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냐 확대냐…여야 모두 ‘여가부 블랙홀’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3.1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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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 두고 당내 입장 엇갈리자…與野 지도부 “더 논의할 것”
정부서울청사 17층 여성가족부 모습 ⓒ연합뉴스
정부서울청사 17층 여성가족부 모습 ⓒ연합뉴스

5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여성가족부(여가부)의 존폐 여부가 정치권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여가부 폐지를 공약한 가운데 이를 둔 찬반 의견이 여야 모두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을 앞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여가부 존폐에 대한 당론을 정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여가부 폐지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성남성이라는 집합에 대한 대등한 대우라는 방식으로는 여성이나 남성이 구체적인 상황에서 겪게 되는 범죄 내지는 불공정 문제들을 해결하기가 지금은 어렵다”며 여가부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이견을 제시하고 나섰다. 당내 최다선인 서병수 의원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가부 폐지라는 공약 다시 들여다보십시오”라며 “이대남(20대 남성)이 이대녀(20대 여성) 때문에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것도, 이대녀가 이대남으로 인해 불평등해진 것도 아니다. 차별·혐오·배제로 젠더 차이를 가를 게 아니라 함께 헤쳐나갈 길을 제시하는 게 옳은 정치”라고 했다. 조은희 국회의원 당선인도 11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와의 인터뷰에서 “여가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 ‘갑론을박’이 계속되자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안 위원장은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폐기는 아니고 저희가 여러 가지 가능한 정책적인 방향들에 대해서 보고를 드리고 그중에서 선택을 윤 당선인께서 하시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가부 폐지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정리한 뒤 최종 입장을 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여가부 폐지에 대한 민주당 반응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협조없이는 여가부 폐지 등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민주당 내에서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협치를 위해서라도 ‘유연한 입장’을 지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청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MB(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 때도 여가부 통일부 폐지를 주장했었으나 실패했다. 정부조직법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여가부 폐지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윤석열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태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여가부 폐지는 미래를 폐지하자는 것과 같다. 여가부를 ‘평등가족청소년부’로 개편해 가족 정책, 청소년 정책, 성평등 정책 관점에서 그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며 폐지보다는 ‘확대 개편’에 힘을 실었다.

반면 채이배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양성평등위원회 같은 것을 새로 만든다면 여가부 폐지는 수용할 수도 있느냐'는 물음에 “그 정도 유연성은 가져야 한다”면서 “부처의 이름이나 이런 것들에는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노웅래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국민의힘의 폐지 입장도 여가부의 역할 자체를 없애겠다는 건 아니다. 민주당도 지금의 기능대로는 안 된다고 한 바 있고 다른 이름으로 개편하려고 했다”고 말을 보탰다.

민주당 비대위는 내부 의견을 추가적으로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이날 현충원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나 “(여가부 폐지에 대해)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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