇼(예약 미이행)’ 사태를 놓고 벌어진 첫 법적 공방이 한앤컴퍼니의 승리로 돌아갔다.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 등을 상대로 법원에 낸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진 것이다. 특히 이번 가처분 신청 결과문에는 홍 회장이 돌연 계약 해제를 통지한 이유도 담겨 눈길을 끌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송경근 수석부장판사)는 최근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과 부인 이운경 남양유업 고문, 손자 홍승의군 등을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홍 회장은 29일 남양유업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만일 이를 어길 경우 홍 회장 등은 한앤컴퍼니에 1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홍 회장의 계약 해제 통지는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양측이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홍 회장이 주장한 매각 결렬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한앤컴퍼니가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하고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했으며 거래 상대방으로서의 신뢰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홍 회장이 제시한 자료만으로는 한앤컴퍼니가 부당하거나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결정문에는 홍 회장이 계약을 해제를 통지한 결정적인 이유도 담겼다. 홍 회장 일가는 카페 프랜차이즈 백미당을 포함한 외식사업부를 제외하고 남양유업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선행 조건에 대해 한앤컴퍼니가 확약 및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고 했다.

‘백미당’을 포함한 남양유업 외식사업부는 홍 회장의 부인 이운경 고문과 차남 홍범석 남양유업 상무가 총괄했다. 백미당은 남양유업 내에서도 상당한 실적을 올리는 알짜사업으로 분류된다. 법원은 주식매매계약서상 외식사업부의 분사 절차와 방법, 조건 등이 전무하다는 점을 들어 홍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한앤컴퍼니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홍 회장은 수세에 몰리게 됐다. 당장 29일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가 어려워지면서 새 경영진을 구성하는 작업은 차질을 빚게 됐다. 또 향후 본안 소송 결과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번 가처분 신청 과정에서 홍 회장의 주장 대부분은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홍 회장이 매각 결렬 사유 등을 증명하기 위한 자료나 증거 제출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남양유업은 지난 5월 한앤컴퍼니가 3100억원에 홍 회장 일가의 지분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홍 회장은 거래 종결 예정일이던 7월30일에 갑작스럽게 잠적했고, 이후 한앤컴퍼니에 계약 해제를 통보하면서 양측은 법적 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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