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인사이트] 한류 영상‧문화 콘텐츠 생산기지 조성 ‘박차’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1.11.1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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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된 을왕산에 ‘야외 세트장, 실내 스튜디오’ 마련
복구비용 982억원 절감…‘경제자유구역 지정’에 총력

2019년 2월13일 오전 10시30분. 인천시영상위원회에서 박남춘 인천시장이 국내 영화계의 주요 인사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여고괴담》을 제작한 이춘연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이사장 등 영화제작사 대표뿐만 아니라 《극한직업》을 기획한 김미혜 대표, 《부산행》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 등 굵직한 영화인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인천을 영상문화도시로 발전시키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관람객 10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극한직업》의 배경이 된 ‘배다리’ 주변을 예로 들었다. 인천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영화적 자산을 활용해 야외 세트장과 실내 스튜디오 등 전문 촬영시설을 마련한다면, 영상·문화 콘텐츠의 주요 생산기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해 인천이 영상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날 이후로 인천시는 영상‧문화 콘텐츠 생산기지’를 조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영종국제도시와 청라국제도시에 대규모 영상·문화 콘텐츠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2019년 2월13일 인천영상위원회 회의실에서 영화계 주요 인사들과 인천을 영상문화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인천시
박남춘 인천시장이 2019년 2월13일 인천영상위원회 회의실에서 영화계 주요 인사들과 인천을 영상문화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인천시

한국판 할리우드 ‘복합영상산업단지 개발’ 추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중구 을왕동 산77-4번지 등 을왕산의 80만7733㎡ 부지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복합영상센터 등을 짓는 ‘을왕산 아이퍼스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7년까지 총 2조1000억원을 들여 공유 스튜디오와 야외 촬영시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전시관, 한류테마파크 등을 짓는 게 골자다.

인천경제청은 을왕산의 지리적 이점이 크기 때문에 각종 영화와 드라마, 광고,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이를 토대로 영상산업단지와 연계한 한류 콘텐츠 체험형 관광시설을 개발하는 등 영종도에 해양관광벨트를 구축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인천시는 을왕산 아이퍼스힐 개발 단계에서 1조9764억원 상당의 생산유발효과와 1379억원 상당의 세수유발효과, 1만9294명 수준의 고용유발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을왕산 아이퍼스힐 사업에 국내‧외 드라마·영화 제작사와 건설사, 증권사 등 약 50개 업체가 투자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을왕산 아이퍼스힐 사업 부지는 오랜 기간의 토석채취로 절반 이상이 깎여 나가는 등 대부분이 훼손된 상태다. 당초 2006부터 2011년까지 인천국제공항건설과 장애구릉제거사업이 추진될 때까지 을왕산 복구의무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있었지만, 2014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르기 위한 왕산마리나와 요트경기장 건설하기 위한 토석을 채취하면서 2012년 8월에 인천경제청이 을왕산 복구의무를 승계했다.

인천경제청은 을왕산을 다시 공원으로 복구하고 유지·관리하는 데 982억원 상당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2017년에 한국개발연구원을 통해 을왕산 복구사업에 대한 비용 대비 편익(B/C)값이 0.24에 그친다는 조사결과를 받아둔 상태다. 을왕산 아이퍼스힐 사업이 추진되면 을왕산 복구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고, 영상·문화·관광 분야의 신산업과 전문 서비스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회도 잡게 되는 셈이다.

'을왕산 아이퍼스 힐' 조감도. ⓒSG산업개발 제공.
'을왕산 아이퍼스 힐' 조감도. ⓒSG산업개발 제공.

경제자유구역 ‘재지정’ 과제…대선 공약으로 ‘승부수’

인천시는 제20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을왕산 아이퍼스힐 사업을 인천지역 공약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해 놓고 있다. 을왕산 아이퍼스힐 사업을 추진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훼손된 을왕산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을왕산 아이퍼스힐 사업 부지는 약 86%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소유다. 도시개발법이나 관광진흥법,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로 개발할 수 없다. 현재 상태에선 공익사업에만 추진할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야 상업적인 개발이 가능하다.

앞서 을왕산 아이퍼스힐 사업 부지는 2018년 2월에 경제자유구역 자격이 자동으로 실효됐다. 당시 사업자 공모로 추진되던 ‘에잇시티 조성사업’과 ‘을왕산 park52조성사업’이 잇따라 무산됐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통상 5년 단위로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하는 만큼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최근 산업부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 OTT 플랫폼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산업부에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9월 산업부 관계자들이 을왕산 아이퍼스힐 사업 부지를 방문했고, 사업계획을 보완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경제청은 내년 1월에 을왕산 일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내용의 ‘영종국제도시 개발계획 변경안’을 산업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을왕산 아이퍼스힐 사업을 제때에 실현시키기 위해선 조속한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을왕산 아이퍼스힐 사업은 을왕산 복구비용을 절감하고, 영상·문화·관광사업을 육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경제청은 최근 청라국제도시 5-4블록의 11만8000㎡부지에 축구장 11개 규모에 달하는 대규모 영상‧콘텐츠 제작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영상·문화 콘텐츠 제작업체들의 문의와 사업제안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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