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한진 사장, 물컵 갑질로 이사회 진입 물먹나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03.1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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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사내이사 선임 때마다 주요 주주들 제동
조현민 한진 사장 ⓒ한진그룹 제공
조현민 (주)한진 사장 ⓒ한진그룹 제공

조현민 (주)한진 사장이 신사업을 주도하며 그룹 내 영향력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이사회 진입 등 경영 보폭을 넓히는 데는 애를 먹고 있다. 조 사장에게 주홍글씨로 남은 ‘물컵 갑질’이 계속해서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주)한진은 오는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태양력발전업과 전기판매업, 전기신사업, 전기자동차 충전업 및 관련 일체 사업 등을 사업목적에 새로 추가하기로 했다. 태양광 발전 사업과 전기차 충전 사업을 위한 정식 사업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다. (주)한진이 운영 중인 9000여 대의 택배 차량과 물류 터미널을 ‘친환경화’하겠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이들 신사업을 주도하는 인물은 조 사장이다. 조 사장은 지난해 1월 (주)한진에 신설된 미래성장전략실을 총괄하며 신사업 발굴을 이끌고 있다. 이를 통해 조 사장은 그룹 내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져가고 있다. 그러나 승진이나 이사회 진입 등에는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요 주주들의 반발 때문이다.

그 결정적 원인은 2018년 4월 벌어진 ‘물컵 갑질’ 사건이다. 당시 조 사장이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지고 폭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이 일로 조 사장은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조 사장은 경영에서 물러난 지 1년2개월 만인 2019년 6월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복귀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주요 주주의 반발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한진칼 2대 주주(17.27%)인 사모펀드 KCGI는 당시 조 사장의 복귀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KCGI는 또 올해 초 조 사장의 (주)한진 사장 승진에 대해서도 “과거의 후진적인 지배구조로 회귀”라며 반대했다.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사를 계열사 사장으로 선임할 경우 회사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면서 KCGI는 한진칼에 칼을 겨놨다. 한진칼 이사회의 견제장치가 계열사인 (주)한진에 작동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서다. KCGI는 올해 정기 주총을 앞두고 한진칼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견제장치와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주주제안을 내놓은 상태다. 여기에는 주주총회 전자투표 도입과 이사의 자격기준 강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사외이사 선임 등이 담겼다.

KCGI가 조 사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는 2020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 ‘남매의 난’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조 사장은 당시 조 회장에 힘을 보탰고, KCGI는 조 전 부사장 편에 섰다. 조 사장과 KCGI가 대립하는 구도였던 셈이다.

조 사장과 정조준한 건 KCGI 만이 아니다. (주)한진 2대 주주(9.79%)인 HYK파트너스도 조 사장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조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이 불발의 그친 배경에도 HYK파트너스가 있다. 당시 HYK파트너스는 재벌일가 중심의 폐쇄적 경영에 적절한 감독이 필요하다며 조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했다.

올해 주총에서는 조 사장이 이사회 진입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노삼석 (주)한진 사장과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던 류경표 (주)한진 사장이 한진칼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내이사진에 공석이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조 사장이 연초에 사장으로 승진하며 노 사장과 ‘2톱’ 지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높았다.

그러나 올해도 결국 조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주)한진은 조 사장 대신 택배사업본부장을 역임한 신영환 지원본부장 전무를 사내이사에 선임키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HYK파트너스를 비롯한 주주들의 반발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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