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도 비호감인데, 제3지대도 존재감 미약 [유창선의 시시비비]
  • 유창선 시사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1.13 14:00
  • 호수 1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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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심상정·김동연의 동상이몽
독자적 세력 확보에 한계…3자 연대의 명분과 실리 찾기도 어려워

대선 정국의 관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양자 대결에 온통 집중돼 있는 환경이지만, 두 후보에 대한 비호감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어서 제3지대 후보들이 대선 판도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심삼정 후보가 출마한 정의당은 11월8일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심상정으로의 정권교체’를 내걸었다. “대장동 사슬에 묶여서, 똑같이 의혹 해명하고, 검경 조사 불려 다니고, 그런 이재명 후보로는 윤석열 후보를 이길 수 없다”면서 이번 선거는 “심상정과 윤석열의 대결”이라는 것이 심상정 후보의 장담이었다.

장고 끝에 출마 선언을 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당을 선거체제로 전환하며 선대위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여름까지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논의하던 입장과 달리,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을 “음주운전자와 초보운전자”로 폄하하면서 자신이 그들과는 다른 선택지임을 내세우고 있다.

‘새로운 물결’이라는 신당 창당에 나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공보와 정책 등 각 분야 특보를 임명하고 선거체제를 정비하면서 현재의 양당 구조에 대한 비판에 나서고 있다. “나라를 반으로 나누고 사생결단하는 선거판에서 누가 당선되든 대한민국은 없다”면서 기득권 공화국을 깨는 데 앞장설 것이라는 게 그의 다짐이다.

세 후보 모두가 양당 대결의 대선 구도를 비판하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들의 입지가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선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지지율이 그러하다. 현재로서는 이들의 당선 가능성을 현실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관심을 받으며 독자 완주를 해서 이후에 대한 발판으로 삼거나, 대선 승부를 가르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정도의 지지율을 확보하는 것이 차선일 수 있다. 그런데 워낙 초반부터 정권재창출을 내건 민주당과 정권교체를 내건 국민의힘 간 진영 대결로 굳어진 대선인지라, 이재명과 윤석열을 제외한 다른 후보들이 관심을 얻기 쉬운 환경이 아니다.

11월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제56회 전국여성대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왼쪽) 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대화를 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세 후보 지지율 다 합쳐도 두 자릿수 안 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11월7~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 4.3%, 심상정 후보 3.7%를 기록했다. 김동연 후보는 ‘기타 후보’에 포함되어 따로 집계되지 않았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2%p).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로 11월6~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안철수 4.9%, 심상정 3%, 김동연 0.9%의 지지율이 나왔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11월5~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안철수 4.8%, 심상정 4.4%, 김동연 0.5%의 지지율을 보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대체로 대동소이한 결과들이다.(여론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물론 안철수·심상정 후보의 경우 지지율이 조금 더 상승한다면 이재명-윤석열 간 박빙의 대결에서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독자적인 흐름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예상된다. 김동연 후보의 경우는 대선 출마의 타이밍이 늦은 데다 조력이 없는 단기필마 모습으로 비춰진 탓인지, 아직은 존재감 자체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대선은 역대 어느 대선보다도 제3지대나 제3후보의 입지가 약해지는 선거로 가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정권재창출이냐 정권교체냐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요구가 워낙 큰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그 결과가 다른 후보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묻지마 정권재창출’과 ‘묻지마 정권교체’ 간 대결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당사자들이 그동안 드러냈던 한계로 인해 국민들이 양당 정치를 싫어하면서도 제3지대 인물과 세력에게 기대를 걸지 못하는 상황을 자초한 바 크다.

안철수 후보는 엄밀히 말해 제3지대도 아니고 더 이상 새로운 인물도 아니다. 그가 많은 국민의 희망으로 등장했던 시간도 있었지만, 반복되는 이합집산과 출마 과정에서 어느덧 식상함이 커진 정치인이 되고 말았다. 이번 대선 출마도, 국민의힘과의 합당이 무산된 상황에서 출마하지 않으면 존재감이 사라지는 상황에 대한 자구책으로 해석될 뿐, 이제는 당선 가능성이 없는 출마라는 것이 그가 처한 현실이다. 결국 윤석열과의 후보 단일화 여부만이 관심사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의당은 진보정당으로서의 독자성을 견지하지 못한 채 ‘민주당 2중대’가 되었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특히 조국 사태 때 취했던 모호한 태도로 인해 내부에서도 심각한 자기비판의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21대 국회 들어 그러한 성찰 위에서 민주당과 선을 긋고 진보정당으로서의 독자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민주당 지지층의 빗발치는 요구가 있겠지만,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선택을 정의당이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선택은 정의당에 다시 ‘민주당 2중대’라는 꼬리표를 붙여 독자 존립의 길을 소멸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심 후보는 “단일화라는 말 자체도 역사적 시효가 끝났다고 본다”며 완주 의사를 분명히 했다.

독자 완주의 가능성은 김동연 전 부총리도 마찬가지다. “기득권 공화국인 대한민국을 해결하기 위해 보수나 진보가 아닌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며 출마했던 그가 이제 와서 여야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후보 단일화를 하는 것은 스스로의 명분을 부정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김 부총리는 이미 10년 동안 정치를 해온 안 후보와도 연대를 고려하지 않으며 선을 긋고 있다. 아마도 후일을 기약하며 마지막까지 자신의 명분을 지키는 길을 갈 가능성이 크다.

 

새로움 갈구했던 국민들의 요구, 어디로?

안철수·심상정·김동연 세 후보의 연대를 통한 제3지대 세력화를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그림인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는 11월2일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을 ‘기득권 양당과 제3지대의 대결’로 규정하면서 “안 후보도 그렇고 김 후보도 그렇고 양당체제 종식을 말했는데, 조만간에 만나서 양당 체제 종식 공동선언을 하자고 제안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심 후보는 다음 날 “안·김 후보의 입장은 양당 체제와 결별하겠다는 것까지만 확인했다”면서 “그 이상은 구상하고 있지 않다”고 연대 제안으로 해석되는 데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실제로 이들 3인은 연대의 명분과 실리를 찾기에는, 거대 양당 후보가 아니라는 점 이외에는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이번 대선은 제3지대가 사실상 사라지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제3지대를 통해 새로움을 갈구했던 국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담아내는 것은 거대 양당에 부여된 과제다. 그러나 아직까지 낡고 익숙한 것에만 의존할 뿐, 새로운 것은 보이지 않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모습을 보면, 이번 대선이 미래를 향한 변화의 시대정신을 담아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니 진짜 없어진 것은 제3지대가 아니라 국민들의 희망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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