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삼목선착장서 해상안전사고 잇따라 발생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2.03.0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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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도선 ‘이중접안’ 사태 1년 넘게 이어져
인천해경서, 개선명령 뒷짐…“선사들 5분씩 양보”

사람이나 화물을 싣고 바닷길을 운항하는 교통수단은 ‘여객선’과 ‘도선’뿐이다. 여객선은 해양수산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또 해양수산부가 정해 놓은 시간에 맞춰 운항해야 한다. 여객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평가가 도선에 비해 까다롭다.

반면, 도선은 해양경찰서장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운항시간은 해뜨기 전 30분부터 해 진 후 30분까지다. 운항횟수나 운항간격을 따로 정해놓지도 않는다. 다만, 여객선의 영업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인천 삼목선착장에선 무려 1년 넘게 여객선과 도선이 하루에 6차례씩 이중으로 접안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도선은 주로 수심이 깊은 동쪽에 접안하고, 여객선은 수심이 얕은 서쪽에 접안한다. 이 때문에 삼목선착장에선 해상안전사고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 삼목선착장에 도선과 여객선이 동시 접안하고 있는 모습 ⓒ옹진군 북도면 주민 제공
인천 삼목선착장에 도선과 여객선이 동시 접안하고 있는 모습 ⓒ 독자 제공

도선 피하려던 여객선, 잇단 ‘좌주사고’

실제로 삼목선착장에선 여객선이 접안하다가 수심이 얕은 바닥에 얹히는 ‘좌주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좌주사고는 밀물로 수심이 다시 깊어져야 해소된다. 이때까지 여객선은 발이 묶이게 되고, 여객들은 불편을 겪게 된다.

2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3일 오후 12시45분쯤 삼목선착장 서쪽에 접안을 시도하던 여객선이 선착장 끝 부분에 얹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여객선은 이미 삼목선착장 동쪽에 접안해 있던 도선을 피해 접안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좌주사고는 이날 오후 6시쯤 해소됐다. 이 때문에 여객선은 사고 이튿날 오전 11시까지 7항차를 운항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여객들은 환불을 받아 도선을 이용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또 지난 1월1일 오전 8시50분쯤 여객선이 삼목선착장 서쪽에 접안하다가 갯벌에 얹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여객선은 이날 오전 11시까지 2항차를 운항하지 못했다. 이런 여객선 좌주사고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6차례나 더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삼목선착장 서쪽은 저조 때 갯벌이 드러날 정도로 수심이 얕다”며 “주말엔 도선 2척과 여객선 2척이 운항하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항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객선 측은 “조류가 강한데다 암초, 저수심 등 위험요소가 많아 여객선이든 도선이든 1척이 접안하는 데도 사고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인천해양경찰서 전경. ⓒ인천해경 제공.
인천해양경찰서 전경 ⓒ인천해경서

여객선·도선, 겨우 10분 간격으로 출항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지난해 1월1일부터 삼목선착장에서 출항해 신도를 거쳐 장봉도로 운항하는 여객선의 첫 항차 출항시간을 오전 8시40분에서 오전 7시로 변경하고, 이 여객선이 2시간 간격으로 운항하도록 했다. 이는 삼목선착장에서 여객선들의 이중접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다.

당시 장봉도에서 출항하는 또 다른 여객선이 오전 8시40분쯤 삼목선착장에 입항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삼목선착장에서 오전 9시에 출항하는 여객선이 오전 8시30분쯤 접안한다는 점을 감한하면, 여객선 2척의 이중접안이 불가피한 상태였다.

그런데 삼목선착장에서 출항하는 도선이 첫 항차를 출항시간을 오전 7시10분에서 오전 6시50분으로 앞당겼다. 여객선 출항시간 10분 앞에 제멋대로 도선을 배치한 것이다. 이 때부터 여객선들은 이중접안을 피했지만, 여객선과 도선의 이중접안이 시작됐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도선의 출항시간 변경이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도선 측은 지난해 1월 인천해수청장을 상대로 ‘해상여객운송사업계획 변경인가처분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도선 측은 “삼목선착장에서 약 20년간 오전 7시10분에 첫 항차 운항을 시작했는데, 그 앞에 여객선을 배치한 것은 도선이 갖고 있던 무형의 자산과 지위를 침해한 것”이라며 “여객선 운항시간 변경을 취소하고 도선의 기득권을 보호해 달라”고 주장했다.

인천지법 제1-3행정부(김석범 부장판사)는 지난 1월20일 도선 측이 낸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도선사업은 여객선이 운항되지 않는 해역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해상교통수요를 보충적으로 충족시켜 주기 위한 영업형식이다”며 “해상여객운송사업자의 영업권을 침해할 우려가 없을 것을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선사업면허가 해상여객운송사업면허보다 선행됐더라도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대법원(2017두66271)도 “도선사업 영업의 내용이나 방식이 여객선의 영업권을 침해할 우려가 없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인천해경서, 도선에 대한 개선명령 ‘뒷짐’

인천해수청은 이 판결을 근거로 지난 1월22일 인천해경서에 “해상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여객선 운항시간 기준으로 도선이 40분 간격으로 운항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무려 1년 넘게 여객선의 안전운항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는 게 인천해수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앞서 인천해경서는 지난해 1월 ‘여객선 운항시간과 30분 간격을 유지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도선 측에 2차례 발송했다. 하지만, 인천해경서는 기득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도선 측의 저항에 한 걸음 물러섰다. 소통을 통해 여객선과 도선의 운항시간을 조정해 보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3월 해당지역 어촌계와 주민, 여객·도선사업자,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등의 관계자 16명이 참여하는 실무협의회를 구성하고, 여객선과 도선의 운항시간을 조정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인천해경서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여객선과 도선 측의 운항시간 조정에 대한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기 때문이다.

인천해경서는 삼목선착장의 해상안전사고 예방과 공공복리의 증진을 위해 도선 측에 영업시간이나 운항횟수를 제한하는 개선명령을 내려도 적법하다는 법률자문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내용은 인천해경서가 ‘해상여객운송사업계획 변경인가처분 취소 소송’ 재판부에 제출한 ‘사실조회 회신’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는 인천해경서가 개선명령 카드를 움켜쥔 채 여객선 좌주사고에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인천해경서는 아직까지 도선 측에 개선명령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히려 여객선과 도선 측에 출항시간을 5분씩 양보해 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해경서 관계자는 “도선의 첫 항차 출항시간을 오전 6시45분으로 앞당기고, 여객선의 첫 항차 출항시간을 오전 7시5분으로 늦추는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인천해경서는 도선의 운항시간을 강제로 조정할 수 있는 ‘개선명령’을 내리지 않고, 해수부가 정한 여객선 운항시간을 변경하려고 한다”며 “인천해경서가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을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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