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김부겸 “두 후보 공약 모두 재정 부담…정부 또 빚낼 순 없다”
  • 구민주·김종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1.11.12 14:00
  • 호수 1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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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국무총리 인터뷰 ① “대선에 내각 개입 있을 수 없어”
“‘김부겸 대안론’은 지라시…文 정부와 함께 끝까지 간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내놓은 코로나19 피해 극복 및 지원방안에 대해 “재정에 부담이 가는 공약”이라면서 “올해도 내년도 계속 수십조원의 부채를 안고 예산을 집행하는데 정부가 또 빚을 내서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11월10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시사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양 진영이 ‘우리 사정이 여유롭지 않구나’를 아실 수 있게, 필요하다면 후보들에게 재정 당국을 통해 재정 현황을 브리핑도 해드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응의 컨트롤타워로서 11월1일 시작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김 총리는 “조금씩 일상을 회복해 나가는 상황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며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백신 미접종자분들을 중심으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불편하다고 하시는데, 왜 온 국민이 마스크를 쓰겠나. 서로가 서로의 건강을 지켜야 하는데, 이 정도 협조는 해주셔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국민을 보호할 방도가 없다”고 했다. 김 총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주요 현안은 물론 문재인 정부의 공과, 향후 계획 등 다양한 의제에 대해 특유의 화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자세히 피력했다.

ⓒ시사저널 임준선

‘단계적 일상 회복’이라는 어려운 실험을 하고 있다. 상황을 어떻게 지켜보고 있나.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많은 국가가 곧바로 ‘위드 코로나’를 택한 것과 달리, 우리는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일상을 회복하는 길을 가고 있다. 방역을 단번에 풀어버린 국가 중 확진자가 다시 폭증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 나라들은 대개 코로나19 초기에 엄청난 희생자를 냈기 때문에, 지금 발생하는 희생자 수 정도는 어느 정도 감내할 만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우리는 하루 사망자가 20명만 넘어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3단계에 걸쳐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는 방안을 택하고,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정부가 ‘긴급 멈춤’을 하겠다고 미리 말씀을 드린 것도 이 때문이다. 백신 접종률이 많이 올라왔지만 항상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주기적으로 환기하며, 몸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선제적으로 진단검사를 받길 요청드린다. 이 세 가지만 실천된다면, 위태롭지만 이 시기를 잘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백신 접종률이 많이 높아지긴 했지만, 그 증가율이 더뎌진 것 같다.

“현재 18세 이상 미접종자가 500만 명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중엔 개인적으로 소신이 강한 분도 있고, 접종이 어려운 몸 상태를 가진 분도 있어 더 이상 나라가 접종을 강요할 순 없다. 다만 이들 중에서 48시간 이내 검사 결과가 반영된 음성확인서를 제시하는 ‘방역패스’에 대해 불편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서로서로 건강을 지켜야 하지 않나. 왜 온 국민이 불편하게 마스크를 쓰겠나. 이 정도 협조는 해주셔야지, 그러지 않고선 국민을 보호할 방도가 없다.”

17세 이하 청소년 접종률도 다소 낮은데.

“이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코로나19가 덜 치명적이기 때문에 더 강요하진 않고 있다. 다만 최근 학교 현장을 중심으로 청소년들의 감염이 상당히 늘어나고 있어 우려는 된다. 백신 접종의 효과는 분명히 있는데, 과도한 두려움이나 잘못된 의학 상식 탓에 학부모들이 지나치게 걱정하시는 부분도 있다. 그분들의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다.”

내년부터는 먹는 치료제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건가.

“현재 정부 차원에서 총 40만4000명분의 먹는 치료제 선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개발이 순조롭게 완료될 경우, 내년 초부터 국내에 공급될 수 있도록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의하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 머크사와 20만 명분 구매계약을 체결했으며, 추가 물량을 계속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세수 남는다고 돈 남아도는 것 아냐”

코로나19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여야는 물론 당·정·청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총리로서 어떤 입장인가.

“정치권에서도 이젠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한 재원 마련은 불가능하다는 걸 아는 것 같다. 다만 양 진영에서 모두 재정에 부담이 가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엄청난 재정 투입을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그분들이 내놓은 대국민 약속이니 더 드릴 말씀은 없지만, 우리 재정의 현황에 대해 좀 더 정확한 내용이 필요하다면 재정 당국을 통해 상세한 자료를 바탕으로 브리핑을 해드리겠다고 말하고 싶다. 올해도 내년도 계속 수십조원의 부채를 안고 예산을 집행하는데, 이 와중에 또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고 빚을 내 지급할 수는 없지 않겠나. 세수가 좀 더 들어왔다고, 돈이 남아돈다고 해석해선 안 된다.”

세계 최초로 소상공인의 손실보상을 법제화(‘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해 시행했다. 어떤 의미로 보면 되나.

“공동체에 위기가 왔을 때, 그 위기를 특정 계층이 전부 부담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위험과 고난을 다 나눠 진다는 취지로 탄생한 법이다. 미국의 경우,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고용인 500인 이하 기업에 파격적으로 지원했다. 임금으로 지급한 부분은 다시 갚을 의무가 없도록 했다. 우리가 아는 가장 자본주의적인 국가인 미국도 이런 발상을 한 것이다. 우리도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정부가 영업제한이나 금지명령을 내려서 임차한 상가의 기능을 못 하게 만들었으면, 당연히 임대료에 대한 부담도 나눠야 하는 게 맞다. 국회에 이미 관련 법안도 발의돼 있다. 이런 게 진정한 사회적 연대다.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

대선 정국에서 정부의 정치적 중립을 줄곧 강조해 왔는데, 그 방법론이 궁금하다.

“민주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를 관리하는 내각이 거기(선거)에 개입한다면 자칫 공동체 합의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제가 자신 있게 실증할 수 있는 건 행정안전부 장관 당시 지방선거가 있었는데, 그때 단 한 건도 행안부가 오해받거나, 이와 관련해 고소·고발을 당한 일이 없었다. 얼마 전에 전 부처 공직자들에게 ‘선거 정국에서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행동을 하지 말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11월10일) 각 대선후보 진영에 우리 정부의 주요 정책과 추진현황, 향후 과제들을 집약한 정책집을 전달했다. 정책 어젠다를 정할 때 참고해 차기 정부가 시행착오를 줄이고 정책적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정책집을 전달하는 대신 공무원들은 대선후보들에게 그 외의 엉뚱한 요구를 전하지 말라는 의도도 담겼다.”

대선후보의 ‘대장동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이 맞붙고 있는 상황에서 일각에선 정부가 임명한 검찰 등 권력기관이 특정 후보를 봐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한다.

“(목소리를 높이며) 아니,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지금 이렇게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팽팽한 대선 국면에서 어떤 수사기관이나 권력기관이 한쪽 후보에게 과감히 베팅할 수 있겠나. 그저 앞으로 나오는 수사 결과를 잘 지켜보자고 말하고 싶다.”

‘통합’을 강조해온 정치 여정을 걸어왔다. 정치·경제 양극화가 심해지는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나. 해법은 무엇인가.

“부동산에 의한 자산의 양극화가 원흉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로 인한 청년들의 절규와 절망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청년층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정부에선 최근 청년 일자리와 관련해 ‘청년희망ON’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KT·삼성·LG·SK·포스코 등 기업들에 지금 당장 고용을 못 하겠다면 각 기업이 갖고 있는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해 청년들에게 ‘취업 예비시즌’이라도 함께 만들어주자고 제안했다. 이들 기업은 향후 13만3000개 정도의 일자리 창출을 이미 약속한 상태다. 청년들에게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자산 양극화 문제는 투기를 억제하고 공급을 꾸준히 하며 서서히 해소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주택시장 안정세로 전환되는 길목에 근접”

현재 부동산 상황은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현재까지의 주요 시장지표들을 종합하면, 주택시장이 안정세로 전환되는 길목에 근접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고, 금리 추가 인상과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등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제 정부는 추가 대책을 내놓기보다 현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3기 신도시 등 기존 공급정책을 조속히 이행해 정책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차별금지법에 대해 “검토할 때가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리 의견은.

“헌법상 평등권을 구체화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의 제정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며, 제 개인적 소신 또한 그와 닿아있다. 다만, ‘검토할 때가 됐다’는 대통령의 말씀은 법안에 대해 각계 생각이 여전히 다른 만큼,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좀 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라는 취지였다고 해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과 과를 각각 꼽자면.

“공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고 기초연금을 인상하는 등 포용적 복지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권력기관 개혁을 완수했다는 점도 꼽는다. 지금까지 완전한 봉쇄 없이 코로나19를 안정적으로 억제했다는 것도 유의미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간의 노력에도 부동산과 일자리 문제 등 서민 경제 회복 분야에선 국민이 성과를 체감하기엔 부족함이 있었다고 본다.”

정치인 김부겸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일각에선 이번 대선 정국에서 ‘김부겸 대안론’ ‘김부겸 등판설’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그걸 한마디로 ‘지라시’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러나 그런 오해를 받을까 걱정돼, 정부 입장에서 마땅히 해야 할 말을 안 할 순 없지 않나. 어찌 됐든 공직자는 정치적 잔계산이 없어야 국민과 국가에 이익이 되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다. 저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총리로서 끝까지 함께 마무리할 것이다.”

총리로서 남은 기간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을 꼽고 있나.

“어떻게든 코로나19를 극복해 일상 회복으로 가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래야 다음 정부도 다시 출발선에 서서 일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2050 탄소중립’(2050년까지 석탄발전 전면 중단) 과제 역시 중대하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방향으로 산업을 대전환하는 데 대비하지 않으면 그 기업의 물건은 2030년이 되면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못 팔게 될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탄소중립을 지키지 않은 경제행위는 인정받지 못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를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고 비판만 하면 어쩌나. 이미 대체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고급 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이젠 예전처럼 태양광을 확보하는 데 많은 산지를 훼손할 필요도 없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외치는데 우리라고 피할 수 있겠나.”

☞ ‘김부겸 국무총리 단독인터뷰’ 2탄 「“요소수, 물밑 성과 나오고 있다…사태 곧 진정”」 기사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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