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인수위 성공 키워드는 ‘통합·인사·경제’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3.18 16:00
  • 호수 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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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적은 득표율 차 민심, 국정철학에 반영해야…인사 발탁과 정책 선별도 尹 정부 운명 좌우

윤석열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출범했다. 인수위원장은 대선 국면에서 극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부위원장은 선거에서 윤 당선인에 대한 지원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도맡았던 권영세 의원이다. 그 외에도 국민통합특별위원장은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은 김병준 전 노무현 정부 정책실장이 맡게 됐다. 기획조정본부장은 원희룡 전 제주지시가 차지했다.

인수위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이념 초월’이다. 안철수 위원장을 비롯해 김한길·김병준 특별위원장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었거나 민주당 정권과 관련이 있다. 게다가 5월10일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엔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이 지명됐다. 박 전 부의장은 김대중 정부부터 정치권에서 활동했던 인사다. 말 그대로 이념에 상관없이 필요한 인사라면 하고야 마는 윤 당선인의 인사 특징을 보이고 있다. 윤 당선인의 취임식 직전까지 가동되는 인수위 성공의 조건은 무엇일까. 선거 결과가 제시하는 인수위의 역할과 책임은 ‘철학’ ‘인사’ ‘정책’이다.

인수위 성공의 첫 번째 조건은 ‘국정 철학’이다. 이번 대선은 주권자인 국민의 준엄한 메시지가 전달된 결과다. 두 후보의 차이가 0.73%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깻잎 한 장’ 차이다. 이 정도로 초접전을 펼친 결과는 통합에 대한 메시지로 읽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권교체 여론이 매우 높았고 그 여론에 올라타 대선 승리가 가능했다. 그렇다면 정권교체 여론이 강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통합, 소통, 협치의 부족 때문이었다. 그래서 통합의 국가 운영 철학이 새 정부를 준비하는 인수위에서 더 잘 반영돼야 한다.

尹 긍정 전망, 역대 당선인 중 가장 낮아

리얼미터가 미디어헤럴드의 의뢰로 3월10~11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 후 국정 수행을 어느 정도로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물어보았다. ‘잘할 것’이라는 긍정 전망은 52.7%로 나타났고 ‘잘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은 41.2%로 나왔다. 절반이 넘는 기대감이지만 조사기관이 밝힌 이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기대감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79.3%, 박근혜 전 대통령 64.4%,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국정 수행 기대감은 74.8%로 나타났다. 윤 당선인에 대한 국정 수행 기대감은 서울 48%, 20대(만 18세 이상) 51.5%, 중도 50.5%로 나타났다(그림①).

윤 당선인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대선 결과가 치열했던 여진으로 풀이된다. 역대 대선 중 가장 적은 득표율 차 신승 결과가 반영된 탓이다. 그래서 ‘통합’은 더 중요해진다. 5월10일 윤석열 정부가 시작되면 그때부터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지지율은 극도로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적어도 임기 1~2년 차 동안은 지지율 50%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여소야대 정국이다. 인수위가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으려면 새 정부의 ‘통합’을 전면에 내세운 ‘국정 철학’이 강력하게 반영돼야 한다.

두 번째로 인수위가 집중해야 하는 분야는 ‘인사 발탁’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의 구성은 아무리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공약을 집행할 각 부처 장관이 임명되는 순간부터 윤 당선인은 국정 수행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를 받게 된다. 문 대통령은 국정농단 상황에서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임기 내내 흔들렸던 큰 이유 중 하나가 인사 참사였다. 여야 갈등이 이유라고 하지만 청문보고서 채택을 받은 인사 지명이 거의 없었을 정도였다. 인사 부실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권교체 여론을 강화시킨 중요한 원인이었다.

윤 당선인은 국민 여론을 통해 나타난 국정 철학에 부합하는 인물로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 그 기초를 닦는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 바로 새 정부 인수위원회다. 전문성과 경험성은 십분 살리고 도덕적 문제나 정치적 편향을 가진 인물은 배격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끌어안기 위해 특정 대학이나 특정 성별 그리고 특정 지역에 지나칠 정도로 편향되는 결과는 피해야 한다. 아무리 당선인이 관행과 관성을 다 뿌리 뽑겠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기준과 역사를 깡그리 무시해서는 안 된다. 좋은 것은 참고하고 구태만 배격하면 된다. 특히 무엇보다도 주권자가 부여한 국정 철학이 잘 녹아들어가는 인사 성격이 되도록 인수위가 각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새 대통령이 추진해야 할 개혁 과제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물어본 결과 ‘정치 개혁’이 27.3%로 가장 높았고, ‘검찰 개혁’ 21.9%, ‘언론 개혁’ 17% 순으로 나타났다(그림②). 개혁 과제는 곧 윤석열 정부의 목표로 이어지고 성과가 나오는지 여부에 따라 향후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임기 시작 이후 지지율과 직결돼 있다. 이 모든 개혁 과제를 실천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 제1기 내각의 ‘인사’에 달려있다. 인수위가 최고의 적임자를 발굴해 내야 하는 이유다.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14일 당선 이후 첫 외부 공식 일정으로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회 회장단과 간담회를 마친 뒤 식당으로 이동해 한 상인회 회장의 갈비탕에 후추를 뿌려주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최우선 국정 과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세 번째로 인수위의 성공 여부는 ‘정책 선별’에 달려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국면에서 경제, 부동산, 안보, 청년, 사회 등 숱한 공약을 발표했다. 그중에는 당장이라도 실행 가능한 공약이 있고 실현 가능 여부를 깊이 고민해야 하는 공약도 있다. 선거에서 국민에게 한 약속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임기 5년 동안 모두 이행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수박 겉핥기식으로 접근하다 국민의 실망감만 초래한다. 인수위는 윤 당선인의 공약뿐만 아니라 대선후보 모두의 공약을 재검증하고 재평가해 실천 가능한 공약을 추려내고 정책으로 정리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초반 100대 국정 과제를 내세웠지만 그중에서 완성도 높게 실현된 국정 과제가 과연 몇 개나 되는가.

리얼미터 조사에서 차기 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를 물어본 결과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24.4%, ‘정치 개혁 및 부패 청산’ 23.6%, ‘집값 안정 등 부동산 문제 해결’ 16.4%로 나타났다. 좌우 진영에 쏠리지 않는 중도층의 인식도 전체 결과와 거의 비슷했다(그림③).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웠다가 된서리를 맞았었다. 국민이 희망하고 윤 당선인이 선거 국면에서 강조했던 공약 중 실천 가능한 공약을 선별하고 최대한 완성도 높은 정책안으로 만들어 국민의 공감대를 닦는 작업이 인수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인수위원회의 3가지 원칙으로 ‘겸손, 소통, 책임’을 강조했다. 그 원칙을 바탕으로 인수위는 새 정부의 ‘철학, 인사, 정책’의 밑그림을 사심 없이 그려나가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 여부는 다름 아닌 인수위원회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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