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뿔 난’ 서울민심, 결국 대선 당락 갈랐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3.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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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서울에서 30만 표 이상 앞서며 대선 승리
文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분노한 표심 반영
20대 대통령 선거 결과 윤석열 당선인이 서울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30만 표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7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본 아파트 ⓒ연합뉴스
20대 대통령 선거 결과 윤석열 당선인이 서울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30만 표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7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본 아파트 ⓒ연합뉴스

성난 ‘서울 민심’이 더불어민주당의 발목을 잡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의 전국 단위 득표차(24만7077표)를 고려하면 서울에서 윤 당선인이 이 후보를 30만 표 넘게 앞선 게 결정적 변수가 된 셈이다.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바탕으로 ‘정권교체론’을 내세웠던 국민의힘의 ‘서울 공략법’이 적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값 폭등, 전·월세 대란 등으로 촉발된 서울의 민심이반이 민주당을 야당으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서울에서 50.56%로 과반 득표에 성공했다. 상대인 이 후보가 45.73%를 얻는데 그쳤다. 두 후보 간 격차는 4.83%포인트(P)다. 윤 당선인은 서울에서만 31만766표의 격차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대선 결과가 단 24만 표 차이로 결정된 것을 고려하면 서울 표심이 전체 선거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서울 25개 지역구 중 14개 尹 승리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25개 지역구 중 14개구에서 윤 당선인이 우세했고 강북지역과 구로, 금천 등 11개 구에선 이 후보 지지가 더 많았다. 민주당으로선 뼈아픈 결과다. 2017년 대선에서는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25개 자치구 모두에서 승리했다. 박빙이었던 2012년 대선에서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강남3구와 강동, 용산 등 5개구에서만 이겼다.

특히 윤 당선인은 ‘보수 텃밭’인 강남3구에서 큰 지지를 얻었다. 윤 당선인은 서초(65.13%), 강남(67.01%), 송파(56.76%)에서 서울 평균 득표율을 웃도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여기에 ‘한강벨트’ 지역인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과 동작, 영등포 등에서도 윤 후보가 우세했다. 예고된 결과였다. 이들 지역은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높은 곳들로, 문재인 정부가 주택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를 강화하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불만 여론이 컸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후보가 부촌(富村)뿐 아니라 기존 민주당 우세 지역, 서울 전반에 걸쳐 표를 잃었다는 점이다. 이낙연 전 대표의 지역구였던 종로구와 고민정 의원(광진구을)과 전혜숙 의원(광진구갑)의 ‘안방’인 광진구에서도 윤 당선인이 승리했다. 이들 모두 대선 직전까지 민주당이 ‘필승 지역’으로 꼽으며 큰 공을 들인 지역이다. 그러나 개표 결과 종로에서 윤 당선인은 49.48%를 얻으며 이 후보(46.42%)에 신승했고 광진에서도 윤 당선인이 득표율 48.82%를 기록하며 이 후보(47.19%)를 앞섰다. 21대 총선 당시의 지역 민심이 대선을 앞두고 변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임대차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신고제)이 서울 민심을 얼리는 결정적 변수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대차3법은 당초 임차인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도입 이후 전세 대란이 심화됐다. 여기에 주택보유세도 인상되면서 월세 비중까지 높아지자 서민들의 거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 아파트값이 치솟는 가운데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들이 대출 없이 집을 마련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결국 서울 원주민과 새로 집을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모두 현 정부에 불만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민심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실제 윤 당선인의 ‘반문(反文) 부동산 정책’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주택 공급 확대와 세제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임대차 3법도 전면 개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최장 2년간 한시적 면제해주고, 보유세를 책정할 때 기준이 되는 주택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돌려놔 세부담을 줄여주겠다고 했다. 내 집 마련을 수월하게 만들기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 규제도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 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빨간색) 지역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파란색) 지역구 ⓒ네이버
서울 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빨간색) 우세 득표 지역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파란색) 우세 득표 지역 ⓒ네이버

김영배 “국민들이 회초리를 든 것”

민주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부동산 실책의 여파는 예고돼 왔지만 그 파장의 크기가 예상치를 웃돌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 원인을 묻는 질문에 “무엇보다 부동산 민심을 결국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서울에서 지고 대선을 이기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 국민들이 회초리를 크게 더 드신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도 “촛불로 이룬 문재인 정부에 대한 엄청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부동산 값이 폭등하면서 국민이 분노하며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작동한 것”이라며 “이 같은 요인들이 겹치며 정치 초보인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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