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시작도 안 했는데…경선 과열에 ‘사분오열’ 된 野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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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후보 간 치열한 공방전에 당 수뇌부도 고심
洪 반감 심해 ‘김종인 선대위’ 출발도 전에 암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간 공방전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까지 거친 발언을 내뱉고 있다. 정책 대결이 아닌 원색적인 공방이 오가면서 당 지도부의 고민도 깊어진 모양새다.

후보가 정해진 후 ‘김종인 체제’로 ‘원팀’을 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홍 의원 간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레이스에 먼저 뛰어든 가운데, 국민의힘이 경선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과 홍준표 의원이 10월15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1대1 맞수토론’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과 홍준표 의원이 10월15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1대1 맞수토론’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절대강자 없어지자 ‘정글’ 된 野 경선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오는 11월5일 결정된다. 상황은 안갯속이다. 유력 대선 주자로 꼽혔던 윤 전 총장은 연일 논란에 휩싸이며 지지율이 주춤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홍 의원이 기세를 올리고 있다. 두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가운데, 유 전 의원과 원 전 지사 역시 단일화를 거부한 채 막판 대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은 앞선 민주당 경선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가 경선 당시부터 압도적인 인기를 과시했다. 이낙연 전 대표에게 막판 역전을 허용하긴 했지만, 여론조사 때마다 큰 득표차로 여당 내 1등 후보를 지켜왔다. 이 탓에 일찌감치 중도 사퇴하는 후보가 여럿 나왔고, 이 후보와 갈등을 빚은 후보는 이 전 대표 정도밖에 없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네 후보 모두가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이 탓에 후보 선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각 후보 간 네거티브 공세가 끊이질 않고 있다. 상대방의 단점을 부각하는 공방전이 계속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후보 간 비방전이 자칫 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후보 경선 마지막 며칠을 남겨두고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며 “당 대표로서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허위정보 유통이나 그것에 근거한 비방 등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게 다루겠다”며 “마지막 일주일 정도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였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초선의원 35명도 원팀 경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의힘 대선후보께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최근 우리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후보자들 간 공격과 비방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디 서로 치열하게 검증하고 토론하되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갈라치기 해온 국민들을 포용하고 하나되게 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밝혔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사저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사저널

洪 반발에 경선 후 ‘김종인 체제’도 물음표

야권의 ‘킹 메이커’라 불리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존재가, 되레 ‘원팀’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이 정책 자문을 구하는 야권의 좌장이자 멘토다. 그런 김 전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윤 전 총장의 우세를 점치면서 홍 의원의 반발을 샀다.

김 전 위원장은 29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가 있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대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경쟁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이 홍 의원에 승리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그러자 홍 의원은 “또 한 분의 도사가 나왔네”라며 김 전 위원장 발언에 불쾌감을 표했다.

결국 야당 내 대선 후보로 누가 선출되더라도, ‘김종인이 만드는 원팀’은 어려워질 수 있다. 그간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의 경륜을 대선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윤 전 총장이 승리할 경우 김 전 위원장이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홍 의원이 승리했을 때다. 이 경우 ‘홍준표-이준석-김종인’의 꼬인 실타래가 다시금 갈등을 부를 수 있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 이후 자신의 역할에 대해 “영 아닌 사람이 정해지면 안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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