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도 경고등 “요소수 대란, 남의 일 아니야”
  • 클레어함 유럽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1.16 10:00
  • 호수 1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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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운송업계 및 농임업계, 요소수 품귀 현상 경고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 요구

한국 경제가 요소수 부족 사태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중국에만 의존해 왔던 수입망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호주·동남아는 물론 유럽 등에도 수입 루트를 뚫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최대 디젤차 시장인 유럽에서도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를 정화하는 요소수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서 업계가 정치권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Xinhua 연합
ⓒXinhua 연합

주요 생산업체들, 10월부터 잠정적 생산 중단 선언

약 10년 전 배출가스 감축을 목표로 독일자동차협회(VDA)가 제조한 대표적인 요소수 브랜드인 ‘애드블루(Adblue)’ 생산이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잠정 중단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유럽 최대 애드블루 제조사인 슬로바키아의 두슬로, 세계 2대 암모니아 공급사업자인 야라그룹, 스페인의 페르티베리아 등 주요 애드블루 제조업체들이 지난 10월부터 잠정적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고, 11월에도 지속되고 있다. 80여 개국에 걸쳐 390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화학회사인 독일의 바스프그룹도 본사의 루트비히스하펜 및 벨기에 안트워프 지역 생산을 감축했다. 이로 인해 요소수 가격이 2~3배 이상 오르고, 일부 지역에서는 사재기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전략적 잠정 생산 중단 중인 유럽연합(EU)은 요소수 품귀 현상이 현재진행형은 아니고, 시중에 지속적으로 공급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EU의 다수 언론에서도 애드블루 부족 현상에 대해 경고하고 있으나, 독일을 제외하면 대체로 자동차 전문매체나 농임업계 및 운송 전문지에만 보도되고 있는 등 아직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는 분위기다.

유럽은 2015년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디젤 차량의 대기오염 문제가 주목받으며 디젤차 판매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15년 52%에 달하던 디젤차 점유율은 최근 28%로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EU 배기가스 배출량 기준 ‘유로5’(EU가 정한 자동차 유해가스 배출기준) 및 ‘유로6’의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를 장착한 트럭과 버스, 경유차들은 애드블루 탱크가 빌 경우 차의 시동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규모 물류대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또한 농업 및 임업계에서 사용하는 기계류도 디젤 엔진을 사용하고 비료의 주요 성분도 암모니아이기 때문에 동종업계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예로 임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스웨덴의 경우 자국 공급망에는 문제가 없지만, 독일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스웨덴의 최대 애드블루 제조사 Arom-Dekor Kemi AB의 마케팅 매니저인 매들린 올슨은 언론 인터뷰에서 “주문량을 맞추는 데 문제가 없다”며 다만 “원가 상승으로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이 더 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10월부터 독일의 운송업계 및 농업계는 애드블루 공급망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경종을 울리고 있다. 독일 경제전문지 ‘한델스블라트’ 보도에 따르면, 독일화물운송물류폐기물협회(BGL)와 독일버스경영자연합(BDO)은 경제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애드블루 리터당 가격이 19센트에서 69센트로 올라 공급업체들이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며 “자국 내 애드블루 공급이 부족해지면 90%의 트럭운송이 아예 불가능해진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공급망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고, 물품과 서비스 공급이 불안정해질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독일농부협회도 “에너지 가격의 충격은 비료 수급과도 연관이 있기에 농업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트랙터와 하비스터에도 애드블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업계 대표들과 정부 각료들이 참여하는 라운드 테이블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한 독일 정부 부처의 반응에는 다소 온도차가 있어 보인다.

안드레아스 쇼이어 교통부 장관은 “조속히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업계와 정부 부처의 다자간 협의 제안을 지지한다”고 적극적인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그는 “국제 운송망은 팬데믹으로 인해 아직 경직되어 있는 상황이며, 원자재 부족으로 인해 도로운송에 차질이 생기는 위험까지 감당할 여유가 없다. 최우선은 이 공급망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경제부는 관련 업계의 긴급한 다자간 논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독일 경제에너지부 대변인은 시사저널이 구체적인 대책을 문의하는 질의서에 “우리는 가격 상승과 애드블루 부족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정밀히 관찰하고 있다”며 “현재 우리는 현 공급망 문제들에 대해 다각도로 업계의 관련 협회들과 소통하고 있다. 애드블루는 복수의 정부 부처가 관여하고 있으므로 교통부 및 환경부와 집중적으로 협의 중인데, 현 상황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조만간 업계 대표들과도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차분하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 상황 타개 위한 ‘긴급한 유럽 해결안’ 주장

오스트리아 최대 애드블루 제조사인 오버에더의 안드레아스 오버에더 이사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긴급한 유럽 해결안’을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는 “현존하는 대규모 제조사들은 모두 정량제를 실시하고 있거나 완전히 생산을 멈췄다. 게다가 해외로부터 문의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어 애드블루의 가용성이 계속 위축되고 있다. 이로 인해 동유럽과 남유럽에서는 이미 애드블루 부족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슬로바키아 경제부는 충분한 자국 수요를 보장하기 위해 예비비로 50만 리터의 애드블루를 구매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조달계약은 수주나 몇 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도 자국 내 애드블루의 60%를 생산하던 ‘야라 이탈리아’사가 지난 10월 임시 생산 중단을 발표했다. 야라그룹은 노르웨이가 대주주인 다국적기업인데 현재 에너지 위기로 인해 유럽 내 암모니아 제조공장의 약 절반은 생산을 잠정 중단했다. 야라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카테리니 대변인은 지난달 “4주간의 휴업을 결정했다”며 “요소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소규모 제조사들도 존재하기에 자국 시장에서 애드블루가 사라질 위험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이 여파로 애드블루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가격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 휴업 중인 야라 이탈리아의 페라라 공장은 140명의 직원을 해고하는 대신 시설 유지·관리나 교육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카테리니 대변인은 “우리에게 소요되는 큰 비용은 에너지 부문이지 직원이 아니다”며 “우리는 당장의 정부 지원이 아니라, 가스 가격 인상에 대응하는 정부의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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